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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청로 로데 Jan 02. 2021

사실이 주는 담담함이 내게 필요했다.

작가를 만나다

개인적으로 곽한영 저자의 이름은 이곳에서 처음 접했고 책을 완독 하자 인터넷 서점에서 저자의 이름으로 출간한 다른 책들을 확인하면서 그의 글을 더 접해보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교사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정감 어린 어투가 이 책을 대할 때도 느껴져서 그의 생각을 더 알아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수집한 고서적 가운데 추려서 정리한 내용의 책들은 각 권마다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서 여기서는 소개하는 정도 하고 다음 기회에 감상평을 써볼까 합니다.



여행전 자신을 점검 ~

이 책 표지는 다크 초콜릿색을 배경으로  바랜 외국 고서적들이 꽂혀 있는 서고라는 인상을 풍기는 가운데 공중을 떠다니듯 붙여놓은 그림들은 ‘책 내용이 어두운가?’라는 의심을 자아냅니다. 

그렇게 만난 책 ≪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의 서문을 읽는 동안 지금까지 제가 쓰고 있던 글들이 책 서문 정도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어  글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독서의 시간이었습니다.



눈으로 읽는 책 여행


책의 저자는 수집가로서 책장에 꽂힌 책을 제목과 표지만 감상하기보다 책 속으로 들어가서 작품의 세계를 함께 여행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그 작품을 다시 읽지 않더라도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아, 그래. 이게 그거 였구나!’라고 공감하며 즐길만한 작품을 열 권을 선정 정리했습니다. 최소한 저 개인에게는 저자의 기대대로 충분히 공감하며 작품을 여행했습니다. 하지만, 여행의 뒤풀이를 어떻게 매듭지어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이 되는군요.


≪작은 아씨들 Little Women≫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톰 소여의 모험', '캔싱턴  공원의 피터 팬', '보물섬', '빨간 머리 앤', '하늘을 나는 교실', '안데르센 동화집', '곰돌이 푸 시리즈', ≪닐스의 모험≫까지 시간상 1880년대 초부터 1940년대 후반의 작품들 가운데 세계적인 작품들을 선정 정리해서 당시 시대 상황과 사회적 분위기도 엿볼 수 있도록 편집한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나열식이나 연도별로 혹은 베스트 순위로 이야기를 진부하게 풀어가지 않고, 각각의 책에서 받았던 인상들을 자신의 여행 경험 혹은 수집 과정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들과 엮었, 놓치지 않고  작가들 개인사와 그들에 대한 비평을 달아 놓았습니다. 만일 고전 작품에 대해서만 진술한다면 그거야말로 전시회 작품 해설과 다를 게 없겠지요. 그래서 저는 저자의 작품 가이드가 여행이라는 테마에 걸맞은 구성이라고 보았습니다.



사실을 마주하려면 어떻게 준비하면 될까요? 마치, 제주도 돼지고기가 왜 맛있나? 확인해보니 똥돼지였다는 사실까지 알아버린 식도락가가 마주쳐야 했던 상황 같은 것 아닐까요. 한 가지 더 비유하자면, 제주 오름에 대한 왜곡된 여러 해설들이 난무하는데도 오름이 주는 제주도 섬에 대한 향수를 더 갖겠다는 욕심 때문에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과도 비슷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솔직함과 마주쳐야 할 때, 


나처럼 작가 개개인에 대한 지식이 없는 독자라면 ‘솔직함’은 ‘폭로’라는 단어와 맞먹는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작품이 좋아서 작품을 만든 작가에 대한 평가도 상대적으로 높아지듯이 작품 세계에서 작가는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작가의 상처와 소망, 현실에 대한 정의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통해 하나둘 들춰지긴 하는 것 같습니다. 유난히 동화의 세계에는 에버랜드, 원더랜드, 이상한 나라 등을 작명하는 클리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작가가 만들어낸 세상 혹은 현실과 딴판인 세계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일까요? 가본 적 조차 없는 땅에 대한 향수를 어떻게 설명하면 납득할 수 있을까요?



이 책 79쪽에 <향수병>이라는 노래 가사입니다.

'난 향수병에 걸렸어.

내가 한 번도 가져 본 적 없는 집에 대한 향수병'



책을 읽는 행위는 내면을 가꾸는 가드닝에 가까울 것입니다. 책의 영향 아래서 무슨 생각을 하고 선악에 대한 가치판단은 그 사람의 생활을 통해 드러나는 현실이 되기에 독서하는 동안 원작가의 사실적 삶을 동시에 읽을 때는 관대한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도 자신들의 명성에 눌려 자신이 아닌 등장인물을 대타로 내보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일, "난 빨간 머리 앤을 좋아했지 작가 루이 모드 몽고메리를 좋아한 게 아닌데."라고 말하면 그게 모순을 갖는 말이 된다고 봅니다. 앤을 좋아하다 보면 앤을 창작한 작가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등장인물과 원작가를 따로 놓고 한 인물에게 애정을 갖는 것이 간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이 책에 열 가지 이야기에서 진정 친구가 되는 건 어떤 걸까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세상과 소통하는 작품과 그것을 만들어낸 작가의 개인사를 알게 되면서 저는 좀 생각이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작가 개인과 무관한 작품이란 게 있기나 한 것처럼 따로 떼놓을게 아니라면,  외눈박이로 작품을 보는 것보다 낫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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