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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ya Jul 16. 2022

스트리트 포토 파이터

Simpson Kim




책상에 앉아 턱을 괴고 있는 것만으로 일상은 달라진다. 가만히 카메라를 손에 쥐면 일상은 특별해진다. 하지만 카메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일상을 사는 것만큼 낭만적인 일은 없다. 


평소처럼 비행기 탑승시간을 기다리는 데 그날따라 줄을 서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을 마치는 아쉬움, 어쩌면 이제 여행을 시작하는 설렘, 지침 같은 것이 보였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노을빛이 사람들의 표정을 더 선명하게 보여줬다. 카메라에 담을까 했지만 담지 않았다. 그저 카메라를 통해 보는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빛과 색 이전에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이야기에 빛, 색, 수많은 그리고가 붙어 우연을 만들고, 그 우연은 카메라에 담겨 하나의 장면이 된다. 그 장면 장면은 또다시 우리가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만다.


스트리트 포토는 우연을 찍는 일이지만, 꼭 우연만은 아니다. 수많은 '하필'과 '마침'이 겹쳐 완벽한 장면을 이룬다 해도 그것이 우리를 붙잡지 못한다면 지루한 출근길과 다를 것 없는 순간이다. 그래서 스트리트 포토는 우연히 완벽하게 아름다운 장면을 마주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왔던 장면을 우연히 발견하는 일이다. 우리는 길거리를 나서기 전에 무엇에 시선을 사로잡힐 것인지 알아야 한다.




빛처럼 강한 언어도 없다. 텍스트도 이미지도 아니면서 인간의 감정을 찰나의 순간으로 보여준다. 찍는 입장에서는 명료하다. 빛은 사진의 주재료이자 작가의 감정을 가장 짧은 호흡으로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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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방송과 함께 문이 열리면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빠져나간다. 하루에도 수백 번 반복되는 풍경이다. 그때마다 그 틈 사이로 '미완의 그림'이 등장했다 사라진다. 어떤 순간도 의도와 목적이 담긴 작가의 시선 없이는 평범한 일상에 불과하다. 



<스트리트 포토 파이터 - Simpson Kim> 22.07.03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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