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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화가 나는 진짜 이유

by 지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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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한테 화를 내는 일이 많아져서 미치겠어요.” 다섯 살 승민이 엄마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아이가 엄마의 불같은 화에 놀란 표정으로 뒷걸음친다거나, 엄마의 톤이 조금만 달라져도 ‘엄마 미안해요’부터 이야기하는 걸 볼 때면, 그때서야 제정신이 들고 내가 지금 뭔 짓을 저지른 건지 후회가 밀려온다고 한다. 가끔은 ‘내가 미친 거 아닐까’하는생각이 들 정도. 낮에 아이한테 속된 말로 ‘미친년’처럼 화냈던 게 머릿속에서 리플레이되서 괴로워 죽을 것 같다. 그런생각에 잠기면 잠들기가 어려워졌고, 그래서 맥주 한두 캔 정도 마셔야 누울 수 있는 날들이 늘어났다. ‘내일은 절대 화내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해봐도, 화는 어느 순간 그녀와 승민이를 휩쓸고 가버린다.


비단 승민엄마의 고민일까? 아이키우는 엄마라면 한번쯤 고민했을 법한 부분이다. 죄 없는 아이에게 과하게 화내는 일 말이다. 육아서에서 공통적으로 하지 말라고 하지만 현실의 엄마들은 빈도나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경험했을 일이다. 육아서도 많이 읽고, 아이 일이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우리엄마들, 이 엄마들이 아이에게 상처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화 앞에서 쩔쩔매는 이유가 무엇일까?


비폭력대화를 만든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마셜 B. 로젠버그는 “모든 분노의 핵심에는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있다”고 했다. 뭔가 원하는 게 있는데, 그것이 충족되지 않아서 화가 난다는 것이다. 너무 뻔한 이야기 같지만, 엄마들은 이 뻔한 진실을 잊고 있다. 화를 내고 나면 그 화를 후회할 뿐, 화의 진짜 원인인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면밀히 들여다 보지 않는 것이다. 화가 났다면, 특히나 그 화가 흘러 넘쳐 사랑하는 사람을 상처 주고있다면, 반드시 자신에게 물어라. ‘내가 원했지만 채워지지않은 것이 뭐지?’. 욕구가 충족되면 화는 절로 해소가 된다. 화를다스리거나 조절하려고 하는 것은 ‘대증요법’일 뿐이다.


화는 결코 한꺼번에 오지 않는다. ‘싫은 느낌’ ‘거슬리는 느낌’ ‘서운함’과같은 작은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서 온다. 이런 작은 느낌들을 캐치하라.그리고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상대에게 표현하라. 그러면 화가 몰아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이한테 짜증내면 아이한테 상처줄까 봐 참는 것은, 더 큰 화로아이를 잡게 한다. 좋은 엄마 되고 싶은 노력이, 오히려미쳐 날뛰는 엄마를 만드는 것이다. 차라리 ‘엄마 지금 너행동 맘에 안 들어’, ‘엄마 지금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해’라고직접 말하는 것이 훨씬 낫다.


승민엄마에게 요즘 뭐가 제일 힘든지 물었다. 입술을 질끈 깨물며 남편과의관계가 힘들다고 대답한다. 더불어 시댁 때문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단다. 그녀는 어느새 사무적인 대화만 주고받게 된 부부관계에 무기력해져 있었다. 시댁의비난이나 무시도 아프지만, 그것에 아파하는 자신에게 관심을 쏟지 않는 남편에 대한 원망도 컸다. 더 물었다. ‘어떻게 바뀌면 좋겠냐’고. 대답이 없다. 힘든것만 생각했지, 뭘 원하는지는 잘 생각해 보지 않았을 테니까 답변하기 어려울 게다. 한번 찾아 보길 권했다.


그녀의 화에 대한 해결책은 ‘감정조절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화를 자꾸 삼키기만 하면, 억울함은 늘어날 것이고, 그 억울함은 또 어디로 흐르겠는가. 그녀에겐 무엇보다 남편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남편에게 자신이 무엇이 힘든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이야기하고, 또 남편의 마음도 들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직접 말하기 민망하면 편지를 써도 좋고, 혼자마시던 맥주를 남편과 함께 마셔도 좋고, 대화가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으면 부부상담과 같이 전문가를 찾아도 좋다. 그 외에 자신의 억눌린 화와 슬픔을 해소할 방법도 필요하다. 운동, 친구와의 수다, 일기쓰기등 보다 건강한 방법들이 많이 있다.


가족치료사 김영애 소장은 자신의 저서 <사티어 빙산의사소통>에서 “분노는 나의 존재가 무시당하고 상대방이 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판단될 때 느끼는 감정이다. 분노는 나의 존재를 보호하라는 메시지이다.”라고 했다. 화낸 자신에게 화내는 일은 이제 그만하도록 하자. 힘들어서 화가 삐져나온 건데 겉모습만 보고 혼을 내면, 그 힘든 마음은 누가 알아주겠는가? 자신이 무엇이 얼마나 버겁고 힘든지 그것을 찾고 해결하도록 하자.


by 지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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