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겪은 3년의 터널
갑자기 코로나가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한 때, 나는 4학년으로 복학했다. 대학들도 처음으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집은 인천이고 학교는 용인인데, 어떻게 또 통학하지 싶었는데 실시간 비대면 수업이 되어서 때로는 편하기는 했으나 아무래도 답답한 건 있었다. 나조차도 이런데, 수업 자체가 실기를 위주로 수업해야 하는 곳은 등록금과 수업 관련해서 시위도 하고 난리가 났던 기억이 난다. 모두들 코로나는 처음이다 보니, 사회가 굉장히 어지럽게 됐던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할 일을 해나가는 게 필요했고, 내 입장에서도 학교를 다니면서 취업 준비를 시작해야 했으므로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하면 나름대로 위안이 됐다. 한편으로는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매우 막막하기도 했다. 기업이 과연 채용을 할지부터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나는 어떤 직무를 택해서 준비해야 될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돌봄이 생겨났다. EBS 온라인 학습을 도와주는 활동인데, 복학한 첫 학기에는 거의 EBS 수업을 도와주는 일을 하면서 보낸 것 같다. 인천 연수구, 서울의 마포구, 강남구, 영등포구 등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일을 했다. 물론 마스크는 필수였고, 방문해서도 손 씻기는 반드시 해야 했다. 인천과 비교적 가까운 곳은 다니기 괜찮았지만, 조금은 먼 강남 쪽에 일을 갈 때에는 서울의 이모네 집에서 보내기도 하며, 이동 시간을 줄였다. EBS 학습 관련 활동이 꾸준히 떠서, 다행히 수입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것 같다. 다만, 코로나가 막 터진 겨울 시점에는 몸을 사리느라 집 밖을 거의 안 나갔는데 그러느라 수입이 한 달 동안 없었다. 그게 나라에서 인정이 돼서 프리랜서 지원금을 받았다.
코로나가 터졌을 때,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에 따라 수입의 정도도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처음엔 모두가 대응이 어려웠을지언정 그로 인해 오히려 일이 잘 풀린 사람도 있었을 거고, 반대로 그대로 타격을 받은 사람도 있었을 거다. 코로나로 타격을 받은 분들의 어찌할 수 없는 힘든 심정을 별 거 아닌 듯이 말하려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일이 잘 된 분들을 끄집어 내리려는 것도 아니다. 코로나로 상황이 역전된 여부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어쨌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은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랬을 때, 다음을 생각할 수 있으니까. 나의 경우는 아르바이트로 하는 거라서 딱히 잘 풀렸다 아니다 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내 나름대로 잘 적응했다.
내가 들었던 비대면 수업도, 내가 도와준 온라인 수업들도 잘 끝났지만 수업을 듣거나 진행하면서 느낀 것들이 많다. 하나는 코로나로 인해 적응한 결과가 온라인 수업이지만, 오프라인에서 주는 이점을 무시할 수는 없겠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언어 공부이다 보니, 혼자 공부하다가도 때로는 대화 상대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리고 EBS 수업을 듣는 초등학생들이면, 한창 학교라는 사회적 공간에서 친구들과 같이 수업을 들으며 즐겁게 놀며 공부하는 나이인데 그런 것들을 하지 못한다니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지 조금은 걱정도 된다.
둘은 수업 전달의 퀄리티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언어 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해도 대면과 비슷한 정도의 퀄리티를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기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는? 다소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수업 퀄리티의 격차가 생긴다는 점이 온라인 수업의 한계인 것 같다. 실시간이 아닌 녹화 강의의 경우 반복해서 들을 수 있어서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EBS 수업을 도와주다 보면 반드시 겪는 문제가 있는데, 아이가 집중을 전혀 못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기르려면 어릴 때 적어도 학습의 습관은 배워야 할 텐데, 그러한 학교의 역할을 집에서 부모와 선생님이 모두 감당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환경의 확대이다. 물론 오프라인의 장점이 참 많긴 하지만, 코로나로 온라인의 영역이 매우 중요해지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 다양한 기회가 생겨났다는 것. 재택근무나, 디지털 노매드, 온라인 학습, 여러 가지 온라인 플랫폼의 확대가 이러한 기회를 보여주는 것 같다. 무시할 수 없는 요소가 된 만큼 온라인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진 것 같다.
앞으로 온라인의 생태계를 모르면 일을 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