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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샤넬로 Oct 27. 2022

스타트업 혹한기

누가 끝내 봄을 맞이할까?



오늘은 오래간만에 외부 출장을 신청했다. 사무실에서 프로덕트에 대한 치열한 고민도 좋지만, 때로는 대외적 관계 활동을 통해 업계의 트렌드를 피부로 체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감사하게도 회사에서는 흔쾌히 승인해주었고 나는 2022년 스타트업 콘 (콘텐츠 산업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들의 모임 행사)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 글은 무엇인가 깊게 분석한다기보다는 그저 느낀 점을 남기고 싶은 욕구가 컸다. 

약 5시간 30분이 되는 일정의 콘퍼런스 일정을 마치고 행사장에서 나오면서 느낀 내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공유해보려고 한다. 


(좌)에서부터 퓨처플레이, 카카오 벤처스, 스파크랩, 로간벤처스 


무엇이 우리의 생태계를 '겨울'로 만들었을까? 


스타트업의 기본적 생리는 '투자'로 시작하여 '투자'로 끝난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닷컴 버블이 사라지고 2010년부터 막 스타트업 붐업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모바일 기반에 플랫폼을 하면 '혁신'이라고 칭송받았고 더 나아가 애플의 스티븐 잡스처럼 투자 발표를 해도 많은 투자자들이 보이지 않는 장밋빛 청사진을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투자하였다. 그리고 그 장밋빛 청사진이 그렇게 실현될 줄 알았었다. 

물론, 극소수는 해피엔딩 아닌 해피엔딩을 맞이하였지만 대다수는 결국, 큰 실망감만 안겨주었다.

성장을 위한 투자, 혁신을 위한 투자 등등 명분은 여러 가지였고 그 당시만 하여도 한 번쯤은 눈감고 넘어갈 수 있었던 시절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의 기본 생태계는 외부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 취약점도 가지고 있다. 특히, 국제기준 금리 인상의 여파는 돈을 굴리는 스타트업판에서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거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국내 경제질서의 위기 등은 더욱더 돈의 흐름을 막고 있는 현실이다. 

어쩌면 당연하다. 위기의 순간, 모험을 감수하면서 내 자산을 투자하여 회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는 투자자는 정말 몇 명 없기 때문이다. 

소위, 파티는 이제 끝난 것이다. 파티 이후 어떤 스타트업들이 무임승차로  투자금이라는 '케이크'를 먹고 있었으며, '무전취식'(투자자를 속이며 거짓 미래를 예언하는 스타트업들)을 시도하려고 하였는지 그 민낯들이 속속히 밝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모더레이터 중이신 퓨처플레이 권오형 대표님 


혹한기임에도 움직이는 이들은 또 어떤 존재인가? 

다양한 매체와 기고글에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혹한기라고 하여도 부단히 그 혹한기를 맞서며 나아가려는 존재들이 있다. 그리고 이곳 스타트업 콘 콘퍼런스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예비창업자와 극초기 스타트업 대표님들이었다. 그분들 중  한 대표님이 하신 말씀이 있었다. 

"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는 혹한기 때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있지만, 우린 그들처럼 가만히 있으면 혹한기 동안 얼어 죽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단히 움직이며 생존이라는 열을 스스로 방출하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럼에도'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의 봄은 이분들이 만들어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가장 밑바닥에서 가진 것 없고 이루어본 적 없기에 누구보다 더 절실하고 과감하며 도전하는 것에 몸을 사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존심을 떠나 결국 생태계 그 자체에서 '생존'하기 위한 치열하고도 근본적인 전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혹한기 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어떻게든 생존하려고 하는 스타트업들을 소위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보면 코웃음 칠 수도 있겠지만, 인생사 '내성'이라는 것이 생겨 결국, 그들이 또 다른 9시 뉴스의 혁신을 만들어가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거의 다 왔는데 포기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라성 같이 이름을 남기 브랜드 10개 중 결국 1~2개가 살아남는 것은 끈질김이 있거나 없거나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중이신 EO 김태용 대표님 

지금 도전하는 창업가들이 어쩌면, 또 다른 스티븐 잡스의 시작은 아닐까? 

이날 카카오 벤처스 정신아 대표님이 하신 말씀이 내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만들었다. 

"가장 어려운 이 시기에 창업하는 사람들이 정말 찐 창업가 아닐까요? 늘 어려움 속에서도 도전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저는 창업자라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대표님의 말씀에 너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스타트업 혹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를 기점으로 그 전에는 경제적으로 나 외부적인 상황으로나 그나마 스타트업을 하기에 편한 시대였다. 

더불어, 지속적이고 과감한 정부의 자금 지원도 있었다. 하지만, 고금리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은 지금은 은행권도 쉽사리 돈을 풀어놓을려하지 않으며 더욱이 정부 예산도 지난 시절만큼 많이 투자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각자가 각자의 이해 속에 각자도생을 하고 있는 시국이라고 볼 수 있다. 

'난세에 영웅은 태어난다'라는 말이 있듯이, 항상 어려웠던 시절에는 시대를 뒤흔드는 혁신적인 창업가들이 태어나는 시기라고 본다. 지금 이곳에서 치열하게 도전하고 성과를 만드려고 하는 스타트업도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22년 스타트업콘 수상현장 



콘퍼런스장 한편에 쪼그려 앉아 브런치 글을 작성하면서 다시금 대한민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실 그리고 그 속에 도전하는 뜨거운 창업자들의 모습을 현장에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결국, 흔히 '존버'하는 스타트업이 따뜻한 봄을 맞이할 것이다. 이는 자연 생태계의 이치와도 맞물린다고 본다. 추위에 이기지 못하면 생존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그 추위를 피하거나 맞서서 더 생존하려고 하면 결국 그 개체는 생존하기 때문이다.

4개의 벤처사분들이 공통적으로 해주신 말씀이 있었다. 

"결국, 이 스타트업 혹한기도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렇기에 희망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원소주' 원스피리츠 주식회사 농업회사법인 김희준 이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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