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프로덕트 매니저 OR 프로덕트 오너 편
프로덕트에 대해 고민하고 기획하고 개발하는 것에도 관심이 있지만, 퇴근 후에는 또 다른 세상에 나를 던져놓으려고 한다. 하루 종일 일 생각을 하면 때론 생각이 꼬이고 몸이 쉽게 지치기 때문이다.
퇴근 후, 넷플릭스에서 판타지 드라마 '환혼'을 즐겨보았다.
그러면서 그 속의 주인공 '장욱'을 보면서 왠지 모를 동질감이 생겼다.
( 아, 물론 외모면에서는 장욱이 훨씬 잘 생겼다 )
그게 아닌 장욱이라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 속에서 고난과 역경을 덤덤히 받아들이며 나아가는 모습이 어느 순간 나에게 동화된 것이다.
드라마 '환혼' 속 주인공 장욱은 물을 마법처럼 다루는 '대호국'에서 술사의 직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장욱의 아버지는 장욱의 '기문'(물을 다룰 수 있는 기운)을 강제로 닫아서 술법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였다. 장욱의 하루하루는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었다.
프로덕트 매니저도 마찬가지이다. 포지션으로서는 정말 무엇이든지 결정하고 성과를 척척 가져올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8할 중에 2할 정도가 성공경험을 가져오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누구도 실패를 하지 않고 성공경험을 가져올 수는 없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가설을 세우고 프로덕트를 개선하고 소비자의 소리를 들으며 프로덕트 매니저만의 내공을 쌓아간다. 그런 메커니즘에서는 환혼의 장욱과 프로덕트 매니저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현업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단골 멘트는 아무래도
"PM님 이번에 기획 소비자들에게 조금 반응 있겠죠?"이다,
물론, 확신을 가지고 대답을 할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나 자신조차 기획에는 자신이 있지만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까지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그런 순간이면 환혼 드라마에서 모든 앞일을 예측하고 대비하고 여유 있는 마의 이철 선생 캐릭터가 생각나곤 한다. 일의 진행에 있어서는 두 걸음 앞 수를 보면서 여유 있게 상황과 정세를 읽는 그런 능력들이 다른 술법보다는 작게 보일지 모르지만 프로덕트 매니저 관점에서는 정말 매력적인 술력이 아닐 수 없었다.
환혼 드라마에서는 '얼음돌'이라는 신기한 존재가 있다. 물이되기도 하며 바람이되기도 하고 때로는 뜨거운 불이 되기도 하는 음양오행이 담긴 신비의 돌덩이다. 이 돌덩이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대호국에서는 200년 전 대혼란이 있었고 이 혼란을 잠재운 사람이 마의 이철 선생의 스승 '서경 선생'이라는 사람이다.
프로덕트에서 '얼음돌'은 아무래도 PMF로 보고 싶다. 그 순간 소비자들은 우리 프로덕트를 서로 많이 가지려고 하며 앞다투어 소개하고 소유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얼음돌이 대호국의 경천대호에 숨겨진 것과 같이 시장이라는 경천대호에서 PMF라는 얼음돌을 찾는 역할이 결국 현실세계에서는 PM 또는 PO이기 때문이다.
PMF라는 얼음돌은 영원히 우리 곁에 있지 않는 성질 또한 드라마 환혼의 얼음돌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나의 프로덕트 매니저로서의 술력이 조금 낮아 시장이라는 경천대호에서 PMF라는 얼음돌을 빠르게 찾아올리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 나의 마의 이철 선생은 어디 있는 것일까? 단양곡에서 수련이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 ㅎㅎ)
프로덕트 매니저는 수많은 아티클과 정보를 습관적으로 학습하고 읽어 내려간다. 그중에서는 성공한 프로덕트 매니저, 프로덕트 오너 선배님들의 노하우와 스킬들이 전수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그 성공한 프로덕트 매니저분의 몸으로 단 3일 정도 영혼을 바꿔서 그분이 축적한 지식들을 온전히 가지고 나와 내가 개발 중인 서비스에 다각도로 접목해보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과 욕구가 있을 때가 있다.
드라마 환혼에서도 늙은 육체에서 젊은 육체로 술력이 낮은 육체에서 높은 육체로 혼이 바뀐다.
그래서 '환혼'이라고 한다. 그 환혼을 도와주는 것이 얼음돌에서 나온 '추혼향'이라는 존재이다.
물론, 현실세계에도 그런 존재가 있다면 아무래도 아비규환이 될 것이다. 때로는 판타지적인 순간이 한번 정도 있다면, 난 추혼향 앞에서 고민하다가 환혼을 시도하는 그런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지도 않을까? 하는 상상도 종종 해보았다.
"아 모르겠다. 내일은 또 어떻게 되겠지?" 라는 조금은 무책임하면서도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는 관점으로
오늘도 어제와 같이 잠에 든다.
눈을 뜨면 환혼되어 있을까?라는 상상보다는
눈을 뜨면 출근이라는 현실이 때로는 환혼보다 무서울 때가 있다.
내일도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술력을 키우기위해 또 잠에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