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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song Sep 12. 2015

집-여행의 시작은 '비움'으로부터

산 살바도르 San savador, 엘 살바도르 El salvador

20140827 엘살바도르는 일 년 내내 거의 최고의 날씨를 자랑한다






결혼 후 바로 엘살바도르로 와서 일 년을 좀 못 채워 살게 된 우리의 노란 집을 떠나게 되었다. 


나름 가볍게 들어와 가볍게 나간다고 생각했건만 집을 원래 상태로 텅텅 비워주기까지가 참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둘이서 일년 반 살면서 참 "별의별 것들을 다 구매했네!" 하며 여행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상자에 담아 놓으니 신랑이랑 소곤거리면 이 층 끝방까지 메아리가 울릴 정도로 집이 '훠엉'하다.



엊그제 까지만 해도 말로는 어서 정리하고 이 집을 나가야지 했지만, 마음이 생각을 잽싸게 쫓질 못한다.

마치 이 집에서 백년해로나할 것처럼이나 여유를 부린다. 기간이 다 되어 나가는 것인데, 게다가 내일부턴 상상만해도 설레는 신혼 배낭 여행을 하게 되는데, 짐을 빼는 내내 미련 비슷한 이상한 섭섭함에 사로잡힌다.



나의 영혼 또한 그러한 마음일 테다.

하루가 달라지게 낡아져 가는 몸뚱이 안에 거하며 언제 내 님 계신 천국으로 이사를 가야 할지 알지도 못하면서 '이 집에 영원히 거하리' 흥얼거리며 눈도 잠그고 귀도 잠그고 사는 것이 아닐지.


많은 것은 버리고 많은 것은 새집을 구하기 전까지 대기할 곳으로 보내고 또 어떤 것은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기도 하면서 아주 최소한의 것(어쩌면 이것도 최소한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만 챙겨 집을 떠나게 된다.



좋은 것인지 애석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우리 이름으로  된 집이 없어서 당분간은 이곳저곳을 우리의 집 삼아 살기로 하였다. 


그리고 길지도 짧지도 않을 그 여정 속에서 

'동행'을 배우고 

우리 부부가, 그리고 각각의 영혼이 

영원히 거할 그' 집'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였다. 



이천 십사 년 팔 월  이십칠일 새벽 두 시 

여행 하루 전 날, 

설레고 심란한 마음으로 엘살바도르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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