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by 미니

난 어릴 적부터 목욕탕 가는걸 정말 싫어했다.

초등학생 땐, 엄마가 매주 일요일마다 억지로 목욕탕에 끌고 갔는데 그때마다 전쟁이었다.

우리 엄마도 좀 어리석었던 게 애가 그렇게 싫어하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엄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누구 하나 절대 포기 안 했다. 결국 지는 건 나였지만.


그리고 목욕탕 하면 나로써는 제일 먼저 컵라면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때 이사를 했는데, 이사하기 전 집 근처 목욕탕 이름이 '태양탕'이었다. 동네 목욕탕 치고는 규모가 꽤 큰 편이라서 탈의실엔 음료수, 컵라면자판기가 있었다. 자판기에 팔던 라면은 농심 육개장, 김치 사발면이었는데 면발이 얇고 꼬들꼬들한 게 아주 일품이다. 난 그 컵라면을 정말 먹고 싶었는데, 엄마가 한 번도 사준적이 없었다. 어린 마음에 어찌나 서운하던지-

목욕탕 안에서 같은 반 여자애가 소파에 앉아 컵라면을 먹고 있던 장면이 아직도 떠오른다.

그때 이후로 유독 그 라면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중에 혼자 그 라면을 사먹었을 때 알 수 없는 희열감에 휩싸였었지..

"나도 이제 이 라면 먹는다!!!!!"라는 유치한 마음에 마구마구 사먹었다.


나이가 좀 들고선 엄마가 나보고 목욕탕 가자는 소리를 안 한다.

사실 내가 심한 건성피부인데, 목욕을 한번 했다가 피부에 부종이 심하게 일어난 적이 있어서 그 이후로는 이걸 방패 삼아 때를 밀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건조함때문에 두드러기 나듯 피부가 간지러웠다. 일주일 넘게 약을 바르고, 먹는 약도 먹고 나서야 나을 수 있었다. 어찌나 간지러웠던지, 밤에 잠을 못 잤었다.

그래서 20살 넘고 나서 피로를 풀러 가는 게 아닌 이상, 때를 밀러 가본 적은 없다. 앞으로도 때를 밀 생각은 없다.

그래도 가끔은 시원하게 목욕하고 나서 아무 생각 없이 육개장 사발면을 들이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