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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청로 로데 Sep 12. 2022

추석 2022


난 자리


아침 밥상 위에서 비어진 그릇들이 깨끗이 씻겨 넓은 소쿠리에 엎어져 있었다.  

동생과 조카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엄마의 집밥을 먹고 남긴 흔적들이 어느새 설거지 거리가 되었다. 

작년에도 그랬듯, 올해 설거지도 '난 자리' 흔적들을 물로 씻어내기가 아쉬웠다.

밀리는 고속도로 위를 부지런히 달릴 자식 생각에 출발 전부터 부모는 아이들이 도착했단 연락을 듣기 전엔 잠들 수 없다.





<오느른> 영상 캡쳐


만추


밤잠을 자는 동안 달이 차오르고 가을이 소복하게 내린다.

아파트 화단에도 가을 풀벌레들 소리가 밤공기를 깊고 깊게 채우고 있다.

추석이 지나니 그릇장에는 이틀 전 끄집어냈던 그릇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 다시 포개지고 줄을 섰다.

다음 설날에도 동생과 조카들이 먼 길 달려와서 그릇에 담길 엄마의 손맛과 마음을 맛보게 되길 기다린다.





EP.25  오느른 영상 캡쳐


떨림


사무실 한 귀퉁이에 북까페를 꾸미고 싶어서 눈에 들어온 영상들을 붙잡고 있다.

가을운동회 달리기 출발선에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콩닥콩닥 두근거리던 가슴!

작은 심장이 달려갈 아이의 두려움을 대신 뛰어주던 달리기!

지금의 내 심장소리는 아이의 그것과 달라서 겁이 난다.

골인 지점에서 연필 한 자루라도 받아 즐거운 기분에 함박 웃음짓던 아이는 다시 어디론가 달려야 하기에 심장이 콩닥콩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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