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몰롱가, 과테말라 -Almolonga, Guatemala
2014년 9월 6일 이른 아침,
가는 길은 눈썹에 서리가 내릴 정도로 춥다가도 해가 나니 두꺼운 재킷은 훌러덩 벗게 되어지는 날씨
'GOOD NEWS-복음, 기쁜 소식'가 들어온 후 많은 것들이 변화되었다는 알몰롱가almolonga에 인디헤나 시장이 선다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 북적이는 치킨버스에 몸을 싣고 마을로 향했다.
중남미에 흔하다던 마야 유적지 하나 없는, 그리고 여행자 하나 드나들지 않는 이곳에 우리 부부가 찾아간 이유는 이 마을의 당근을 보기 위해서이다.
이 땅엔 (조금 가장해서) 어른 팔뚝 만한 당근이 나온다고 한다.
중미에 잠시라도 거주했던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중미의 많은 땅은 굉장히 비옥하지만(우기에 씨를 심으면 관리를 안 해도 스스로 자란다) 아직은 선진 농업기술의 혜택을 적극적으로 받지 못했기에 농작물들이 그렇게 크고 윤기 있지 않다. 오히려 시들시들하고 쭈글쭈글하단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 알몰롱가의 시장에서 만난 당근, 정말 당근이 어른 팔뚝만 하다. 색도 굉장히 예쁘고, 양도 굉장히 많다. 당근만 그런 것이 아니다. 동화책 한 페이지에 그려져 있는 야채와 과일들처럼 어떤 것은 어린 소년의 머리통 만하고 어떤 것은 갓난아기 몸통 만하다. 모두 다 토실토실하고 윤기가 좔좔 흐르며 먹음직스러워 시장을 구경하는 내내 '우와! 우와!' 하며 탄성을 질렀다.
여기 알몰롱가가 처음부터 이렇게 풍성한 땅이었던 것은 아니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폭력과 음란, 우상숭배로 넘치는 이곳에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교회를 세우신 목사님이 계셨다. 그런데, 교회가 세워진 초창기에 너무나도 강한 박해가 있었다고 한다. 동네 불량배과 갱들이 교회로 찾아와 교회를 없애지 않으면 총을 쏴버리겠다고 협박하며 목사님의 입에다 총구를 들이미는 사건도 있었다고 하니, 얼마나 치열한 설립사를 가진 교회인지 짐작이 간다.
숱한 방해와 공격들을 기도와 말씀으로 이겨낸 교회는 지금 풍성해진 알몰롱가의 시장을 매일 바라보는 자리에 우뚝 서있다. (대부분 중남미의 크고 작은 마을의 중심에는 항상 가톨릭 성당이 자리 잡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교회가 마을의 중심이 되었다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현상이다)
현재, 알몰롱가는 주민들의 92퍼센트가 예수님을 믿고 있고
36개 중의 33개의 술집이 사라졌고
일주일에 한 트럭을 채우기 힘들 만큼 소출이 적았던 농업이 성장해 이 작은 마을에서 하루에도 몇 십대의 대형 트럭들로 농작물을 싣고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멕시코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감히 기적일까?라고 묻는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행했을 때, 우리가 받는 기적과 같이 보이고 느껴지는 수많은 '축복'들은 마치 요술쟁이가 요술을 부리듯 '깜짝'하고 받고 끝나버리는 기적과 같은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와 성경에도 기록되어 있는 신의 약속이고 진리이다.
정신없이 큼지막한 물건과 꼬깃한 지폐들이 오고 가는 사이에도 조용히 예배당문을 밀고 들어와 '주여, 어제의 방탕을 용서하여 주소서, 오늘을 성실하게 하소서, 내일의 두려움을 이기게 하여주소서!'하고 강대상에 머리를 깊숙이 들이민 채 기도를 하고 있는 이 커피색 피부의 인디헤나들을 바라보며 이들의 말씀에 대한 이 성실한 태도와 그것을 행하기 위해 부단히 해온 그 노력의 시간, 그리고 그로 인해 땅에 부어주신 하늘의 선물을 어떻게 감히 '기적'이란 가벼운 한 단어로 묶어둘 수 있겠는가.
복음으로 치유받은 알몰롱가의 땅처럼
나의 몸과 영혼도 말씀 앞에 깨끗하게 치유되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