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한의대 새내기 환영식에 가다
프롤로그 : 한의대 새내기 환영식에 가다
“90년대생이 MBTI를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와, 누나는 90년대생인데 MBTI를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3월, 신입생 환영회에서 03년생 본과 선배님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03학번 아님!) 서로 처음 만나 데면데면한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선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서로 MBTI 맞추기를 하곤 한다. 이때, 내가 다른 동기들의 MBTI를 꽤나 잘 맞췄다. 사회생활의 짬이랄까. 그런데, 어린 학생의 눈엔 현역들보다 10살 정도 나이 많은 내가 MBTI를 줄줄 꿰고 있는 게 퍽이나 신기했던 모양이다. 켁, 70대 어르신이 MBTI를 잘 알고 있었다면 나도 저런 반응을 보였으려나. 저 질문을 던진 친구의 눈은 순수한 궁금증으로 가득했다. 나는 안다. 그에겐 악의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다. 회사에선 90년대생이 ‘젊은이’ 축에 속하지만, 대학교에선 ‘늙은이’ 그 자체였다.
몇 년 전,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도 유행하지 않았나. 회사 부장들은 어린아이 같은 90년대생이 벌써 신입으로 들어왔다며 신기해했는데, 대학교에선 나이 든 90년대생이 신입생으로 들어왔다며 신기해한다. 특히나 대학생 때는 한두 살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10살도 더 많은 나는 ‘어르신’이었다. 그럴 만도 하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다른 동기가 나에게 언제부터 일을 했냐고 묻길래 별생각 없이 “2018년”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와 나 그때 중학생이었는데? “라며 한번 더 놀랐다. 그래, 너희가 중학생일 때 난 돈을 벌고 있었구나.
돌이켜보면 동기들이 나를 ‘이모’나 ‘아줌마’가 아닌 ‘언니’ ‘누나‘라고 불러준 것만 해도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한의대엔 만학도들이 많다곤 하지만, 여기서 많다는 건 50명중 3~4명이 있다는 뜻일 뿐.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는 말은 아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두 번째 새내기 생활이 시작됐다. 그리고 6년만 버티면 내가 한의사가 되어있을 줄 알았다. 앞으로 어떤 앞날이 펼쳐질지도 모른 채!
※해당 글은 과거 브런치북 <30대, 한의대 들어가보니>에 올렸던 글을 재가공하여 새로운 브런치북 <회사가 싫어서 의대로 갔습니다>에 다시 업로드한 글입니다.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프롤로그 : “90년대생이 MBTI를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1 수능 취재하던 기자가 수능을 직접 본 사연
2 90년대생 새내기, 나 혼자가 아니었다?
3 입사 면접보다 빡쎈, 대학 동아리 면접
4 교수님이 저랑 동갑이라니요?
5 배운 건 취재뿐이라... 한의원 취재 다녀왔습니다
5 어쩌다보니, 내가 연애 상담가?
6 "언니 완전 팬이었어요"
7 공모전으로 쏠쏠한 용돈벌이 좀 했습니다
8 대학생의 특권, 여름방학 유럽여행
9 스무 살 동기에게 청첩장을 돌려도 될까요?
10 "누나는 90년대생이라 한자 잘 알지 않아요?"
11 공부와 일, 어떤 게 더 힘들까?
12 30대 새내기가 시험기간에 술집에 가면 생기는 일
13 기자 출신인데요, 글쓰기 시험 60점 나왔습니다
14 팀플 좋아하세요? 공부보단 낫더라고요
15 한의대에 들어가고 무너진 영끌족의 꿈
16 퇴사해놓고 왜 회사를 그리워할까
17 한의대와 헤어질 결심
18 의대에 미친 한국?
19 얼떨결에 의대에 붙었습니다
20 "교수님, 저 한의대 남아있을까요?"
21 엠티에 저도 껴도 되나요?
22 의대의 시험기간이란
23 졸업하면, 마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