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여윳돈 이란게 있긴한가
그야말로 하루살이 같을 때가 많았다.
대학원생들 절반은 기혼자 이다보니
사모들이 일을 하거나,
가족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주거나,
학자금 대출을 끼고 생활비를 메꾸는 일들이 허다했다.
학교 구내식당 운영자가 바뀌자 날이 갈수록 초라해지는 식단을 받아들던 친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한 곳은 바로 학교 앞 개천을 따라가면 보이는 복지센터식당.
우리가 그곳 식단이 황후의 음식인걸 인지한 이후로 당당하게 3천원으로 식권을 사서 센터 이용자들 속에 뒤섞여서 점심을 먹었다.
세미나실에서 볼 수 있는 긴 테이블이 아닌 쿠션감 있는 쇼파에 앉아 다음 강의시간을 체크하며 먹는 점심이라니 ㅡ
그 즐거움
하지만 불청객은 금방 들키는 법.
학생들이 센터 식당 밥이 좋네~
반찬이 짱이네~라고 쓸데없이 소문을 흘리자 입소문을 듣고 애들이 그곳으로 몰려가기 시작했고...
학생들 수가 늘어나는 추세로 보아 시설이용자들이 굶게 생겼다고 판단한 매표 직원이
처음엔 직원과 시설 이용자들에게 우선권을 주고, 사람 수가 남으면 학생들이 먹는 방법이라도 찾다가.
한달 쯤 지나자 학생들은 받지 않는다는 공고문을 큼지막하게 출입문에 써 붙였다.
다시 구내식당으로 쫓기듯 돌아온 우리는 교묘하게 교수 식당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교수들은 학생들과 지근거리에서 친해질 기회가 되서 좋아했지만...
역시 어딜가나 식당의 짱은 주방장인듯.
그곳에서도 밀려난 우리는 구내식당 불매운동을 고수하면서,
학교 주변에 들어서던 식당들을 메뉴따라 옮겨다녔다.
그저 배를 채우면 되는데...
기왕이면 가성비가 좋은 식당을 찾아다녔던 나와 친구들의 끼니 이야기.
오랜만에 그 때가 떠올라 혼자 웃고 즐겁다.
남이 차려준 밥상을 받는 기분은 각자 다르겠으나, '그런 밥이 맛있다'는 썰이 정설이 된 이유가 있을터.
그렇게 차려진 밥상은 그림의 떡이 아니라
실체가 있는 현실이니 떠먹는 작은 행위만 있어도 배를 불릴 수 있고,
그 맛이 어떻더라고 한 마디 거들수 있다.
게다가 눈물 섞인 은혜를 한 숟가락에 담아 떠먹으면 그 한 끼로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ㅡ행복을 먹는 목요일의 책방에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