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바람이 지나는 나뭇가지 위에는 한파에도 붙어있는 낙엽들이 재몸 가누기조차 힘겹도록 흔들린다.
아버지가 그립다
엄마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오늘도 제주를 지나고 있는 바람은 너른 섬 곳곳을 마음대로 휘저어놓았으려나
쓸쓸한 기분을 남탓으로 돌리려 지난주 괴롭힘 당했던 소소한 충돌을 이유 삼는다.
욕심을 요청으로 포장해서 선물처럼 내밀던 손을 떠올려본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 모든 것들이 지금 내 쓸쓸함의 원인이었을지
나는 전화 버튼을 누른 뒤 연속으로 녹음 버튼을 눌렀다.
아버지가 전화를 받으셨다.
"뭐하고 계신데요?"
"뭐 좀 쓰고 있었지."
"글만 쓰지 말고 다른 것도 하세요."
"다른 거 뭐?"
"다리운동도 하고 밥도 먹고.."
아버지가 웃으셨다. 밝은 소리다.
"여긴 바람 많이 부는데 거긴 어때요?"
"화단에 화초 심었는데 바람 때문에 모가지가 꺽이기 직전이다."
"화초만 심지 말고 채소도 좀 심지 그래요."
"채소는 좀더 있다가 심을거다."
"알았어요. 그리고 저 3월에 갈께요. 잘 지내세요."
"그래, 알았다."
쓸쓸함이 누그러지고 있다.
남탓할 기분이 아니었다. 보고 싶은 이의 안부를 물으면 해소되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