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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청로 로데 Jul 06. 2022

누구보다 먼저 배우는 사람

가제: 예기치 못한 힐러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사람은 누구보다 먼저 배우는 사람이다.'




초순이다.


황금 중년의 미혼으로 육아 공부를 독학하게 된 2022년의 전반기가 지났다.


육아와 관련된 책으로 작은 인간의 성장 정보를 습득하는 것 만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가 어렵다. 아이들의 세계로 깊숙이 파고들려면 24시간 함께 생활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럴 형편도 된다.

그럼에도 양육자와 아이들을 볼 때면 '뭐라도 해야겠다'는 의욕에 자꾸 끌린다. 나를 끌어당겨 미열이라도 일으키는 촉매제는 아이들이고 또한 엄마들이다.



내가 엄마에게 궁금해서 물었을 질문들을 지금은 초보 엄마들에게 묻는다.

첫째 출산했을 때, 아이를 처음 보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으레'

그 '으레'란?

지금껏 당연하게 여겼던 '모성애'의 발현에 관한 엄마들의 반응을 짐작하는 나의 자세이다.

캥거루 새끼를 자루에 넣고 보행했을 포유류의 애틋함이 인간에게는 넘쳐흐르는 충만한 사랑이겠거니 믿어왔다.



뱃속에 '꼬무리'가 열 달을 채워 세상 밖으로 나오면 엄마 자신의 뱃속에 저리 큰 생명체가 들어있었다고 놀래나 보다. ('놀랜다'라고 쓰지 못하는 한계가 아쉽다.)

그리고 모든 엄마들이 갓 태어난 아기를 보자마자 처음부터 내 애기라고 감격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엄마가 되어간다'라고 말하는 것이겠다.

그렇지.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대상이 아니지. 엄마는 딸이었고 여자였을 뿐이었지.   아이가 생기고 출산을 겪고 육아하는 전 시간을 감당하는 사람을 '엄마'라 부른 것이지.



사뭇 나의 어리석었던 시선은 이랬다.

'초보 엄마라서 미숙한 엄마로, 엄마라고 부르기엔 덜 성숙한 사람으로 바라봤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과거 유행했던 관용구처럼, '엄마는 능력순이 아니잖아요.' 초보 엄마의 '초보'라는 잘못된 접두어를 빼도록 하자.


그냥 '엄마'만 있을 뿐이다.



그녀들은 결혼과 임신과 출산의 전 과정을 몸으로 겪어낸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과 비교할만한 경험치 자체가 없다.

경험의 유무로 혹시라도 나한테 육아에 관해서 뭘 모른다고 하면 모르는 건 맞다. 모르는 게 아는 것보다 수두룩하게 많다. 그래서 가르치기 전에 가장 먼저 배우는 사람이 된 거다.



현재,

나와 육아하는 엄마들은 비교하거나 경쟁 상대가 될 운명에서 비껴 나 있는 사람들이다.


 미혼에게 과연 아무렇지 않은 관계로 시작해 끝이 날 거라고 믿는가. 나와 엄마들 사이에 아기들이 있기에 친목회 모임처럼 끝나진 않을 것 같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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