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농장주

내 꿈은 이루어질 수 없다

by 농장주 Mel

3개월이라는 긴 휴가를 다녀온 후 다시 뉴질랜드에 돌아왔다.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으면서도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돌아가서는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나라는 걱정과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니 마냥 설레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기에 어떻게 서든 해내보자!라는 마음으로 출국을 기다렸다.


뉴질랜드에 돌아온 지 벌써 2개월이 흘렀고, 예상대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고작 파트타임 몇 시간으로 먹고 살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형편에 맞게 싼 집을 찾다가 들어온 이곳에서는 매일 벌레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개미, 파리, 바퀴벌레, 거미, 귀뚜라미, 딱정벌레 같은 거, 공벌레, 도마뱀 등등 유해하지 않다고 해도 난 이런 거 보면 소름이 끼친다. 보기도 싫고 만지기도 싫다. 개미, 파리, 다리 긴 집 안에 사는 거미 정도는 이제 단련이 돼서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바퀴벌레, 그 밖의 거미 등은 정말.. 화형 시키고 싶다. 도마뱀이 다 잡아먹어줘야 하는데 쓸모없어서 도마뱀 출입구를 막았더니 이제 도마뱀은 안 온다.


아침에 일어나면 틈새로 날아들어오는 벌레들 시체를 치우는 것으로 시작하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그 사이에 들어온 벌레들을 잡고 있고, 저녁에는 천장에 바퀴벌레가 없는지 확인하고 매일매일 벌레를 생각하다가 내가 벌레가 될 것만 같다.

1970년대에 지어진 나무집에서 사니 이 정도는 감내해야 하는 게 맞다는데 매일매일 이렇게 사는 게 너무 스트레스이다. 나타날 순 있어도 알아서 사라져 주면 고마운데 눈앞에 보이는 순간 소름이 끼치면서 혈류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 마치 벌레 알레르기라는 게 있는 것처럼. 이런 내가 어떻게 농장을 운영하고 싶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가축들이 벌레에 뒤덮여도 (물론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어떻게 못 할 텐데, 집에 더 많은 벌레가 들어와도 도망이나 칠 텐데...


그냥 한국에 신도시 아파트 같은 컨디션이 제격인 것 같은데 그러한 컨디션의 집은 비싸서 살 수 없다.

기술도 능력도 없어서 일자리도 못 구하고, 집 값은 쓸 때 없이 높기만 한 이 나라에서 내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기보다는 그냥 잘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지금의 나는 엉망진창이다.

살아남아 다시 돌아오는 그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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