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청로 로데 Sep 29. 2022

책이 나를 살 찌우게

독서 에세이



분초를 쪼개어 살면 지난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만회될까 싶어이렇게 기도했었다.


 '주님, 과거는 더 계획하거나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 속으로 사라졌잖아요.  소용없어진 과거의 말과 행동들이요. 제게 남은 날수가 얼마일지 모르지만 지나간 시간에 대해 아깝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지혜는 구하면 주신다고 당신이 약속하셨으니... "네, 그걸 주십시오" ~'


그래서 한동안 나는 만회하기 위해 하루를 사는 어리숙한 사람이 되었다. '오늘은 어떡하라는 말이냐?'  지나간 것은 지나간 데로 놔두는 쿨함이 부족했었다.


내가 기도하고 구한 지혜는 타인이 나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경청하는 것을 통해서 오기도 했다.  나에 대한 쓴맛 혹은 단맛의 말을 듣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듣고 행동하기로 했다. 만약 내 결정이 잘못되었다면 오래 질질 끌지 않고 가던 길 돌아서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길 바라면서 말이다.  



근래 나의 루틴은 게으름과 컨디션 저조로 계속 한의원을 출입하는 거였다. 기운이 나지 않아 갑자기 무기력해지다가 어지러웠고, 손가락 통증이 심해지거나 완화되다를 반복했다. 내 몸인데 아픈 이유를 몰라서 왜? 어디가 안 좋으냐? 묻는 사람들한테 딱 떨어지는 병명도 증상 원인도 설명하기 어려웠다. (지난주부터 차츰차츰 원기 회복이 되고 있어서 다행이다.)



컨디션 난조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도서관에서 대출했던 책 세 권의 절반만큼씩 읽고 반납했다. 반납한 책을 뒤로하고 그냥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어야 했는데, 나는 다시 책장을 누비며 눈길이 닿는 권의 책을 선택하고 대출했다. 지금까지 읽어 도서들과는 다소 생경한 분위기의 주제와 글들인데도 관심이 가는 책들이었다.

오늘은 그중 하나를 가방에 넣고 외출했다.  최윤정 작가의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가 그것이다. 298쪽의 책 부피를 손대중으로 붙잡으면서 '이만한 분량의 글을 쓸 수 있다니~'라며 작가가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나아가 고맙기까지 다.

목적이 있어 이 책을 읽어보자고 정했는데.. 나의 첫 반응은 작가에 대한 칭찬이었다. 평소 같으면 책을 읽는 중간이나 책을 완독하고 덮기 직전이 되어야 작가를 떠올렸는데. 독자로서 나의 책 읽기는 계속 방향 없이 변하고 있나보다.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신영복 선생의 유고집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는 대출 하기보다 구입했다. 동요 가사가 제목인 것처럼 수감 중에도 그분의  마음이 각박해지지 않았던 인고의 세월을 간접적으로라도 전달받고 싶어서다.




ㆍ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

남종영 기자의 제주 남방돌고래 이야기 책도 구매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책 구매에 기여한 드라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최재천 교수의 영상 덕분이다. 내 고향 제주 바다를 헤엄치고 생활하고 있는 남방돌고래들의 동물복지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 없는 나의 시선을 바다로 확장해준 책일 것이다.




ㆍ단번 도약, 북한 마스터플랜

《유라시아 견문 1.2.3》로 알려진 이병한 작가의 책들을 가급적 다 읽고 싶은 독자인 나로서, 다소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책은 바로 《단번 도약, 북한 마스터플랜》이다. 북한의 인민기를 연상케 하는 책 표지의 강렬한 파랑과 빨강이 눈을 찌를 듯이 확 들어온다. 글에서 거침없는 작가의 지력과 필력을 볼 수 있다. 서문을 읽는 와중에도 독자를 끌어당겨 얼른 읽어야겠다며 입맛을 다시게 된다.



ㆍ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최윤정 작가의 이 책을 필두로 더 많은 그녀의 책을 읽을 것 같다. 육아  경험이 있고 없고의 차이점을 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나에게 최윤정 작가가 쓴 비평집이나 번역서와 이 책이 쓸모 있기를 바라고 있다. 아니, 아주 유익한 글이 될 것 같다.

엄마들과 함께 답을 찾는 것보다 우선으로 '책으로 걷어지는 (각자의) 길'이 보이길 기대하고 있다.




최근 나는 본격적으로 독서코칭을 진행해볼 생각에 사무실 공간 일부를 전대차 계약을 했다. 이번 주초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신청했고. (할 일을 계속 만들어 내는 화수분 같은 머릿속에서 앞으로 독서코칭을 진행할 생각에 몰두한 상태이다.)


작년 봄부터 5개월 동안을 육아하는 엄마들과 그림책을 읽었던 경험은 독서코칭에 디딤돌을 놓는 기간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코칭을 업으로 삼으려던 계획이 없었던 나는 9월 대부분의 시간을 독서 공간 꾸미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미래는 더욱 불투명한데 이 상황에서 책으로 현실의 안개를 걷어내고 다음을 향해 한 걸음씩 길을 걷긴 걸어야겠는데. 길을 열어야겠는데..



ㆍ앞으로 읽고 싶은 책들이 책상 위에, 침대 위와 책꽂이 이곳저곳에 놓여 있다.



작가의 이전글 추석 202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