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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사이어티 Jun 01. 2021

쉼표가 자연스러운 조직 만들기

식스티세컨즈 김한정 디렉터 인터뷰

일에 한창 몰입하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순간, 그럴 땐 잠시 일을 멈추고 쉬어가야 합니다. 생각을 환기시키면 조금은 개운해지고 다시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때로 그 중요성을 간과하지만 휴식은 생산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조직의 리더라면 구성원들이 충분히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본인의 휴식 또한 챙겨야하는 책임감이 있죠. 일을 잘하게 위해 구성원 모두 잘 쉬어가는 법. 8년간 ‘좋은 쉼’을 고민하며 조직을 성장시켜 온 브랜드 디렉터 김한정 님의 인터뷰를 통해 만나봅니다.



구성원과 리더, 모두가 만족하는 쉼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식스티세컨즈의 브랜드 디렉터로 일하고 있어요. 식스티세컨즈는 매트리스를 중심으로 휴식에 필요한 도구와 콘텐츠를 만들고 소개하는 브랜드예요.


브랜드를 운영한 지 올해로 8년 차가 되었어요. 지금 조직 구성이 어떻게 되나요?
현재 16명의 육십사(저희는 구성원을 이렇게 불러요)와 함께하고 있어요. 대표와 브랜드 디렉터, 디자인팀 리더를 포함한 디자이너 3명, 마케터 1명, CS 담당자 2명, 쇼룸 매니저 6명, 비즈니스팀 리더 1명, 물류 담당자 1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조직의 리더로서 구성원들이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 위해 고민이 많으실 텐데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 마련한 식스티세컨즈의 복지 문화가 있을까요? 
스테이 프로젝트 오픈 시 직접 숙박하면서 휴식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해요. 협업사에서 시숙 요청을 하거나 숙박권이 생기면 구성원들끼리 일정에 맞춰 돌아가며 다녀와요. 가족들과 함께 다녀올 수 있게 하기도 하고요. 또 창립기념일마다 워크숍을 가기도 하고, 개인에게 맞춰진 복지 제도도 있어요.


스테이 프로젝트를 직접 경험하는 모습

개인에게 맞춰진 복지 제도는 어떤 걸까요?

본인이 원하는 조건을 회사에 제안할 수 있어요. 대기업이나 규모가 큰 스타트업만큼 해주고 싶지만, 현실적인 선에서 개개인에게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켜주기로 했어요. ‘내가 이거 하나 있으면 회사를 재미있게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싶은 것이죠. 예컨대 물류 담당자는 물류량에 따라 업무 흐름이 달라져서 추가 근무하는 시간만큼 일찍 퇴근해서 개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요. 운동을 하고 싶다는 분은 비용을 지원하고, 주기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는 지정일에 일찍 퇴근할 수 있게 해요. 영업팀은 월말에 정산 마감을 하는데, 사무실에서는 해당 업무에만 몰입하기 어려워 정산일이 다가오면 재택근무를 해요. 물론 모든 요구가 복지가 되지는 않고 형평성을 고려해야죠.


말 그대로 맞춤 복지네요. 업무나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려면 시간을 들이고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데, 식스티세컨즈만의 문화가 있나요?

저희 사무실에선 근무 중에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게 자연스러워요. 저와 대표의 출근 시간이 한 시간 늦다 보니 저희가 없는 동안 스몰 토크가 이뤄지더라고요.(웃음) 점심 식사 후에도 커피를 내려마시며 이야기 나누고요. 담당 업무가 다르면 서로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요즘 어떤 일을 하는지 대화하면 자연스레 타 부서를 이해하는 유연성이 길러져요. 최근에 홈페이지를 리뉴얼하면서 스몰 토크의 영향력에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디자인팀이 주도하지만 주 사용자는 고객과 영업팀이거든요. 그들의 의견과 불편 사항을 듣기 위해 아침에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미팅 말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도 있잖아요.


담당 업무가 다르면 상대방을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서로가 요즘 어떤 일을 하는지 대화하면
자연스레 타 부서를 이해하는 유연성이 길러져요.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선에서 일상을 공유하고, 침범이 아닌 이해로 이어질 수 있는 대화 과정이 궁금해요.

업무 외적으로 즐기는 취미 활동이나 관심사를 주로 이야기해요. 예를 들면 쇼룸 매니저 중 한 분이 사진 관련 독립출판을 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판매업에 종사하지만 사진을 찍고 관련된 이야기를 담는 걸 좋아해서 직접 출판까지 해보게 된 거죠. 그래서 브랜드 블로그를 구상할 때 이 분에게 적합한 일이라는 생각에 제안했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고 흔쾌히 응했어요. 이렇듯 구성원의 강점을 방향으로 새로운 업무가 생겨나기도 해요.


구성원에게서 역으로 방향성이 생겨난다는 점이 재밌네요.

큰 회사는 업무에 맞게 인재를 찾아내는 게 관건인데, 몸집이 가벼운 조직은 브랜드의 방향성과 코어를 찾아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해야 하잖아요. 구성원들의 강점들을 살리면 브랜드의 방향성에 의외로 잘 맞은 지점이 많아요. 캐릭터가 비슷하면서도 달라서 시너지 내는 재미가 있고요. 원래 위탁 형태로 판매한 패브릭을 패브릭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의 주도로 직접 개발하고, 커피 내리는 취미를 가진 분 덕에 다들 커피에 관심이 많아져서 커피 브랜드와의 협업 기회가 생겨나기도 해요. 그래서 결에 맞는 사람을 채용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예요.


채용도 꾸준히 이뤄지는데, 입사한 구성원의 적응을 돕는 시스템도 있나요? 

신규 입사자는 2주 간의 교육 커리큘럼으로 이뤄진 랜딩 프로그램을 참여해요. 각 업무의 담당자가 20여 개의 수업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각자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야기 나누어요. 제품을 생산하는 환경을 경험하고 만드는 사람의 생각까지 알 수 있고요. 짧은 시간이지만 브랜드 이해도를 높여 안정적으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스몰토크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식스티세컨즈 오피스


여러 역할 가운데 쉬어간다는 것


휴식을 주제로 브랜드를 전개하지만, 개인적으로도 휴식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디렉터 님께 ‘좋은 쉼’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에요. 8년간 브랜드를 운영해보니 일, 육아, 관계 등 삶을 이루는 여러 요소 간의 균형이 깨질 때 영향이 크더라고요. 사람마다 쉰다고 느끼는 감각이 다르니 어떤 상태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아는 게 중요한데 저는 일상의 루틴을 지키며 적절한 속도로 일하는 상황을 ‘좋은 쉼’이라고 느껴요.


브랜드를 운영하며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늘 적정 속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텐데요.
저는 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 일과 휴식을 분리하긴 어려워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즐겁고, 같이 고민한 결과들을 사용자가 알아차리고 또 충분히 누리고 있음에 느끼는 기쁨이 큰데요. 이런 목적성을 가진 일을 하다 보니 진행 과정에서 속도를 따라가기 벅찰 때도 있어요. 체력이나 정신력이 버티지 못해 아픔을 느낄 때가 적정 속도를 벗어난 시점이에요. 잠시 쉬어가라는 신호인 거죠. 전에는 신호를 무시하고 일하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쉬는 상황을 여러 번 반복했어요.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오래 지속하려면 속도를 조절하고 일부러 쉬는 시간을 만들어 밸런스를 유지해야겠더라고요. 일부러 쉰다는 건 단순히 누워있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그런 상태는 더 무기력하게 하잖아요. 내 몸과 마음이 쉬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무언가를 더해 ‘쉬고 있음을 인지한다’는 의미예요.


일부러 쉰다는 건 단순히 누워있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내 몸과 마음이 쉬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무언가를 더해
 ‘쉬고 있음을 인지한다’는 의미예요.


더함으로써 휴식을 인지한다, 예를 들면 어떤 상황이 있을까요?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내리는 커피 한 잔, 뒹굴뒹굴 누워서 책 읽기... 그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채우는 것만으로 충분히 쉬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휴식의 사전적 정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이지만, 제가 변주한 정의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생각하고 좋아하는 걸 하는 거예요. 해야 할 일로부터 잠시 거리를 두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비워지고, 다시 일할 에너지를 채울 공간이 만들어지거든요. 책을 읽거나 전시를 감상하는 것이 일처럼 보일 수도 있고, 언젠가 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쉬는 동안은 당장 나를 위한 것에만 집중하려 해요.

브랜드 디렉터와 두 아이의 엄마, 자기 자신 등 여러 역할에서 균형은 어떻게 맞추시나요?
일하는 시간과 엄마로서의 시간, 온전히 쉬는 시간으로 하루를 공평하게 나눠 쓰면 좋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하죠. 회사에 큰 프로젝트가 있을 땐 아무래도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때론 아이들에게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하는 때도 있어요. 한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운다는 느낌이 들 때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중요해요. 소홀했던 부분에 틈이 느껴질 땐 과감하게 방향을 틀어 촘촘히 메워요. 이런 과정에서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틈틈이 몸과 마음의 체력을 키워놓고요. 마음이 약해질 땐 저를 아끼고 따뜻한 말을 해주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진짜 진짜 맛있는 걸 먹는 등 작고 소소한 것에서 위로받고 힘을 내요.



내게 맞는 쉼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휴식의 장면들을 담고 있어요. 자신에게 맞는 쉼의 형태를 찾지 못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이 있을까요?

스스로에게 충분히 이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해요. 어떤 것이든 스스로 편안함을 느끼는 방법이라면 시도해 보면 좋겠어요. 참고할 수 있게 인터뷰로 만난 분들의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해드릴게요.

일반적으로 휴식이라 하면 정적인 것을 떠올리기 쉬운데, 담비스 티룸의 담비 님은 가장 집중할 수 있는 몸의 움직임(운동)을 통해 영감과 에너지를 얻으며 휴식의 시간을 가져요.  

편지 가게 글월을 운영하는 문주희 님은 취미로 시작한 수채화가 새로운 휴식 시간이 되었다고 해요. 간단하지만 세심한 동작에 몰두하고, 다채로운 색을 보면서 쉼을 느낀다고요.   

오늘의 집 콘텐츠 디렉터 무과수 님은 자연을 가까이 두는 시간을 휴식으로 정의해요. 식물을 보살피고 자연 식재료들로 가까운 사람들과 건강한 한 끼를 나누는 시간들이요.   

마케터 정혜윤 님은 자기만의 공간을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면서 바라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아지트를 만들고, 그 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일상을 잠시 멈추는 시간을 보내요.  


세컨드 브랜드인 노트앤레스트에서는 쉼을 위한 도구들을 큐레이션하고 있죠. 디렉터 님의 일상을 함께하는 도구를 추천해주세요.

노트앤레스트 제품 중에서 팥주머니를 늘 곁에 두고 사용해요. 피로가 쌓인 날엔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드는데, 이때 팥주머니를 따끈하게 데워 베개와 뒷목 사이에 살짝 받쳐두면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려 잠이 스르르 잘 온답니다. 온도가 좀 내려갔다 싶으면 자주 충혈되는 눈 위에 올려 찜질하고, 소화가 안되거나 아이들이 배가 아플 때도 자주 사용해요.


*노트앤레스트 note & rest : 쉼이 되어줄 일상의 도구들을 수집하고 소개하는 큐레이션 숍. 음표인 노트와 쉼표인 레스트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야 아름다운 곡이 완성된다는 개념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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