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네 브라운이 말하는 수치심을 다루는 방법
"나는 형편없는 사람이야." vs. "나는 형편없는 실수를 했어."
아침에 눈을 떴는데 공기가 싸한(?) 느낌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요, 그 전날 새벽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방해받지 않고 푹 자야지!'라는 생각으로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놓고 잠이 들었어요.
부재중 전화 12개.. 이런 경우는 대개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주일 전 학교에서 5주간 진행되던 일정 중 하루를 임의로 다른 일정으로 조정을 했었는데 그날이 조정한 날이었던걸 까맣게 잊고 있던 게 기억났아요. 미친 듯이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학교로 전화를 걸어 급히 양해말씀을 드렸어요. 다행히 강의는 그다음 날 바로 진행되었고, 남은 일정을 잘 마쳐 무사히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이 의도치 않은 '잠수'는 제가 사업을 하며 처음으로 저지른 최악의 실수였죠.
눈앞이 깜깜하고 아찔한 느낌이 들었어요.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더라고요. 어디 가서 누구에게 말하기도 부끄러웠고 내 안에 비판자가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너는 사업을 운영할 자격도 없어."
"미쳤다. 진짜. 어떻게 사람이 그런 실수를 할 수 있지?"
"기본도 안 되어 있으면서 무슨.."
말 그대로 제 자신이 형편없는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이런 메시지에 압도당해 버린 저는 바보 같이 눈물이 터졌어요. 신랑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했는데 신랑이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사업하다 보면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잖아. 바쁘면 그럴 수 있지 뭐. 그리고 여보가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형편없는 실수를 한 번 한 것뿐이야."
이때 제가 느꼈던 "나는 형편없는 사람이야."라는 느낌은 수치심입니다. 반면 저의 신랑이 이야기 한 "나는 형편없는 실수를 했어."라는 느낌은 죄책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했는데(혹은 하지 못했는데) 그것이 자신의 가치관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알면 우리는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죄책감은 종종 좋은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어떤 행동에 대해 사과를 하고, 보상을 하고, 우리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행동을 수정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죄책감은 불편한 감정이지만 도움이 되기도 하죠.
반면 수치심은 우리에게 파괴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수치심은 자신이 변화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잠식해 버립니다. 수치심 또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행동과 파괴적인 행동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TED 강연 5,7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심리 전문가 브레네 브라운은 그녀의 저서 [마음 가면]에서 수치심을 느낄 때 우리는 관계가 끊어지고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말합니다. 수치심이 너무 커서 괴롭거나, 심지어는 앞으로 수치심을 느낄까 봐 두려울 때 우리는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수치심을 주는 행동을 하기 쉽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수치심을 느낄 때 구사하는 방어 전략은 크게 3가지입니다.
1) 멀어지기
2) 다가가기
3) 대항하기
우선 멀어지기는 수치심을 대응하기 위해 ‘회피’ 전략을 선택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 전략을 사용할 때 우리는 뒤로 물러나거나 숨은 채 수치스러운 일을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바로 다가가기인데요, 이때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서 기분을 맞추려고 합니다. 마지막 대항하기는 남보다 우위에 서서 힘을 행사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뜻합니다. 자신의 수치심과 맞서 싸우기 위해 수치심을 이용하는 셈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수치심을 느낄 때 이 세 가지 전략을 모두 활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전략은 수치심의 고통을 끊어내기 위한 전략이긴 하지만 우리를 '연결'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행동입니다.
사람은 심리학적으로, 감정적으로, 인지학적으로 '연결'과 '사랑'과 '소속감'을 강하게 열망합니다. 사랑과 소속감과 연결은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우리에게 삶의 목표와 의미를 부여합니다. 수치심은 바로 이 연결과 관계가 끊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즉 ‘수치심’이란 우리의 어떤 결함 때문에 우리가 사랑과 소속감을 느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매우 고통스러운 감정 혹은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결되고 싶지만 위 세 가지 전략을 사용하면 우리는 반대로 '연결'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수치심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요?
다음은 브레네 브라운이 말하는 수치심 회복탄력성의 4단계입니다.
1. 수치심을 인식하고 수치심을 유발하는 요인을 알아내라
: 수치심은 생물학적 반응인 동시에 자전적 반응이다. 수치심의 덫에 걸렸을 때 그것을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는가? 수치심을 극복하는 과정을 인식할 수 있는가? 어떤 메시지와 어떤 기대가 당신의 수치심을 유발하는지 아는가?
2. 비판적 인식을 연습하라
: 당신에게 수치심을 유발하는 메시지와 기대의 현실성을 점검해 보라. 그것이 과연 현실적인 기대인가?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인가? 그 목표는 당신이 정말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남들이 당신에게 원하는 것인가?
3.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라
: 당신의 이야기에서 당신은 주인 역할을 하고 있는가? 남에게도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가? 우리가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4. 수치심에 관해 이야기하라
: 자신의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가? 수치심을 느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가?
저자는 '수치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수치심은 우리가 차마 말하지 못할 때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만약 우리가 수치심을 인식하는 능력을 기른다면, 그래서 수치심이 들 때마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말을 건다면 우리는 수치심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
수치심은 자기한테 이런저런 설명이 붙는 것을 싫어한다.
우리가 수치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 수치심은 누구러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또한 자신이 수치심의 공격을 받을 때 자신에게 어떤 말투를 쓰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게 말하고 있진 않나요? 우리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그런 말투를 쓰지 않을 것입니다.
'공감'은 수치심을 치료하는 약입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 상대가 공감과 이해를 해주면 우리의 수치심이 사그라듭니다. 이는 자기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향한 공감(Self-compassion)이 필요합니다. 수치심 한가운데서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은 [마음 가면]에서 브레네 브라운이 말하는 '수치심'을 다루는 방법과 '공감'으로 옮겨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수치심이 우리를 툭 하고 건드릴 때 의도적으로 수치심이 아닌 죄책감을 선택하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 말고, 연민과 공감을 가지고 이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인정하고 스스로와 이 수치심에 대해 대화를 나눠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하루, 내가 수치심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