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내가 선택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by 임수정


아이가 내 뱃속에 생겼다.

소중한 것

소중한 것


엽산을 챙겨먹고

몸에 나쁜 것은 일체 하지 않았다.

무알콜이라도 탄산은 좀.

아무리 바빠도 영양제는 꼬박꼬박.


먼지투성이였던 직장과도 안녕.

그렇게 첫 아이를 낳을 준비를

단단히 했다.

석 달,

아홉 달,

열 달.


자그마한 아기가 내 뱃속에서 나왔다.

지내기에 괜찮았니?

네가 지내기에 허름하지는 않았는지, 미안.

아빠와 다투는 소리를 듣지는 않았니?

세상과 만나기도 전에 그래서 미안.

내가 엄마노릇을 잘 할 수 있을까?

배운 거라곤 네게 필요없는 지식들뿐이라, 미안.


아기를 낳고 나니

1등급을 받기위해 배워야 하는 것에 해당이 안되던,

필요없다고 생각했던, 쓸모없다고 여기던

집 꾸미기 능력,

뜨개질 능력,

아이와 놀아주기 능력,

웃기기 능력,

잠 참기 능력,

화나는 거 참기 능력,

이해가 안되는 상대와 소통하기 능력이

어찌나 아쉽던지.

온통 안 배운 것들 투성이잖아.


그렇게 조심조심 아이를 기다리고 만난 지 십 년.

지내기에 괜찮았니?

내가 엄마노릇을 잘 하고 있니?

혹시 너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 적은 없었는지

염려가 돼.

엄마가 부족한 것이 많아서.


너의 친구들을 뚝딱뚝딱 만들어 줄 수 있을만큼

사교적이지도 않고,

집안일도 못하고,

능력이 없는 엄마이지만

엄마는 엄마가 가진 가장 귀한 것을 네게 주었어.

바로 시간이야.

시간은 돈을 주고 살 수 없어.

시간은 얼마를 지불한다 해도 필요한 때에 다시 그 때로 원한다고 해서 돌아갈 수 없어.


엄마가 줄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을 주었어.

물론 잘 한 걸까 많이 걱정돼.

혹시 잘못한 선택을 한 건 아닐까 많이 두려워.

시간 대신 다른 것을 주었어야 할까 하고 말야.


네가 가난을 알까? 엄마는 알아..

네가 포기를 알까? 엄마는 아주 잘 알지.

시간을 선택하면서 가난과 포기를 알 수밖에 없게 되었지만 후회는 없어.


그래도 엄마는 삶의 순간마다

엄마가 가진 가장 귀한 것들을 너희들에게 줄거야.

그것이 생각이든, 시간이든, 물적인 무엇이든

가장 좋은 것을 주기 위해 노력할게.

작가의 이전글나한테 왜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