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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song Sep 12. 2015

굳이 그곳에 가야 하는 이유

과테말라시티ciudad de guatemala,과테말라Guatemala

20140830-20140901

과테말라는 엘살바도르보다 춥다. 지금 여기는 계속 비가 온다. 하필이면 도착하자마자 우기를 만난 것이다.



'세 블록에 한 번은 강도를 만난 다더이다.

길거리에 시체가 나뒹군다 더이다.

일단 그런 거 다 치워두고 볼 것도 없다더니다.'




엘살바도르에 살며 이런 소문을 수 없이 들어온 터라 이 도시에 대한 인상이 나쁠 수밖에 없었지만, 'Museo ixchel: 무쎄오 익첼' 이 박물관에 파는 지도 한 장을 사기 위해 수많은 여행자들이 건너뛰는 이곳, 씨우다드 데 과테말라에 잠시 머무르게 되었다. 안티구아를 위해 겁 없는 누군가는 가끔  지나기도하는 길목이긴해도, 우리 부부는 엘살바도르에 살며 안티구아와 아티틀란 호수까지 여행을 충분히 했기에 '굳이' 오지 않았어도 될 도시다.




그런데 왜 우리는 '굳이' 이 루트를 선택했을까? 이유인 즉,  본인이 진정으로 즐거워하는 것을 찾겠노라 하던 신랑이 마야 인디헤나의 전통의상 huipil(위삘)에 푹 빠져 지낸 지 1년 만에 117여 종의 모든 과테말라 위삘과 그 정보가 담긴 지도를 파는 곳을 발견한 것이다. 그곳이 바로 여기, 무시무시한 소문의 근원 씨우다드 데 과테말라(과테말라 시티)에 있다. 그에게는 마치 오랫동안 해석되지 않은 마야인의 고대 문자를 해석해주는 암호의 발견과 같으리라. 해외 근무로 늘 지친 표정이었던 신랑의 얼굴이 어린이 날을 하루 앞 둔 초등학생의 얼굴로 변한 것을 보니 긴장은 되어도 기분은 좋다.



신랑이 가장 좋아하는 산 마테오 익스따땅San mateo ixtatan마을의 위삘





위삘huipil은 이곳 과테말라의 원주민 즉 우리에게 인디오 Indio라고 알려진 인디헤나 indigena 들의 전통의상 중 주로 사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 상의를 말한다. 마야문명이 시작된 때로부터 지금까지  인디헤나의 백여 개의 마을이 각기 다른 위삘 디자인을  통해 부족 고유의 성격을 드러내고  그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역사적인, 그리고 문화적인 모든 의미를 떠나서 위삘 자체의 말로 다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산 넘고 물 건너며 모으고 있다. 무세오 익첼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 부부에게는 너무 황홀한 공간이다.



무쎄오 익첼Museo ixche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고 쾌적했고 또한 굉장히 많은 huipil 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내, 외국인은 많이 없어 보였다. 신랑 말대로 가난한 나라, 영향력이 없는 나라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살아있는 아름다운 인류의 유산이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울 뿐이다. 진정한 장인의 한 땀 한 땀 솜씨와 흘린 땀이 엿보이는 각 마을의 위삘들을 감상한 후, 우리 신랑은 100여 개의 마야인 마을의 위삘 지도를 손에 넣었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 하나만 사려 했더니 양쪽 면을 모두 액자에 해 두어야 하기 때문에 두 개를 사야 한단다. 그러라고 했다. 늘 마누라 좋아하는 것에 돈 쓰기를 바라는 신랑에게 오늘 같은 일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있어도 좋다. 다만 마누라의 작은 바람이 하나 있다면, 이 지도 속의 모든 위삘을 찾기 위해 과테말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자는 말만 하지 말아다오. 감사하게도 그런 용기는 본인도 나지 않았는지 지도를 배낭 깊숙한 곳에 고이고이 보관해 놓고는 커다란 배낭을 다시 멘 후 박물관을 나선다.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 시티에 오게 만든 그 위삘 지도





우리는 안티구아로 이동하기 위해 호텔, 터미널 촌을 향해 걸었다. 작년 11월 에콰도르 여행 이후로 거의 10개월 만에 20kg 가까이 하는 배낭을 메고 30분 이상을 걸었더니 내 나이가 서른이라는 것이 뼛속까지 느껴진다.  


힘들게 걸어서 도착한 곳에 안티구아행 미크로부스(버스보다 작은 봉고차 버스)가 없어서 땀이 쭉 날 때까 다지 걷고 나서야 과테말라 시티에 거주하시는 최 사모님이 소개해주신 저렴한 콜택시를 불렀다. 전화로는 안티구아까지 20불이라고 해놓고 도착하자마자 25불이라고 말을 바꾸기에 애교도 부려보고 화도 내보고 했건만 과테말라 화폐 케찰로는 얼마냐고 물어보니 150께찰이란다. (150페소는 약 19불)





갑자기 기분이 다시 좋아지는 걸 보며

인간은 역시나 돈 오천 원에도 오르락내리락하는 가벼운 존재임을 처절하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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