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가 여름 전깃줄 안으로 들어왔다.
하루가 지나면 소나기가 내린다는데,
아무래도 저 꽃들 중에 몇 개는 떨어지겠다.
낮에 한 송이,
밤에 한 송이
행인이 보아도 한 송이
보지 않아도 한 송이
툭 툭!
털썩 주저앉는 노인의 엉덩방아 같기도 하고
보도블록 위에로,
폐타이어 곡선을 따라 아무 때나 떨어진다.
뿌리를 내려 몇 해 동안 살던 흙 위로도,
공기의 저항도 받지 않고
능소화가 툭! 하고 떨어진다.
대문 머리 위에 날개를 펼치고
아래로 축축 내려가는 가지와
기린 목을 하고 위로 위로 하늘을 향하는 꽃이 이야기한다.
'여름아, 더워도 함께 가자'
'하루 종일 같이 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