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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청로 로데 Jul 08. 2023

라오 여행의 전초전, 부산에 들렀다

라오 여행의 기록 2




D-4 


"시외버스의 맛"


"이래 직행버스를 타야지 맛이제~ 그라고 지하철을 타야 제맛이제~"


 리는 자조 섞인 소릴하며 버스에서 지하철로, 지하철에서 버스로 환승을 거듭하며 목적지를 해 움직였. 울산 공업탑에서 직행버스나 좌석버스를 타면 부산 노포동터미널까지 대략 40~50분이 소요된다. 포장도로 위를 달리는데도 버스는 심하게 앞뒤좌우요동쳤다. 운전기사는 졸음을 몰아내려는지 요철 위를 달렸다. 불편함이 목까지 차오르면 기사한테 묻고 싶었다. 그동안 이런 버스를 이용했지만 오늘은 기분에 거슬릴 정도로 버스가 흔들린다고 느꼈다.


덜컹거버스가 노포동터미널 옆 정차장에 멈춰 섰다. 버스에서 내리자 훅한 더위는 우리를 급히 지하철 역내로 몰아넣었다.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각자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다.  지하철 개찰구 카드 대는 곳 앞에서 살짝 확신 없는 어설픈 몸짓. 그 찰나에 우리 쪽을 응시하는 눈 안에 쓰인 글을 읽었지 뭔가.  '저 아지매...'  툭툭 끊기는 나들이객의 서툰 동작들이 오늘 우리가 연출해 낼 예견된 모습이다.

 





"밥벌이가 사람을 낳고..."


밥벌이를 위해 시작한 독서모임이 일 년의 절반을 지났다. 책 속으로 도망쳐서 그곳에서 위로를 찾기도 했던 그동안의 시간을 끝냈다. 마침표를 찍는 것부터가 나를 위로했다. 일 년의 반을 돌면서 틈틈이 부산을 왔었다.

일정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게 날 붙잡으며 보낸 시간들이 답답함으로 탈바꿈하는 사이. 나의 정서들은 건기에 땅바닥 갈라지듯 금이 가며 마른 강줄기가 되어 길게 뻗어서 자랐다.


 올 때마다 인공호흡기가 되어준 부산에  남포동, 국제시장, 보수동 헌책방들. 내가 지나갔던 궤적을 따라 독서모임에 참가했던 독서인들을 대동하고 부산을 둘러보려고 왔다. 나들이 길에 숨은 가벼움을 몸으로 만끽하고 다.


오늘의 나들이는 깃털만 한 가벼움만이라도 느끼면 좋겠다. 적하는 곳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그럴 수 없어도  거다. 





"다르지만 비슷한 길"


노포동 종점에서 출발하는 1호선 지하철을 탄다. 50분쯤 지나 '중앙역'에서 하차한 후, 7번 출구로 올라가서 직진하면 나오는 버스정거장에서 81번이나 40번 버스에 탑승한다. 두 정거장을 가면 버스 안내방송에서 '보수동책방골목'이란 소릴 듣고 하차하면 된다.  이것이 나의 부산 나들이의 루틴이다. 책방 골목에서 책이나 엽서나 그림들을 사고서 횡단보도 반대편에 '부평깡통시장'을 따라 바닷가 방향으로 내려가면 국제시장과 남포동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


코로나19로 유동 인구가 줄어든 2020년 여름에 처음으로 나는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을 방문했었다. 열 개 남짓 책방을 지키고 있는 주인들이 무림의 고수처럼 보였던 곳. 노포의 상인들이 묵힌 책들 사이에서 사람을 맞는 곳. 그래서 나는 시간에 묵힌 장맛을 보러 온 손님이 되었다.

 올드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올드해져 가서 그런지. 나는 내가 살아온 사물과 장소와 함께 늙어가는 걸 확인하러 오는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아직은 건재하고 그 노익장으로 노포라는 이름을 갖게 된 현재를 구경하러 온 것일지 모른다. 이곳에 와서 나이 드는 내 얼굴을 보고 가기에 '다음에 다시 오겠다' 인사말 한 마디 남기고 돌아서는 것일지도.







 리가 다시 만나면


6월 독서모임 한 달이 끝났다. 중년의 독서인들 넷이서 한 달이라도 하자며 시작한 모임이었다. 목요일팀 한 달 모임은 갑자기 시작된 터라 한 달 동안 네 번 만났고 모임이 끝났다. 


목요팀과 함께 읽은 <연금술사>와 <어린 왕자>는 나눌 때마다 맞춤형으로 각 그룹게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화수분 같았다.  여러 번 읽을수록 책은  내게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내게 질문하기를 기다리는 멘토 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 미래가 궁금해서 물었다. "오 년, 십 년 이후에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면 그땐 또 어떤 마음일까? 지금과 다르지 않을까?"  



여섯 개의 소행성에서는 몰랐던 길들이기, 관계, 친구의 의미를 배우는 건 중요해 보였다. 그 의미와 가치를 알게 된 곳이 지구라는 사실도 중요해 보였다. 지구 혹은 지구인(사막 여우)이 가르쳐준 메시지는 그렇게 관계적인 것이고, 나눔이고, 자신이 있어야 할 행성으로 가야 된다고 알려줬다. 사막 여우는 쿵푸 펜더의 시푸(스승) 같은 등장인물이었다. 사막 여우의 코칭으로 길들이기를 학습했던 어린 왕자의 노력에 코끝이 찡하고 .


왕자에겐 유일한 존재였던 꽃이 지구에는 수천 송이가 있어서 누구나 자신에게 소중하고 유일한 꽃을 만날 수 있겠다. 누구나 자신의 꽃을 선택하고 긴밀해질 수 있는 기회가 넘쳐나면 좋겠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읽었다.


수 십억 명의 사람이 살고 있는 지구는 여섯 개 행성에서 만난 사람들의 부족함이 큰 결핍 같아 보이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 않을까. 여섯 개 각각의 행성에 혼자 있으니까 부족해 보였던 게 아닐까. 위에 살던 왕, 술꾼, 가로등지기, 천문학자를 각각의 소행성에서만 살도록 하면 그들은 자신의 왕국은 소유하겠지만 현실은 섬에 유배된 인물이 되는 거 아닐까.  






20237월 6일 나들이 끝!


라오스 여행 D-4.

여행 출발 나흘 전에 우리는 나들이를 했다. 이번 나들이는 라오스 여행의 한 일정이 되었다. 함께 노포를 돌아다니며 중년의 우리들은 맘이 편했다. 마음을 비우기도 했고 고민을 멈추기도 해서 맘이 편했다. 동주여고가 번화가 중심에 위치했다는 이색적인 배치 때문이었는지, 도로 끝을 따라 산꼭대기를 덮은 달동네가 보이는 것 때문인지, 맘도 기분도 홀가분해졌다.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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