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 3부

에세이

by 코코조조

할머니를 뵈러 갈 때마다

나는 아버지에 관한 거짓말을 지어내야 했다

아버지의 병세가 어떤지

아버지가 어떤 음식을 드시는지에 대해

세부적인 거짓말을 해야 했다

할머니는 아버지에게 어떤 보양식을

챙겨주라고 말을 하셨고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그다음 주에 할머니를 뵈러 갈 때

아버지가 어떤 보양식을 어떻게 먹었는지

할머니에게 진짜처럼 이야기해야 했다

아버지에 대해 거짓말만 안 할 수 있었더라면

할머니를 뵈러 가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았을 것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애초에 할머니에게

아버지가 죽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다

내가 아버지의 건강이 어떤지 거짓말을 할 때마다

할머니는 의심의 눈초리로 내 눈을 바라보셨다

그 후 몇 년이 지났을까?

아마 1~2년 정도 지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개월 전부터

일주일마다 찾아뵈는 게 힘들어서

2주에 한 번씩 찾아뵈었다

매번 아버지가 살아계신다고

거짓말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할머니에게 아버지의 병세를 알려드릴 때는

할머니가 걱정하지 않게 병세가

심각하지 않다고 말해야 했으며

할머니가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하시면

할머니와 만날 수 있을 정도로는

아버지가 건강하지는 않다고 말해야 했다

특히 이 말을 할 때 고통스러웠는데

할머니가 아들이 병문안을 못 받을 정도로

아프다는 말을 들으실 때

어린아이같이 슬픈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 표정을 바라보는 건

결코 좋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하나도 없었다

매번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게 너무 마음이 힘들었다

할머니보다 먼저 가신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리는 것도 그렇고

아버지의 죽음을 모른 채

아버지의 건강을 애타게 챙기는

할머니를 보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고 매주 왕복 한 시간을 투자하는 건

조금씩 싫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2주에 한 번씩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2~3개월 지났으려나?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나는 할머니의 임종은 지켜드리지 못했다

그렇게 가실 줄 알았으면

힘들어도 꼬박꼬박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한 죄책감이

나를 짓눌렀다

작가의 이전글말할 수 없는 비밀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