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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테레 Apr 23. 2016

5. 뭐든 다 사용해도 돼.

좌충우돌 캐나다 유학 이야기

5.



내가 지내던 홈스테이에는 싱글맘인 홈스테이 아주머니와 그녀의 10 대딸 3명이 있었다. 홀로 세 자매를 키우려고 투잡, 쓰리잡을 뛰며 바쁘게 살고 있었다. 홈스테이도 돈을 더 벌기 위해 하는 것이었다. 자연히 세 자매들은 독립적으로 키워졌고 자신의 빨래며 간단한 끼니 정도는 혼자 알아서들 하고 있었다. 항상 엄마가 해주는 것만 받아오던 나에게는 상당히 큰 충격이었다.


엄마가 마른빨래 걷어올 때나 다 먹은 밥그릇 치우는 일을 돕기는 했어도 내가 내 빨래를 세탁기에 넣어 세제 넣고 빨래 시작 버튼을 누른다거나 밥상을 차리기 위해 처음부터 야채 손질하고 지글지글 볶고 끊이는 일은 하지 않던 일이었다. 내가 세 자매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제일 어린것 같았다.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었으니…


“여기 냉장고 안이나 선반 위에 모두 있으니까 다 사용해도 돼. 뭐 특별히 필요한 게 있으면 매주 목요일에 장 보러 가니까 그 전에 말하면 사다 줄게.”


일 때문에 주중에는 내 저녁을 챙겨줄 수 없으니 내가 먹고 싶은 거 마음껏 해 먹으라는 홈스테이 아주머니의 친절한(?) 배려. 하지만, 이걸 어쩌나… 나 할 줄 아는 것이라곤 계란 프라이와 라면뿐. 또 체면 깎이기는 싫었는지 여유롭게 스파게티 소스를 만드는 큰 딸 옆에서 괜한 너스레를 떨었다.

 

“나도 밥 해 먹어야지.”

출처: hercampus

한국 음식 해 먹는 거냐면서 흥미진진하게 나를 지켜보는 큰 딸에게 보란 듯이 스토브에 불 키고 프라이팬 올리고 기름 두르고 계란 탁! 깨서 넣었다. 이런. 시작부터 문제다. 달궈지기 전에 넣어서 계란이… 팬 여기저기로 흩어진다. 급하게 스크램블로 바꾸기! 위기상황 대처 능력을 키우고 있었다. 냉장고에 있는 찬 밥을 넣어서 계란이랑 볶으면 따뜻하게 볶음밥 먹을 수 있겠구나. 불 줄이는 걸 잊어서 계란은 타고 밥은 하나도 안 따뜻하고. 그야말로 참담했다. 옆에서 홈스테이 큰 딸이 힐끗 보면서 한마디 한다.


“안 맛있어 보여.”


알아. 알아. 나도 안다고!

그냥 너 스파게티 만드는 거 나도 같이 먹어도 되냐고 같이 먹고 싶다고 했다면 맛있는 저녁을 먹었을 것을 괜한 오기로 내 요리실력만 탄로 나고 맛없는 저녁은 덤으로 얻었다. 잃은 게 많은 저녁이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요리하기 시작한 때가. 한국에서도 서양 음식은 좋아하지 않았다. 조선 시대에 아주 잘 어울렸을 거라고 놀릴 정도로 햄버거, 피자, 스테이크… 내 취향이 아니었다. 캐나다에 와서도 밖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그저 햄버거, 피자, 스테이크. 내가 내켜하지 않는 음식들 뿐이었다.


홈스테이 세 자매에게 받은 충격도 있지만 요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냄새 많이 나는 한국 음식은 못하더라도(절대 못해서 못했던 것만은 아님;;) 볶음밥이나 불고기 같은 서양인들도 역해하지 않는 음식들은 해 먹곤 했었다.

출처: childdevelopmentinfo

역시 부모 품 떠나야 성장한다. 닥치면 다 알아서 하게 된다. 요리할 줄도 모르고 햄버거도 못 먹는데 굶으면 어쩌냐는 엄마의 걱정은 접어둬도 된다고 말했다, 엄만 안믿었지만.



인간은 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게 되어 있다, 내가 그러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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