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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사이어티 May 03. 2021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들

밑미 손하빈 대표 / 금종각 이지현 대표 인터뷰

여럿이 같은 업무 공간을 사용할 때, 모두가 만족하는 환경을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각자의 성향과 취향, 날마다의 컨디션이 다르니까요.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만족하는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공간의 구조나 가구 등 물리적 요소뿐만 아니라 조직의 문화, 전반적인 분위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고민하는 두 분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어디서든 일해도 괜찮은 문화를 꿈꿔요.

밑미 손하빈 대표

최근 뚝섬 쪽으로 사무실을 이전하셨다고요. 밑미 팀원들은 어떤 환경에서 일하나요?

작은 사무실을 얻었어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이다 보니 물리적으로 만족스러운 업무 환경을 갖추긴 아직 어렵고요. 대신 모두가 자신답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수평적 관계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게끔 하고,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각자 원하는 공간에서 일하는 등이요.

사무실은 구성하는 사람의 성향에 맞춰지기 마련이라 결국 몇몇에게는 불편한 점이 생기게 돼요. 약간의 소음이 있는 공간에서 집중이 잘 되는데 반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처럼요. 컨디션에 따라 같은 환경도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고요. 매일 듣던 음악이 유독 예민하게 들리는 날이 있잖아요. 그래서 본인의 의사와 상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불편한 점을 말할 수 있는 문화, 의견을 말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상태를 만드는 거죠. 그런 문화가 만들어지려면 대표인 저부터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오늘은 컨디션에 맞춰서 집에서 근무할게요”라고 먼저 이야기해요.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는 익숙해졌지만,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목적으로 하는 리모트 워크는 여전히 낯선 것 같아요. 선뜻 엄두를 내기도 어렵고요. 밑미에서는 어떻게 활성화하고 있나요?

리모트 워크가 가능하려면 기술적인 문제보다도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이 구축되고, 소속감이 형성돼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각자 자신의 일을 확실하게 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죠. 그래서 조직 문화가 없으면 리모트 워크를 잘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연대감 없이 떨어져서 일하면 소속감이 들지 않잖아요. 연대감을 형성하는 철학이 있어야 하는 거죠.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이걸 왜 하는지 아는 게 중요해요.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있었던 계기가 있을까요?

전에 일하던 에어비앤비는 리모트 워크가 일상이었어요. 팀원들이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고, 줌 미팅 같은 원격 소통은 늘 하는 방식이라 업무에 있어 코로나 영향도 크게 받지 않았죠. 자유롭게 소통하는 수평적 조직에서 체제나 문화가 기반되면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어요. 또 조직 구성원끼리 연대감이 강해서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어도 소속감이 있었고요. 경험했기 때문에 확고한 믿음으로 주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신뢰를 기반으로, 어디서든 일해도 괜찮은 문화를 꿈꿔요. 최근에 채용한 분들에게도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앞으로의 근무 환경은 점점 물리적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고, 우리는 발맞춰 움직일 거라고요.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이 브랜드가 왜 존재하는지 철학적인 대화를 많이 해요.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봐야 하는데, 자기 일만 하다 보면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게 될 때가 많잖아요. 작은 씨앗을 하나 심어도 어떤 것과 연관되는지, 어떤 숲을 이루게 될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걸 왜 밑미가 하지?’라는 의문이 생기면 누구나 의견을 내고요.

그래도 일이 많고 바빠서 같은 사무실에 있어도 리모트 워크 하듯 일할 때가 많아서 분기 별로 워크숍을 가요. 날을 잡고 공간을 대여해서 이 주제에 대해서만 대화하는 거죠. 감정을 터놓을 수 있는 기회가 없는데, 나답게 일하려면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루는 좀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 반나절이라도, 이 일을 왜 하고 지금 어떤 생각과 감정이 드는지 이야기해요. 다음 주에도 반나절 워크숍이 예정돼있어요.  


제주에서의 워크숍


리모트 워크 팁이 있다면?

밑미에서는 구글 캘린더를 활용해요. 미팅 등 일정을 모두 캘린더에 기록하고, 비어있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이요. 또 혼자 집중이 필요한 ‘Alone time’을 표시해요. 시간이 곧 그 사람의 자원이니까. 잠깐의 시간이라도 캘린더에 일정을 보내고 진행해서 그 사람의 시간을 존중하려 해요.




마음을 둘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준비 중인 업무 공간 배치도


금종각 대표 / 디자이너 이지현

브로드컬리 매거진 디자인뿐만 아니라 취재도 같이 해서 카페를 옮겨 다니며 일할 때가 많다고요.

새로 생긴 브랜드나 공간을 다루다 보니 디자이너로서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행하고 있어요. 과정이 재밌기도 하고요. 지속 가능한 리모트 워커가 되고 싶은데, 아무래도 세밀한 디자인 작업을 할 때는 성능이 좋고 크기가 큰 모니터가 필요해서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나가서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서 처리해요. 밖에서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사무실에서는 시각적으로 디깅이 필요한 작업을 하고요. 돌아다니면서 일해보니 이젠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작업이 가능한 공간인지 판별이 돼요. 좌석 높이나 콘센트를 보고요. 재미있는 건, 한국은 은근하게 제지하는 반면 유럽은 노트북 작업이 가능한 자리를 구분해놓거나 본인들만의 규칙을 정해놓고 “주말에는 노트북 사용 안 된다”라고 안내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혹은 암묵적으로 두 시간마다 음료를 주문해야 해요. 직원이 다가와서 “음료 하나 더 시킬래?”하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도 봤어요.

   

한국은 은근하게 표현하는 편인 것 같아요. “빈 잔 치워드릴까요?”하고요.

맞아요. 개인 점주가 운영하는 브랜드 카페는 오래 앉아있으면 눈치 보이잖아요. 오랫동안 작업해야 한다 싶으면 본사 직영점인 카페로 가죠. (웃음)


돌아다니며 일하면 업무 몰입도가 떨어진다거나, 방해 요소를 발견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취재차 강원도를 갔는데 풍경이 아름다워서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바다도 예쁘고 설악산도 멋지고. 한국의 산이 그렇게 웅장한지 처음 알았어요. 주변에 볼거리가 많으면 아무래도 집중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환경에서 일이 잘 되는지 파악했겠어요.

주변 상황이 계속 변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혼자보다 함께 일하는 환경이 좋아요. 누군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는 게 불편한 동시에 좋더라고요. 나를 불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웃음) 지금 사무실에도 다른 디자이너들이 있는데, 대화를 하면 생각이 넓어지는 기분이 들고 정보도 교환할 수 있어서 좋아요.  

네덜란드 거주 시절에도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했는데, 그곳을 고를 때 기준이 사람들과의 교류였어요. 시설은 열악해도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더라고요. 홈페이지에서 있는 멤버들의 프로필을 읽다 보니 그들과 친해지고 싶었어요. 특이점은 신청을 하고 현재 멤버들에게 전부 동의를 얻어야 가입이 가능해요. 면접도 보고요. 그래서 멤버들 간에 상호 신뢰가 있고 동료가 된 기분이 들어서 좋았어요. 저도 한국에서 이런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네덜란드에서 일했던 코워킹 스페이스, 로테르담 콜렉티브


그래서 지금 코워킹 스페이스를 준비 중이시죠.

외국인을 대상으로 5-6명 정도로 작은 규모의 코워킹 스페이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태원에 살아서 주변에 외국인이 많은데, 외국인들이 생활하는 데에 제한이 많더라고요. 예를 들면 주민등록번호가 없어서 카카오 QR코드 체크인이나 쿠팡도 사용 못해요. 일하기 위해 아무런 연고 없는 외국에 나가면 여행할 때랑 니즈가 많이 달라져요. 갈 데가 없어서 10시간씩 집 안에서만 일하거나, 카페를 전전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그렇다고 위워크에 가긴 아쉬운 거죠. 공간만 같이 사용할 뿐이지 사람과 사람 사이는 완전히 분리돼 있어서 관계를 형성할 명분이 없죠. 마음을 둘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타지에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건 큰 의미잖아요.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점도 많고요. 그래서 어떻게 구성해야 그런 공간이 될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해요. 운영의 효율성을 고려하면 오픈 데스크가 좋지만, 사용자에게 ‘내 자리’라는 건 어느 정도 가림막 장치가 있는 지정석이잖아요. 매일 밤 잠들기 전까지 이런 고민을 해요.(웃음)  


‘언젠가 이렇게 일하고 싶다’라고 꿈꾸는 업무 환경이 있나요?

벤을 개조해서 여행 다니는 사람들 영상을 찾아봐요. 보면서 저도 ‘모니터는 여기에 두고, 여긴 이렇게 하면 좋겠다’하며 상상을 해봐요. 오피스 환경을 갖춘 벤을 타고 3개월 정도 캐나다 일주를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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