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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청로 로데 Nov 29. 2022

날씨가 추워져~

무제

하랑하랑 비가 내린 게 어젯밤부터다.


 퇴근길에 부슬부슬 내리는  속에 빗방울을 둥글게 굴리기만 했던 거미줄이 정겨웠다.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바람이 어디로 지나가든 개의치 않고 사방으로 왔다 갔다 한다. 바람 기분에 맞춰 흔들리고 있으니 버텨내는 것이란 생각을 해봤다. 비가 내리면 젖어서 끊어질 것 같아도 가로등 불빛에 적나라하게 집 구조를 드러내는 거미줄이다. 눈 내리는 겨울에도 어김없이 가로수 가지 높은 위에 얹혀 있을 거미줄이 반가운 날도 있다. 가끔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처지가 거미가 친 줄 같기도 하고, 내가 속한 사회가 저 거미줄을 닮은 것 같기다.


내일 이천이십이 년 십일월 삼십일부터 추워진다는 안전 문자가 세 차례 징징대며 들어왔다. 과연 문자를 보낼 정도의 추운 날일지가 궁금해서 오늘 나는 내일이 기다려진다.


하루가 일찍 시작되는 날은 귀 밝은 날인 것 같다. 욕실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는 날에는 여러 번 잤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기상한다. 매일마다 너무 이른 새벽 시간, 3시가 넘어갈 때쯤 아버지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신다. 그 시각에 내 귀가 열리는 날들을 세보지 않아도 아버지는 매일 목욕을 하시는 게 분명하다. 예전에 제주도 벌초를 마치고 귀가하셨을 때, 하루 목욕 못했는데 몸이 너무 찝찝하다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  아버지의 하루 루틴의 시작이 샤워가 된 것 같은데... 몇 년도부터 저런 습관을 들였는지 당신은 기억하시는지 궁금하다.


욕실과 내방이 벽 하나로 이웃해 있어서 샤워기 손잡이를 잡는 덜커덕거리는 소리부터 아버지의 헛기침 소리, 변기 뚜껑 닫는 소리, 타월로 몸을 빡빡 밀어대는 손의 강도까지 들릴 때도 있다. 나는 아버지께 한 번을 묻지 않은 질문을 조용히 속으로만 묻곤 한다. 대답이 듣고 싶었다면 진즉에 질문을 했을 텐데... 아직도 묻지 않은 건. 내가 아버지의 하루 루틴을 속속들이 꿰고 있어도 행동 패턴의 속뜻까지 알아야 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마치 아버지가 나한테 시시콜콜한 것까지 궁금해하지 않는 것과 흡사하다.



(기회가 되면 이어서 써보겠습니다. 시월부터 시간 내기가 힘드네요...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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