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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청로 로데 Jul 19. 2023

LAOS, 라오스는 처음이라

라오 여행의 기록 3


아직 내 생에서 '처음'인 여행을 떠날 수 있다니 감사한 일이다.





어느 곳으로 향하든지 떠나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게 여행이다. 물론 모든 게 생각한 데로 잘 풀리지 않을 수 있지만 여행은 떠나볼 만한 선물 같은 것이다. 떠나길 잘했다고 자조 섞인 위안을 할 수 있는 게 여행이다. 

라오스 첫 여행의 여운이 모락모락 남아 있는 지금이 그곳에서의 느낌들을 생생하게 말할 때인 것 같다. 인상 깊은 상황들을 의식의 흐름대로 기억하는 만큼, 감동받은 만큼 필름을 되감듯 천천히 정리해 본다.


오스에서 5박 6일은 서사가 없는 나에게 색적이고도 강렬한 경험이었다.


 이야기를 하려고 카운트다운을 시작한 날이 D-8(7월 2일)이었고,  그다음이 D-4(7월 6일), 그리고 7월 10일(월) 출발해서 7월 15일(토)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5박 6일간의 일정이었다.








 구름에 감탄하고, 거미줄처럼 얽힌 전신줄에 놀라고, 도로 차선이 없이도 달리는 차들과 역주행 차들에 더욱 놀라고, 저렴한 값으로 라오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그곳 물가에 놀라고... 라오스는 놀랄만한 일들이 널려있다. 그런 걸 보면 사람이 수고하지 않아도 감탄할 일은 정말 많은 것 같다.  






다가가면 만나고, 만나면 흔들린다.  


낯선 문화에 대한 기대감은 이번 여행에서 후 순위였다. 정다운 친구 얼굴을 보는데 9할 이상을 걸고 준비했던 여행이었다. 그래서 기분이 들뜨지 않았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러 마실 가는 분에 가까웠다. 


내 노력이 들었던 건 여행 5개월 부터, 필요한 물품들을 하나둘 준비하는 것뿐이었다. 너무 아는 게 없어서 그랬는지 6월 말이 될 때까지 끝내놓고 가야 할 일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전반기 북청로 독서 모임도 종강했고, 진즉에 약속했던 부산 보수동 책방 투어도 기분 좋게 다녀왔다. 해외여행 갔다 온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낸 덕에 지인들이 대접해 준 맛난 식사들을 투어 하듯 먹었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얼굴 볼 건데도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배려를 받으며 라오스 여행에 시동을 걸었다.  혹시라도 라오스행이 취소되면 안 될 이유들이 마일리지로 차곡차곡 쌓여갔다.  가야 할 나라, 라오스가 되었다.


나는 관계와 먹방 투어로 시간을 보내느라 정작 라오스에 대한 정보 찾기에는 열을 내지 못했다. 다행히 함께 가는 친구가 부지런한 성격이라 정보에 관한 한 대부분을 친구에게 기대게 되었다. 사하게도  내가 친구 복이 많아서 덤으로 얻은 게 많다. 가 했던 건 '그래서. 그게 뭔데? 아~~' 정도의 추임새를 연발하는 거였다. 여행할 때도 그렇겠지만 여행에서 정말 중요한 요인은 누구와 같이 하느냐 일거다.  




가장 인상었던 건 구름이었다.

구름! 구름이 맞다.

모국에서 본 적 없는 구 거기서는 어딜 가나 있었다. (*지금도 있을 거다.)

사진 안에, 풍경 속에, 도로 위에, 친구들의 걸음과 함께 구름이 펼쳐졌다. 라오스는 구름맛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내 눈이 보호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계절마다 찾아오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달고 생활하는 한국 사람이 쾌청한 날씨와 자연으로 호사를 누렸던 기회였다. 비록 강렬한 햇살을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구름 아래 걸어가는 게 좋았다.


구름 아래로 언뜻언뜻 보이는 메콩강 지류들 주위로 마을들이 점점이 흩어져 있었다. 하늘 위엔 성층권 안에 뭉게구름들이 능선처럼 멀리 그리고 가까이 겹치다가 나뉘었다. 그 구름 덩어리들의 아름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하늘 위에서 만들어진 광경은 지나치는 속도가 느리게 느껴졌다. 행기는 보통 지상에서 10Km 높이를 비행한다고 한다. 높이 올라갈수록 공기밀도가 낮아지니 비행 속도는 일도 실제 속도는 느리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렇게 지상 위 10km를 한국에서 라오스까지 3,178km를 비행했던 거다.



한 시간 전의 구름부터 일분 전 구름까지 일일이 모두 담아내진 못해도 내 눈에 예쁜 구름들을 카메라에 담아보려고 애를 썼다. 기내에서 내가 가장 활동적으로 할 수 있었던 일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비행기 안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구름 사진을 열심히 찍어댔다.



7월이 라오스에서는 우기라지만 여행 기간 동안 큰 비를 만났던 적은 방비엥에서였을 뿐이다. 수도 비엔티엔에 위치한 여행자 거리 근처 숙소에서 사흘 째 되는 저녁에 두어 시간 스콜이 쏟아진 것 외에는 계속 날씨가 좋았다. 우기에 대비해서 여름 장화를 미리 구입했던 친구는 챙겨 오지 않았고, 현지에 장화가 더 다양하겠지 하고 방심하던 나는 결국 장화를 구입하지 않았다.

 *준비했다고 다 챙겨가는 건 아니다.


라오항공기가 7월 10일 오전 9시 25분에 이륙해서 서쪽 방향으로 날기 시작했다. 기내 좌석 앞 모니터는 ON이 되지 않은 채로 구색만 갖춰져 있고, 다리를 접고 앉아도 반쯤은 붕 뜬 다리에 지가 날 것 같은 좌석은 그냥 힘들었다.

리가 배정받은 좌석이 나란히 6A와 6B였으나 한 끗 차이가 아쉬웠던 자리였다. 바로 앞자리 숫자 5로 시작하는 5A, 5B ~5F는 스크린 앞이라서 발을 몇 센티미터 더 뻗을 공간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을 가면 돈 몇 센트에, 여윳자리 몇 센티미터에 맘이 상하기도 기쁘기도 해서, 사람이 단순해지고 유치해지는 게 여행이기도 하다.


 *혹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일찍 자리 배정을 받는다면, 5 라인에 앉을 수 있을 텐데...


몸을 돌릴 틈이 별로 없는 자리에서 친구랑 구멍가게에서 물건 찾듯 테이블을 내려서 식사를 받고, 음료를 놓고 먹었다. 다섯 시간을 뒤로 젖히지 못하는 의자에서 직각으로 앉아서 잠을 청한다는 건... 여건이 허락되그나마 잠들 수 있는 그런 잠을 불렀다. 점 몸이 경직되어 갔다. 내릴 때 자리에서 일어서기도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았다.





막막하거나 자유하거나, 그 중간 어디쯤


우리 두 사람은 용감하게 로밍서비스를 받지 않고 탑승했다. 최소한 기내 좌석 모니터로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을 거니까. 그런데 너무 당연한 옵션이 에러가 났던 것.

내가 앉은 좌석 정면 모니터는 모형은 있고 스위치는 켜지지 않았다. 풀옵션으로 달아놔도 작동되지 않는 장치들은 그야말로 그림에 떡이다. 이 항공기가 라오스로 운항 중이고 그게 사실이라면 도착할 때라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항공기 운항에 관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장이 승객들이 가려는 목적지인 라오스 공항에 내려줄 거란 믿이 필요한 시간이다.

믿음이 있어도 어디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중국 영공을 지났지, 윈난인지 베트남인지 서남북이 막힌 테 없이 탁 트인 하늘에서 문명의 혜택이 없을 때 찾아오는 건 막막하거나 자유하거나. 둘 사이를 진자의 구슬처럼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어느새 항공기가 라오스 영내로 진입했는지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다섯 시간가량 자기 좌석에 붙박였던 승객들이 하나둘 짐을 내릴 움직임이었다. 그 상황에서 도착시간을 확인하니 예정보다 한 시간 빨랐다.

'기류를 잘 탔다'하나? 공기항공기 뒤를 밀어준 덕분에 LAO 항공기Wattay 공항에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했다.

짐을 찾으면 곧바로 나갈 수 있어서 바로 근처 환전소에서 라오스 낍(화폐단위)으로 바꿨다. 영수증에 찍힌 숫자를 한국화폐 단위로 읽으면 우리는 어쩌다 부자가 되었다. 사실, 몇 백만 원의 지폐를 받아 든 현실은 계산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지폐마다 한국보다 동그라미가 한 개씩 더 붙었을 뿐인데. 겨우 한 개가 아니라 엄청난 혼돈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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