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담 할아버지, 68세
성함이랑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50년생, 정해담.
할머님이랑 손녀랑 같이 나오신 거예요?
네, 손녀도 같이 데려왔어요. 세 살이야. 오랜만에 나왔다가 집에 가자고 했더니 손녀가 골났어. (웃음)
외발자전거를 타신지는 얼마나 되신 거예요?
올해 8월 15일이 5년 되는 거야. 내 허벅지가 씨름선수 이만기 쫓아갈라 그래. 운동도 하고, 내가 식성이 좋으니까 78kg란 말이야. 좋아요 좋아.
외발자전거 타러 자주 나오세요?
난 매일 나올 수도 있어요. 최고야 최고. 건강해. 그럼요. 여기 앞에 있는 팔달산에 하루에도 두 번가요. 예술이에요.
모자도 쓰시고, 카우보이 구두 신고 계셔서 패셔니스타 할아버지 같으세요. 저번에는 창룡문에서 뵀는데, 오늘은 월드컵 경기장으로 초대해주셨어요. 월드컵 경기장으로 초대하신 이유는?
아, 여기 나만 찍을게 아니고 나처럼 취미 가진 사람들이 여럿 있어서 여기로 오라고 했지.
팀으로 활동하세요?
예. 월드컵 외발자전거팀. 사람들 많을 땐, 14명까지 모여봤는데 요즘엔 잘 못 모여.
어떻게 외발자전거를 취미로 가지게 되셨어요?
초등학교 때 놀이터가 느티나무거든요? 느티나무 5m 높이에서 1,2년을 매달렸다가 떨어지고 그랬어요. 부모들은 농사짓는다고 잘 못 보잖아요. 어유 내가 뛰는 거 보더니 큰 일 난다고, 허리 다친다고 그래서 그때부터 안 했지. 나는 용접으로다가 중학교 졸업하고 성공한 사업을 했걸랑요? 십 년 전에 교통사고 났는데, 허리뼈가 골절됐다고 하더라고. 근데 엑스레이 보니까 나이가 먹으면 장애가 올 수 있다는 거예요. 앉아도 아프고 서도 아프고. 허리가 아프면 어떻게 할 거예요. 그러다가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외발 타는 걸 봤어요. 저 사람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지. 그러다 나도 해볼까 하고 시작한 거지. 그리고요. 집사람이 응원부대예요.
응원부대요?
아주 열심히야. 추우면 왜 안나가녜. 바람 불면 햇빛 있는 데로 가서 타면 되지 않냐면서 응원해줘요. (웃음)
외발자전거의 장점은?
건강에 좋고, 허리에 좋으니까 내가 권하는 거예요. 대단한 거야 이게. 내가 어렸을 때 시작했으면, 크게 성공하지 않았을까. 목소리도 커지고, 자신감도 생겨요. 외발은 열심히 하는 사람만이 탈 수 있거든요. 근데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오르막길은 힘드니까 평지에서만 타고 싶다고 하고. 내 손자도 텀블링을 잘해요. 이것도 가르치면 잘하겠다 싶어서 손자한테 외발자전거 몇 살 때 탈거냐고 물어보면, 옆에서 딸이 못하게 하지. 위험하다고. 근데 타보니까 위험한 게 없어. 두 바퀴 자전거는 상대방이랑 타면 다쳐요. 외발은 타다가 바로 내리면 되거든.
모든 국민이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끈기 가지고 해야 돼요. 한두 시간 안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한 달 정도면 돼요.
다른 취미도 있으세요?
외발 말고, 인라인도 타다 보니까 이렇게 잘 타게 되더라고요. 인라인도 내가 직접 만들어 타. 타는 거 보여줄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가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공통적으로 여쭤보는 질문인데요.
늙음과 죽음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
다른 사람들이 나보고 100살까진 무난하게 살겠다고 하더라고. 건강해서 아직까진 괜찮아. 죽음은 다 두려워하겠죠. 그래도 교회 다니니까 하느님 의존하면서 사는 거지 뭐. (웃음)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내가 더 감사하지.
잘 가요. 또 봐요.
산책하다 우연히 만나 뵈었는데, 너무나도 흔쾌히 반겨주셨다. 롤러브레이드와 손수 만드신 스케이트까지 보여주시며 많은 묘기를 보여주셨는데 모두 담지 못해 아쉽다. 유쾌함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시는 분이셨다. 할아버지 특유의 유머가 인상 깊었다. 날이 선선해지면 할아버지께 외발자전거 교습을 받아야겠다.
모든 기록은 회화, 영상, 사진 작업으로 10월과 11월에 전시됩니다.
#수원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코뿔소 프로덕션 #현지윤 작가
영상 촬영/ 편집 현지윤
사진 촬영 박태식
제작 지원 경기문화재단, 수원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