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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테레 Mar 28. 2016

1.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좌충우돌 캐나다 유학 이야기

1.



캐나다라는 말로만 듣던 이국 땅에 도착했다.

살기 좋다, 교육 환경 끝내준다, 복지가 최고다 하며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그 캐나다에.


굉장히 피곤했었다.

생애 처음으로 14시간 비행을 하고 영어라곤 주입식 교육의 로봇 영어만 알던 내가 그 무섭다는 이민국 심사도 받고 홈스테이 집에 도착한 건 밤 12시쯤이었기 때문이다.

출처: ctvnews

사실 캐나다의 첫인상은 무척 실망이었다.

영화에서 보던 멋진 광경의 도시가 아닌 무릎까지 쌓인 눈에 뒤덮인 직사각형 건물들의 도시. 또 내가 탄 택시의 기사님은 집을 못 찾고 주변을 헤매기까지 하여 피곤함이 더해진 듯했다.

출처: urbantoronto

내가 캐나다에 온 대외적인 이유는 더 많은 세상을 보기 위해,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큰 사람이 되기 위해 등등 그 당시 갖다 붙일 수 있는 모든 대단한(?) 이유들이 있었지만 정작 나는 나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이제껏 부모 그늘 아래 편히 살고 공부하며 지내온 내가 아무도 없는 타지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정해줄 부모님도 곁에 계시지 않고 어렵고 힘든 일을 같이 이겨내 줄 친구들도 없는 말 안 통하는 이 낯선 곳에서 과연 나는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살아갈까.


하지만, 캐나다로 오는 14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의 계획이라든지 당장 캐나다 공항에 내려서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준비라던지 실로 아무런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유학 떠날 준비가. 그냥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건지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이런 내 모습이 승무원 언니에게도 위태롭게 느껴졌는지 가끔 찾아와 내 안부를 묻곤 했다. 뭐 좀 먹어야 하니 먹고 싶은 걸 말하라는 둥 다른 필요한 건 없는지 와인 한 잔 하면 잠이 올 테니 좀 자두라는 둥. 하지만 난 먹고 싶은 마음도 자고 싶은 마음도 움직이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그렇게 14시간을 한 자세로 전쟁터에 끌려가는 사람처럼 넋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몇 시간 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오만가지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한 가지 생각만 떠올랐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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