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수 엄마는 요즘 남편 때문에 미칠 것 같다. 지난 2년간의 독박육아는 그렇다 쳐도,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역할도 안 하는 남편이 원망스러워, 하루에도 이혼 생각을 수십 번씩 한다. 경제적 영역에서 무책임한 것뿐 아니라, 집에 와서 말도 없이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화도 내보고 어르기도 해보았지만 모두 소용없다.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며칠전부턴 침묵시위까지 시작했다. 남편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기분 안 좋냐’는 말 한마디 없다. 연애할 때만 해도, 아니 출산 전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행복했는데, 우리 부부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어버렸을까.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날 때도 있다. 그렇다. 동수의 엄마아빠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사실 이 부부만 그런 게 아니다. 세계적인 부부치료사이자 ‘감정코칭’의 창시자인 존 가트맨 박사에 따르면 출산 후 3년 동안 세 쌍 중 두 쌍의 부부의 관계가 나빠졌다. 전보다 많이 싸우고 정서적 친밀감도 낮아지고 서로에 대한 적개심도 증가했다. 열정, 성생활, 로맨스 감정 또한 곤두박질쳤다.
출산이 부부의 결혼만족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부치료전문가 박성덕 소장은 ‘정서적 친밀감’의 부재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아이가 생기면 ‘할 일’이 급격히 늘어난다. 한편 수면의 질과 양도 저하되고 밥을 잘 챙겨먹지도 못한다. 그러니 둘다 육체적으로 피로해진다. 육체적 피로는 정신적 예민함으로 이어지고 상대의 작은 행동도 ‘눈에 가시’가 된다. 불만이 쌓이고 오해가 쌓인다. 할 말이 줄어들고 접촉도 줄어든다. 그렇다고 그걸 만회할 시간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아이가 옆에서 24시간 대기중이니 말이다. 그러면서 부부 사이는 왠지 어색해진다.
남편이 게으르게 변한 게 아니다. 아내가 쓸데없이 예민해진 것도 아니다. 그저 둘 다 지쳐있을 뿐이다. 휴식도 혼자만의 시간도 없이 ‘해야 하는 일’들에 시달리니 에너지가 고갈된 것 뿐이다. 이럴 때 ‘당신 왜 변했어’ ‘당신 나한테 관심이나 있어’하는 말들로 상대를 비난하는 것은, 원하는 것에서 멀어지는 지름길일 뿐이다. 그 사람이 문제 있는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상황이 고되어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그 인간을 뜯어고칠 것이 아니라(고쳐지지도 않지만), 부부의 짐을 더는 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부부가 휴식할 수 있는 여유를 조금이라도 마련할 수 있겠는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갖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외부에서 도움을 받는다면, 누구의 어떤 도움이 가능한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라. 외부에서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서로를 도와라. 주말에 한 사람이 아이를 전담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두세시간이라도 자기 시간을 가지며 기분전환을 하라. 친구도 만나고 산책도 하라.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부는 웬수가 아니라 동지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관계가 아니라, 화목한 가정이라는 공동의 목적지를 가진 파트너인 것이다. 상대가 비협조적이라고 해서 나도 비협조적으로 나간다면, 함께 타고 있는 배는 곧 침몰하고 말 것이다. 너만 죽는 게 아니라 나도 죽이는 짓이다. 그가 아무리 꼴보기 싫더라도 일단 배는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왜 나만 해야 하냐고? 내가 소중하고, 내 인생이 소중한데, 그 사람이 죽으면 나도 죽으니까 그렇다. 그렇게 급한 불을 끄고 나면 한숨 돌리고 물으라. ‘힘들지?’ 그리고 말하라. ‘나도 오늘 힘들었어’. 부부가 서로로부터 필요로 하는 것은 별 게 아니다. 작은 관심과 배려, 그거면 족하다.
- 2016. 3. 18 by 지혜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