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한 권. “스토너를 읽고”

스토너 / 존 윌리엄스 장편소설

조용한 생의 불꽃 앞에서 나를 되묻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때로 어떤 한 권의 책이 삶을 조용히 부수고 다시 세운다.

『스토너』는 내게 그런 책이었다. 겉보기에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남자의 생애를 따라가는 동안,

나는 내 안의 오래된 기억과 상처, 침묵과 분노, 그리고 나조차도 놓치고 있던 갈망을 마주하게 되었다.


윌리엄 스토너.

그는 평생 화려한 성취 없이, 말도 많지 않고, 수동적인 사람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를 ‘무기력한 인간’이라 말하고 싶지 않다.

그는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

외부 세계가 그를 오해하고, 조롱하고, 억압할 때조차, 그는 문학이라는 조용한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권력을 위해, 어떤 사람은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그를 깎아내리고 외롭게 만들었다.

이디스, 로맥스, 찰스 워커…

그들은 너무도 현실적인 인물들이라 내가 지금껏 읽은 소설 속 인물 중 처음으로 살의를 느끼게 만든 존재들이었다.

그런 감정을 품게 된 스스로가 놀라울 정도로, 나는 스토너의 고통에 깊이 동화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소설을 분노로만 읽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노력했다.

스토너가 평생을 걸고 지켜낸 문학에 대한 열정을 바라보려 애썼다.

그가 책을 읽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느꼈을 조용한 기쁨

그 작은 온기를 나도 알고 있었기에, 그의 고독이 외롭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문장들, 특히 책과 삶을 연결 짓는 대사들 속에서

나는 문학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오랜 시간 품어온 가치관을 발견했다.

언젠가 아들에게 했던 말을 책 속 문장으로 만났을 때, 마치 나의 말이 책 속에서 반짝이며 되살아나는 것 같아 뭉클하고 기뻤다.

그 순간, ‘삶이란 결국 흘러가는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이름을 가진 존재지만, 어느 순간엔 모두 같은 질문 앞에 선다.


“넌 무엇을 원했나?”


죽음을 앞두고 스토너가 자신에게 던진 이 질문은, 책을 덮은 뒤에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질문 앞에 섰다.

“나는 도대체 내 인생에서 무엇을 바라고 있었던 걸까?”

그 물음이 가슴을 깊이 파고들었고, 나는 책 앞에서 오열했다.


스토너는 조용히 살아갔다.

그러나 그의 삶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했고, 배웠고, 견뎠고, 끝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마주했다.

그 고요하고 미미한 저항의 기록이, 내 안에서는 거대한 파동으로 울려 퍼졌다.


문학은 종종 우리에게 묻는다.

“네 삶은, 네가 진정 원한 것이었나?”


나는 이제 이 질문을, 더는 외면하지 못할 것 같다.

『스토너』는 그렇게 나에게 질문을 남기고 떠났다.

그리고 그 질문 하나로, 나는 이 책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