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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농장주

건강이 최우선

by 농장주 Mel

해외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살다 보면 꼭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는 병원 시스템이 있을 것이다.

한국은 워낙 병원 진료 시스템이 잘 되어있고 병원도 많을뿐더러 이비인후과, 내과, 소아과, 정형외과 등등 세분화되어 있으니 내가 필요한 곳에 찾아가면 된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전에도 말했다시피 응급상황이 아니면 보통 GP(General Practitioner)라고 한국에서 가정의학과와 비슷한 개념인 이곳을 찾아가야 한다. 2년 이상의 워크비자 소지자, 영주권, 시민권자만 GP 등록을 할 수 있고, 첫 진료 때 비용을 지불하고 병원에 따라서 등록비용을 받는 곳도 있다. 나이에 따라서 금액도 다르며 13세 이하의 아이들은 무료인 경우도 있다. GP 등록을 하면 내가 병원을 예약해 놓고 가서 진료를 받으면 된다. GP가 진단 시 큰 병원을 가야 한다고 하면 소견서를 써준다.


나는 영주권을 받고도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GP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조만간 이 지역을 떠날 것 같은데 굳이 여기서 하고 나중에 GP 변경하는 게 돈이 이중으로 나간다고 생각을 했었다. 등록비를 당연히 내야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첫 진료에 한해서 무조건 지불을 하는 거였다. 그러다 며칠 전 Trigger Finger라는 손가락이 완전히 구부러 지지도 펼쳐지지도 않으며 통증을 유발한 증상이 나타났다. 업무상 손을 계속 쓰는 일이라 아무래도 이것에 기인한 것 같다. 이런 몸의 상태에 대한 것에 대해 겁이 약간 많은 나는 결국 응급실을 갔다. Triage (환자의 상태에 따라 긴급도, 증상의 심각성 등을 평가하여 치료 순서를 정하는 과정)와 간호사의 문진을 겪고 2시간 후에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GP 등록을 안 한 내 잘못, 일단 걱정이 앞서는 내 마음을 통해 이번에 겪은 것은 이 나라에서 아프다면 치료받는 게 꽤 쉽지는 않을 것 같고 신뢰를 가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병원 한번 갔다 오면 약을 몇 알씩 몇 묶음씩 주는 한국 의료 시스템에서 고작 이부프로펜과 같은 진통제만 주는 뉴질랜드 의료 시스템을 비교하면 장기적인 건강면으로 봤을 때는 후자가 낫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참고로 나는 과한 약과 건강기능식품은 독이 된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증상으로 약을 먹는 건 장기적으로 신체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뉴질랜드의 의료체계를 완전히 알지 못하고, 어떠한 장단점이 있는지 더 살아보면서 느껴봐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의 주변 사람들의 경험으로는 뉴질랜드에서 내시경, 치과치료 등의 한국에서도 비용이 좀 드는 것들은 비행기 타고 한국에 가서 치료를 받고 오는 비용이랑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해야지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을 계기로 효율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 내 건강에게는 꼭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괜찮아졌다 싶다가도 다시 일을 하니 손이 저릿하게 난 그래도 아직 젊다고 생각했는데 늙어감을 몸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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