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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쌤 Oct 06. 2022

공부를 왜 해야 하나요?

교육을 논하기 전에 해야할 코칭


학습과 진로 진학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생각하고 공부하는 학생과 명분있게 학습을 강조하는 학부모가 얼마나 될까?


이번 글에서는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하고, 학부모에게는 학습을 강조할 명분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최상위권 학생들은 공부하는 이유가 명확할까?' 라는 질문이다.

오랜 경험상 대부분의 최상위권 학생들도 공부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목표가 확실하면 공부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전교에서 최상위를 유지하는 학생들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다. 그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나 공부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기 보다는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 수준에 대한 기준이 높아서 그 이상은 유지하려고 공부하는 경우가 더 많다. 결국 의지를 가지고 성적을 높이거나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쌓인 경험적인 자기평가로 생긴 기준이 높아야 한다는 의미다. 즉 공부하는 이유보다는 한번이라도 높은 성적에 도달해보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위권의 성적을 받기 위해서 공부의 목표를 굳이 정할 필요는 없다는 말인데, 왜 공부하는지를 분명히 정의할 필요가 있는 걸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자녀를 공부시키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학부모는 방향성을 정하지 못하고 흔들리기 때문에 일관적인 교육방침을 정하기 어렵다. 공부하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은 학생은 상위권이 될수는 있지만 막상 성적을 목표치까지 완성하고도 수많은 기회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좋은 선택을 하기 어렵다.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고민해보고 나름대로 정의해 본 학생이라면 성적의 도달 여부와 상관없이 공부를 통해 자기개발의 영역에 발을 들일 수 있다. 학창시절의 공부는 스스로에 대해서 파악하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이다.



"대학은 기본 스펙인데, 되도록 좋은 대학 학과에 진학해야 하니 공부해야죠"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의 이유는 대부분 대학 진학이고, 대학 진학의 목표는 취업이다. 하지만 근래에는 이 단순한 공식이 실제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학부모도 학생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학습의 목표는 맹목적으로 '대학'이다.


입시 컨설팅을 하다보니 대학의 순위를 찾아서,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위해서 현재 내신과 수능 점수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최우선으로 두고 상담을 한다. 그런 입장에서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정말 대학에 가야 하는지 묻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제대로 된 진학컨설팅을 하려면 학생과 학부모와 함께 이 질문에 대해 꼭 대화를 나눠봐야 한다.


깊이 있게 대화하고 나면 대부분의, 아니 모든 학부모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아이의 행복한 삶이기 때문이다. 대학에 목매는 이유는 행복한 삶을 위한 안정적인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으려면 좋은 대학이 필요하다는 관점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엔 내로라 하는 대학과 학과를 졸업하고도 사회적 기반이 탄탄해 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모순이 생긴다.


변화된 사회에서 대학과 학과 전공의 의미는 갈수록 퇴색되어 간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러다 보니 더 확실한 전공분야-의약학계열-에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지만 그 문을 통과하는 것은 아주 일부이고 그마저도 그 길이 정말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한 길인지는 다시 되물어야 한다. 의대생의 자퇴율이나 그 힘든 의대를 마치고 진입한 레지던트 과정에서 그 길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다는 것에 대해서도 꼭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니 공부를 대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도구로서 강조하는 것은 시대가 변해갈수록 그 명분이 약해진다. 더이상 대학은 공부의 이유가 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특별한 재능이 없다면 공부가 제일 쉬운 길이니까요"


상당히 많은 학부모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다. 우리 아이는 예체능 계열이나 어떤 특정 분야에 대해 흥미나 재능이 없기 때문에 결국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경우 먹고 살려면 공부 외에 다른 길이 없으니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이 이유 또한 '공부 한다고 먹고 살아지나요?' 라는 요즘 시대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 공부의 이유가 되기 어렵다.


여기서 말하는 특별한 재능이란 어떤 것일까? 유명한 스포츠 선수와 같은 운동 능력, 미술이나 음악과 같은 예술적 재능처럼 보통은 특별히 타고나서 아주 어린시절부터 기른 능력을 의미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사회에서 스포츠 선수로서나 예술적 영감만 가지고 노후를 보장받기까지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스포츠 능력을 갖췄던 유명한 선수가 방송인으로 더 오랜 시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예술적인 능력 그 자체로 생계를 잇기 보다는 언변이나 기획력으로 다른 영역으로 자신을 확장해 능력발휘를 하는 사람이 더 많다.


즉, 어떤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자기를 확장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미래를 보장받는 다는 이야기다. 이 능력과 공부는 어떻게 연관이 있을까?



"공부는 배우고 습득한다는 의미다"


공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학생들에게 꼭 하는 질문이 있다. 전혀 알지 못하던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면 재미있지 않냐고, 누군가 몰랐던 이야기를 해주면 귀를 쫑긋하게 되는 건 모든 사람이 가진 특성이 아니냐고 말이다. 필자의 엄마가 입버릇 처럼 하는 말이 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는 거야" 라는 말이다. 특히나 요즘 육아를 도와주시며 젖병 잘 물리는 법이나 트림시키는 법을 유튜브로 찾아보고 공부하면서 이렇게 찾아볼 수 있으니 세상이 좋아졌다고 하시면서 그 말씀을 하신다. 공부라는 단어의 뜻은 배우고 습득한다는 것이고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고 그 일은 굉장히 자연스럽다. 또한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고 알아가는 과정은 하기 싫고 피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공부는 내가 궁금해 하고 필요해서 찾는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흥미를 갖고 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언어를 배우듯이 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들은 일정부분 상식이 되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도 많이 담겨있다. 안타까운 것은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정들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삶에서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지만, 지식 자체가 되움이 된다기보다는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어른이 되어서도 영어, 인문학, 코딩, 과학 기술 등에 대한 공부들을 추가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공부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다.


즉, 내가 생각하는 학생들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배우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이다.


우리 세대는 평균수명이 120세가 넘을 거라는 이야기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것처럼 인생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길고 지금 시대는 그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하지 않고는 그 긴 노후를 보장할 수 없다. 한가지 재능을 가지고 늙어 죽을 때까지 먹고 사는 것 자체가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떻게 배우고, 배운 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아는 것은 이제 생존 조건이라는 말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학습코칭을 하면서 가장 크게 강조하는 것은 현재 있는 출발선에서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있는가? 하는 부분과 스스로 어떻게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하면 잘 배우고 습득하는지 스스로 알게 되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공부 내용을 아는 것 자체보다 내가 어떻게 하면 잘 습득하고 활용하는 사람인지 자신을 파악하고 새로운 정보를 알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훈련하는 과정이 학습의 목표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특정한 성적 목표를 향해서 자녀를 공부시키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좀 더 많이 틀리게 하려고 내는 시험을 통해 자기를 평가받는 현재 교육 시스템으로 아이의 실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시험이란 변수가 많고 운에도 많이 좌지우지 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입시에 목적을 둔 시험은 내신과 수능에 상관없이, 과목에 상관없이, 줄 세우기에 그 목표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이 틀리게 하려는 목적으로 함정을 판 문제들이 너무 많다. 그 점수 하나로 모든 기준을 삼으면 공부라는 것이 우리 아이들을 자신의 특성과 상관없는 틀에 맞춰 깎아내고 잘라버리는 과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코칭하는 학생에 대해서 시험 점수보다 시험지에 드러난 아이의 성장과 변화에 초점을 맞춰서 상담을 한다. 이제까지는 어떤 영역에 대해 약점이 있었지만 이번 시험 때 학습코칭을 통해 그 부분에 변화를 주고자 어떤 훈련을 했고, 그 훈련의 결과 이번 시험에서는 그 부분이 어떻게 개선되었는지 같은 부분을 중점에 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모든 학습 코칭은 학생의 현재 상태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거기서 출발해서 어떻게 성장해 가는가에 목적을 둔다는 것이다. 공부는 그 과정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고 성장시키기 가장 좋은 도구이다.


학습코칭을 해주는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해주는 말은 모순적이게도 '이 성적이 네 인생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라는 이야기다. 성적보다는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과 그 경험이 학생의 인생을 바꿀 수 있기에 나는 오랫동안 학습코치로서 학생들을 만나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학생이라면 왜 공부하는가? 학부모라면 내 자녀에게 왜 공부를 시키는가? 생각해 보자.

특정한 대학이나 학과를 목표로 공부했을 때,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그 시간까지 한 공부가 모두 허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을 파악하고 성장하는 도구로서 공부를 활용한다면 단기적인 결과와 상관없이 공부를 통해 배운 성장의 노하우가 아이의 인생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모두가 같은 답을 내릴 수 없다.


이 글에서는 개인적인 견해와 함께 상담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이 질문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각각의 학생이나 학부모는 이 질문에 대해서 다른 답을 할 수 있다. 다만, 꼭 생각해 보고 서로 같이 대화를 나눠보았으면 한다.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대화하는 것부터 출발해서 공부의 목표를 어떻게 둘 것인지 그 방향성을 함께 정한다면 작은 시행착오들이나 작은 실패가 인생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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