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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osong Sep 13. 2015

중미 여행의 꽃?
우리에겐 그냥 위삘 도매시장이야

안티구아, 과테말라 - Antigua , guatemala

20140901 먹구름과 뜨거운 태양이 하늘 위에서 치열하게 자리 싸움 중이다




나는 다섯 번째

그리고 신랑은 네 번째

버스로는 한 번 차 타고 네 번의 여행, 

오다가다 들린 것도 치자면 벌써 여섯 번째 방문. 




안티구아 스타일





과테말라에 살고 계신, 혹은 살았던 사람들에 비할 수야 있겠느냐마는 이제 부부에게 안티구아는 여행지라기보단 옆동네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여행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설레는 두려움이나, 낯선 신비로움 같은 건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다만, 아르코 근처 유명한 카페 프리다 옆에 자리한 커다란 기념품 가게(우리 부부는 기념품 공판장이라 부른다. 매우 크기 때문이다.)에 쌓아두고 파는, 그렇지만 여행자들 대부분이 관심을 두지 않는 위삘들 속에 파묻혀 우리가 수집하지 못한 예쁜 위삘을 찾아내는 기쁨만이 남아있을 뿐이랄까? 



그렇다. 

우리는 과테말라 시티뿐만 아니라 과테말라를 통째로 건너뛰고 여행해도 될 만큼 과테말라의 주요 관광지들을 거의 다 방문했다. 우리가 신혼생활을 시작한 엘살바도르는 기껏해야 나라 전체가 경상북도 크기만 한 아주 작은 나라였기 때문에 휴가 때마다, 혹은 가족이나 친구가 방문했을 때마다 조금 더 크고 유명한 여기 과테말라로 탈출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선 중미 여행의 꽃이라 불리는 안티구아 antigua나 체 게바라가 혁명을 품기 시작했다는 아티틀란 호수 lago de atitlan와 같은 유명 관광지들은 오늘과 같이 스윽 지나치거나 쿨하게 건너뛰기로 했다. 



아티틀란 호수 lago de atitlan, 2014년






그리고 이번 과테말라 여행의 목표를 우리가 사랑하는 위삘들의 주인인 마야 원주민들을 찾아가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또 멋진 위삘들이 있다면 수집하는 것으로 잡았다. 오늘 하루는 여기 안티구아에서 꿀 같은 휴식을 취하며 안티구아에 올 때마다 늘 들리던 이 '기념품 공판장'에 숨겨진 위삘을 건진 후,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인디헤나들의 수도인 '께찰떼낭고quezatenango'를 들러 북쪽 고원지대로 깊숙이 들어가 신랑이 가장 좋아하는 위삘을 지은 마을 '산 마테오 익스따땅'까지 찍고 돌아와 육로를 통해 멕시코로 입성하기로 했다.


(아! 물론 우리에겐 '아웃 티켓'이 없기 때문에 계획이라는 게 큰 의미가 없긴 하다. 막상 다음 목적지인 쉘라-께찰떼낭고만 해도 중남미에서 스페인어 수업을 가장 저렴하게 들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고산지대 인디헤나 마을 기행?을 시작하기 전에 스케줄만 맞으면 스페인어 능력 시험을 치르고 가고 싶기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힘들거나 지치면 바로 다다음 목적지에서라도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끊을 수 있는 게 우리 여행의 큰 계획이다. 계획이 없다는 게 이렇게 자유로운 것이었나?)






기념품 공판장에 전시되있던 세레머니 위삘, 마치 유니크한 판쵸와 같은 디자인이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위삘 산더미 속에서 마치 동대문 도매시장에 사입나가는 생계형 부부처럼 입술을 굳게 다물고 숨겨진 위삘들을 찾아낸다. 사실 쌓아둔 대부분은 헤어지고 낡은, 디자인도 다 거기서 거기인 위삘들이 많은데, 그렇게 얼굴을 파묻고 열심히 찾다 보면 간혹 가격도 착한 대다가 산 넘고 물 건너서 가야 구할 수 있는 매우 먼 마을에서 온, 게다 가상태까지 굉장히 좋은 위삘들을 만날 수도 있다. 결국 우리는 여기서 하루의 할당된 생계비의 3배 이상을 쓰고 밥을 굶어야 한다며 서로를 위로해야만 했다. 



자리를 옮겨 안티구아에 올 때마다 들리는 또 다른 장소, 외딴 건물 안에 숨겨진 인디헤나 아주머니들의 위삘 난전에서 우리 부부를 위삘 수집에 빠지게 한 '산 마태오 익쓰따땅san mateo ixtatan마을의 세레모니용 위삘'을 건졌다. 오늘은 운 좋게도 과테말라 전 지역의 인디헤나 마을을 돌아다니며 위삘을 구해다 판매하는 인디헤나 아주머니의 사입여행기도 살짝 엿들을 수 있었다. 도매시장이 있는 줄 알았는데 버스를 타고 다 돌아다니시며 사오신다는 말씀에 헉소리가 절로 났다. 스승님을 만난 기분이랄까. 



우리가 산 마태오 이치타탕을 가려 과테말라에 왔다고 말하니 산마테오 이치타탕은 너무 멀어 본인도 일 년에  한두 번밖에 못 간다 하신다.





아티틀란 호수의 산티아고 아티틀란에서  위삘과 치마를 입고 또꼬얄을 쓴 마누라. 마누라 착용샷 찍으며 신랑이 더 좋아한 날.






스승님은 우리에게

'그곳의 인디헤나들은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우에우에떼낭고huehuetenango에서 가기가 쉬울 것이다, 

높고 깊은 인디헤나의 마을들은 생각보다 그리 위험하지 않다, 걱정 마! tranquila! 

좋은 여행이  돼라.'

등등의 유익한 정보들과 진심 어린 조언까지 해주셨다.  



엘살바도르에서부터 산 마태오 이치타탕 방문 계획을 세운 이후 최초로 용기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아주머니 스승님은 눈이 작은 동양부부가 눈을 똘망하게 뜨고 본인도 일 년에 두 번밖에 안 가는 산골 깊은 동네 이야기를 들먹거리며 위삘을 모은다 하니 가엽고 기특해 보였나 보다. 아까 골라둔 세레머용 위삘을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부부에게 넘겨주셨다.


그렇게 며칠 생활비를 위삘 구매에 털털 털어 지출해 버리고 비를 맞으며 터벅터벅 숙소로 들어왔다.  





"여보, 나는 나중에 혹시나 사람들이  '이 위삘들을 모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라고 묻는 순간을 만난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

"뭐라고 대답할 건데?"

"이걸 사려고 고생하며 다니는 순간 순간에도 내가 지금 왜 이걸 모으고 있는지를 모르겠는 거?" 

라고 말하고 웃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이어



"예뻐서 모으는 건가? 히히히"  





짐도 많고 우린 스무 살이 아니니 매우 싸지만, 종종 위험한 치킨 버스는 타지 않기로 했다.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미크로부스를 한 사람당 180께찰에 예약하고 이른 새벽 셀라 xela-케찰테낭고 quezaltenango에 가기 위하여 일찍 잠이 든다. 역시 전에  두세 번 가 봤던 아티틀한 호수는 이번 여행 루트에서 지워버렸다. 



아직은 우리가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나도 많다.



내일부터 나아가는 곳은 한 번도 디뎌보지 않은 땅이라 조금씩 긴장 섞인 설렘이 몰려온다. 

설렘도 잠깐이고 칠천 원 더 싸다고 옮긴 방에 모기가 너무 많아 모기를 잡다 지쳐서 잠들었다.  






2014년 엄마와 함께했던 안티구아, 십자가 언덕에서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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