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정보: 천사의 악마는 천사같이 굴지만 천사가 아니다. 실수였던 고의였던 천사와 악마와 접촉하면 수명이 단축된다. 마치 한쪽 면을 보면 다른 쪽 면을 볼 수 없는 일본도 처럼 두 면이 만나 시퍼런 날을 세우고 있는 나의 자아와 비슷해 보인다. 난 인적이 드문 곳에서 다른 사람이 베이지 않게 나의 자아의 칼날을 숫돌로 무디게 갈아내고 있다 )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나의 생각이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사람은 자신의 뜻대로 일을 통제하고 조종할 수 없으면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통제하고 조정하려 들지 않으면 걱정과 불안은 쉽게 해결될 일이지만
통제하고 조정하려는 습관을 고치는 것은 쉽지 않다
나의 어머니가 그런 분이다 걱정을 놓지 않으려는 분이다
문제는 어머니가 걱정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지 못하는 분이라는 것이다
어머니는 나의 행동을 문재시하며 걱정하신다
나는 어머니와 한동네 떨어져 살지만 명절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나를 위해서이다
그동안 나와 어머니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모색했지만
그 시도는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모든 방법을 시도했지만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내가 뭘 해도 걱정하시는 분이고
나를 걱정하지 않을 땐
주변의 다른 일들을 보고 걱정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어머니의 걱정과 염려를 옆에서 보면서 함께 불행해지던지
어머니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나라도 평정심을 유지하던지
어머니와 함께했던 40평생을 돌아보면서 이제 마지막 남은 선택밖에 없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물론 어머니의 걱정과 염려는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사랑의 표현으로 보라는 것이 걱정과 염려에 노출되어 고통받으라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머니를 일부러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이다. 이것을 해결해야 나는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살다 보면 아무리 가족관계라도 연을 끊고 지내야 하는 관계가 있다
하지만 이게 나와 둘째 누나와의 관계라는 건 인정하기 쉽지만 나와 어머니의 관계라는 것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내가 어머니를 보살피는 게 매우 바람직하다고 믿음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나는 모든 사람을 도움을 필요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나와 동등한 존재로 보려고 심리상담사를 그만뒀음에도 어머니를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보고 강하게 동정하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관계를 끊었을 때
내가 나에게 하는 비난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는 건
기적 수업밖에 없다
물론 기적 수업은 가족관계에 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언급은 없다.
하지만 희생을 하지 말라고 하며
몸을 비롯한 몸과 몸 사이의 관계는 허상일 뿐이니 이 관계가 진짜라고 믿는 자아와의 동일시를 해제하라고 가르친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수업의 가르침을 잘못 적용했다고 손가락질 받을까 봐 눈치를 본다
하지만 눈치를 보고 고통을 지각하는 건 자아일 뿐이지 내가 아니란 걸 안다.
마음을 계속 바라보니
어머니의 걱정에 대한 나의 생각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의 걱정 즉 사랑의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는 생각과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의 갈등이 나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의 걱정 즉 사랑의 요구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라고 바라봐야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머니의 사랑의 요구를 거부하려는 동시에 마음의 한편에 거부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걱정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어머니의 요구는 들어줘야 하는 것도 아니고 들어주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어머니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머니의 걱정과 요구는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러니 가슴 아래의 강한 붓기가 점점 내려앉기 시작한다
내가 스스로 하는 방법을 어머니에게 알려드리면 좋겠지만
씁쓸한 현실은 의사는 지인을 고치지 못한다는 게
나와 어머니의 관계에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말을 물가에 억지로 데려다 놓을 수 있을지라도 강제로 물을 먹일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