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청로 로데 Jul 02. 2023

이곳에서 사는대로 여행한다

여행과 기록 ..



D-8

:

    벼락부자와 굳이 공통점을 한 가지 찾으면 최근에 나도 부자가 된 것 같다. '돈 부자' 말고 '사람 부자' 말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라오스에 있는 친구를 언제 볼 수 있을까? 생각하던 . 용인에 사는 친구에게 '우리가 라오스로 가서 보면 되지~'라 말한 것이 여행을 가게 된 계기가 됐다. 무슨 일이든 결정하면 실행이 빠른 우리 두 사람은 곧바로 항공권 가격사이트를 검색하면서 적정 가격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3월에 항공권 예매를 하고 넉 달을 보냈다. 여행이라면 풍선처럼 가슴 부푼 기대감이 있을 법도 한데 큰 동요 없이 지냈다. 아마도 우리가 청춘은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도 하거니와 청년 시절 이미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던 경험 때문에 감정이 널뛰지 않은 것 같다.


6월로 접어들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라오스 여행' 일정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름은 가명)

은희, 연자, 미연이, 그리고 태정, 하선, 정수, 영숙이가 나한테 봉투를 건넸다. 그네들은 무슨 부끄러운 일을 저지른 사람처럼 하나 같이 수줍어하며 말 더듬이처럼 얘기했다.  

"얼마 되지 않는데~ 라오스 가서 친구랑 맛있는 거 한 끼 정도 먹을 수 있으려나..."  

나 역시 말을 더듬거리며 감사했다.

 '여행 간다고 괜히 떠벌린 것 같다. 조용히 사라졌다가 나타났으면 그들도 나도 이리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거였는데. '


"아니~~ 나 여행 가는데... 어쩌다가 봉사하러 가는 사람이 되었네요. 흐흐::"

"여행 가는 사람한테 용돈 주는 사람들이 어딨 어요?... 거참! 가서 쉬다 올 건데, 봉사하다 오게 생겼네요."



구 선생과 박 선생은 맛있는 저녁 한 끼를 샀다. 경희 씨는 자기 아이가 갖고 놀던 인형과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싹 쓸어 담아 와서 내게 주었다. 옷가게를 하는 박여사는 아이들 칫솔과 모기퇴치제와 선크림을 한 보따리 내게 안겨줬다. 주는 데로 넙죽넙죽 받아온 물건들을 집으로 갖고 와서, 원래 끌고 가려던 일주일치 여행용 캐리어에 그것들을 차곡차곡 쟁여넣었더니 잘 들어갔다. 단, 내가 갈아입을 옷가지들과 소지품들을 제외하고는 확실히 짐정리가 되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예정에 없던 대형 캐리어를 새로 구입했다.  펼쳐놓은 캐리어 한 면을 선물로 채우니 남은 반쪽 공간이 넓어서 여유가 남을 것 같다. 라오스에다 짐을 다 부리고 나면 대형 캐리어에 지푸라기라도 실어와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라오스의 신선한 공기라도.








작가의 이전글 자연스러운 건 익숙해졌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