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비온 뒤
밤에 나뭇가지에 맺힌 물방울들을 보면
빛을 머금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이 물방울은 얼마나 많은 곳을 떠돌고
다시 나뭇가지에 맺혔을까?
나뭇가지에 맺혀있을 때는
자신이 열매라고 생각했겠지?
땅에 떨어지면 싹을 틔우는 열매와는 달리 산산조각이 나 땅에 스며들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강에서 물고기를 보며
자신도 비늘 갑옷을 두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 땐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수돗가에서
한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에게 물을 튀길 때
아이의 볼에 부딪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바람을 타고
세상만사를 다 보고 다니면 어땠을까?
힘들면 안개가 되어 쉬었을까?
한 겨울
눈송이가 되어
나뭇가지 끝에 앉아
나무의 겨울눈이 돋아나려 해서
간지럽다는 투정을 들었을 때
어땠을까?
화장실 청소용 양동이에 담겨 있을 땐 어땠을까?
더러운 비밀들을 간직한 걸레의 머리카락을 정성껏 감겨주며 뿌듯해했을까?
오만상을 찌푸리며 구정물에서 벗어나고 싶었을까?
우여곡절 끝에
다시 나뭇가지에 맺혔을 때
물방울은 어떤 생각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