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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콕스 cocs Feb 28. 2020

눈이 오면 생각나는 강원도,  그곳의 대관령

-눈 내리는 2월 여행-

 2월 16일 서울에 함박눈이 하루 종일 펑펑 내렸다. SNS상에는 여기저기 눈꽃과 설경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서울에서도 이렇게 멋진 눈꽃을 볼 수 있다니. 누구는 이상기후라고 걱정하고, 어떤 이는 올해 첫 서울 눈이라며 휴일을 눈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보낼 것이다.

 3월의 새 출발이 다가오는 이 시기에 날씨가 이제야 겨울 같다. 춥고 바람 불고 눈 내리는 서울에서 올해 마지막일 거라고 노심초사하며 떠났던 불과 일주일 전의 설경 여행기를 기록한다.

역시 인생과 날씨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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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겨울이 오면 눈꽃과 설경이 아름다운 제주도 한라산을 이번에는 꼭 오르겠다고 다짐을 한다.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한라산 눈꽃을 한 번이라도 직접 본이라면 그 느낌을 비밀수첩처럼 간직했다가 겨울만 되면 살며시 꺼내보게 된다.

이해를 돕기위한 이미지입니다

 새하얗게 눈 덮인 천백고지와 등산 초보자라도 쉽게 오르는 영실 오름이 눈에 아른거리지만 날씨, 교통, 시간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야 갈 수 있는 제주도 눈꽃 트레킹은 누구나 할 수 없고, 언제나 갈 수 없다.


 작년 겨울엔 서울이 따뜻한 편이었다. 12월 3일에 온 첫눈도 반짝 쌓이고 그쳤다.

‘올해도 눈다운 눈을 못 보고 지나 가나…’

사실 겨울 강원도에는 몇 번의 대설특보가 내려졌다. 작년 11월 그리고 새해 설 연휴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눈이 왔다. 무릎까지 눈이 ‘푹푹’ 들어가는 겨울왕국이 대관령에 펼쳐졌다. 2020년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 강원도에는 대설특보가 내려져 3일간 50cm 이상의 눈이 쌓였다. 더 이상의 다량의 눈 살포는 없을 거라고 낙심하던 차에 2월 첫째 주 또다시 함박눈이 대관령에 뿌려졌다. 아니 세 번째 대설주의보가 발령을…… 과연 스키장이 밀집된 눈의 고장답다.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도 지났는데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니. 이번에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올해 눈은 영영 못 볼 것 같은 조급함이 들었다.

이해를 돕기위한 이미지입니다

그.리.하.야!

수북이 눈이 쌓인 며칠 후 따뜻한 날을 골라 (2월 8일 강원도 평창 기온 8도)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강원도 산간 지역은 높은 산고개들이 많은데 (예를 들면,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등) 그중에서 서울에서 제일 가깝고, 관광과 체험을 할 수 있는 목장이 많은 “대관령”과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스키장으로 유명한 “용평”이 있는 평창이 반나절 여행으로 적합하다. 물론 강릉까지 가게 되면 시간은 훨씬 더 걸린다.

용평스키장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은 지도입니다.

 

강원도 반나절 코스를 위한 첫 번째 준비는 인스타그램으로 핫플 검색하기. 그리고 유튜브로 확인하기.

나들이나 여행을 계획하면 인스타그램을 제일 먼저 검색하여 예쁜 곳을 찾는다. #설경으로 검색하여 ‘이사진 예쁜데?!’하고 눌러보면 대부분 평창 목장 사진이 나온다.   

 평창 목장을 선택한 이유는 눈을 원 없이 볼 수 있지만 눈 덮인 풍경도 멋져 사진 찍을 곳이 가득하고, 양 떼&말 목장 체험과 유제품도 판매하여 이동 경로를 줄이고도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도 코스에 넣고 싶었지만 동절기에는 입산 시간이 짧고 평창과 거리가 있어 굉장히 빠듯하다. 세세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여유롭게 여행하는 것이 해가 갈수록 진화된 나만의 여행 방식이다.

 

평창에는 잘 알려진 3개의 대규모 목장이 있다.

삼양대관령목장(@samyangfarm), 대관령양떼목장(@yangtte_ranch), 하늘목장(@skyranch1974)세 곳 다 인스타그램 사진 맛집이다. 삼양대관령목장은 매일 인스타에 카우 캐릭터로 목장 사진과 날씨, 온도, 현재 상태 등 간단한 정보를 알려준다. 대관령양떼목장은 인스타 업로드가 활동적이지는 않다. 최근 겨울 풍경 사진은 안 올라와 있다. 하늘목장은 관광객들의 다양한 포즈나 영상을 업로드한다.

그러나 대관령 양 떼 목장이 블로그 리뷰가 제일 많고, 입장료도 삼양 목장에 비해 저렴하고, 너무나 멋진 오두막 포토존이 있어서 이미 갔다 온 하늘목장보다 추천한다.


 내비게이션(카카오 네비, 티맵, 네이버지도 기준)에 ‘양떼목장” 또는 “평창양떼목장”을 치면 대관령양떼목장이 최상단에 나와 검색을 따로 하지 않았을 때는 이곳만 갔었다.

이 외에도 포털 사이트에 양떼목장을 검색하면 대관령순수양떼목장(@kovazang), 소금강양떼목장이 나오고 인스타그램에도 검색하면 많지는 않지만 사진들이 나온다.

유튜브에서 양떼목장을 치면 브이로그, 비교 체험 영상들이 있는데 한 유투버가 하늘, 대관령, 삼양을 직접 가보았을 때 입장권 가격, 풍경 등을 비교하여 그중 하늘 목장이 제일 낫다 하여 이번에는  하늘목장으로 고규띵!


 8일 토요일 오후 1시 반에 간단한 점심을 먹고 가기로 결정.

이날은 강원도 폭설 직후 찾아온 따뜻한 주말 날씨였다. 아침 뉴스에 낮 기온이 8도까지 올라간다고 하여 들뜬 마음에 시동을 걸었다. 공식적인 눈꽃축제는 1월에 벌써 끝났지만 나만의 축제를 즐기러 월동 준비를 단단히 하고 출발!


눈꽃여행 준비물: 핸드폰 터치가 되는 털장갑, 하얀 눈부심에 대비한 선글라스, 귀가 떨어져 나갈지도 모르니 귀마개 또는 패딩에 달린 두꺼운 털모자, 집에 있는 것 중 제일 따뜻한 방한&방수 패딩, 비탈길과 눈 위를 밟아도 발이 전혀 시리지 않은 발목 털 장화, 멋진 사진 필수품 셀카봉 그리고 설레는 마음이 드러나는 행복한 표정!


통행료를 조금 더 내는 제일 빠른 고속도로를 타고 매표 마감 한 시간 전인 3시 반에 도착한 하늘목장.

목장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곳마다 눈 썰 매장이 조성되어 있어 온 가족이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마차를 못 타면 이렇게 목장 곳곳에서 눈과 함께 보낼 수 있다.

입장 마감은 4시 반이지만 3시 반에 트랙터 마차의 마지막 표를 아슬아슬하게 샀다.

목장 정상까지 입장료를 내지 않더라도 눈을 즐길 수 있는 스팟들이 곳곳에 있다. 하늘 목장 입장료는 1인당 6천 원이지만 트랙터 마차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날씨가 좋은 5월에는 걸어서 트레킹 할 수 있지만 정상까지 매서운 바람과 무더운 더위를 견뎌내야 한다.  


 트랙터 마차는 크기에서도 남다른 위용을 갖췄지만 비포장 눈길 위를 용감무쌍하게 올라가는 게 또 매력 있다. 단순히 마차만 뚜뚜뚜 타고 가진 않는다. 곳곳의 포인트 지점과 기온, 정보를 알려주는 젊은 가이드분이 함께 타서 눈과 귀로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웰컴투 동막골 촬영지를 기념하는 비행기 포토존

정상까지 40분, 20분, 10분을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걷고 사진 찍기 너무 좋은 스팟들에서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올라가면서 점점 매서워지는 바람과 추위에 걷는 건 꿈도 못 꾼다. 그래도 몇몇 커플, 가족들이 인생 샷을 찍기 위해 걷고 있다. 한편으로 매우 부러운 모습이었지만 나는 참는다.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목장의 랜드마크 풍차

겨울엔 눈의 세상이지만 여름엔 초록의 또 다른 세상이 되는 목장은 제주도만큼이나 사시사철 다채롭다. 도심의 매캐한 공기와 고층 건물에 눈이 피곤했다면 이곳에 와서 탁 트인 세상을 맛보기를 권한다,

기온이 훨씬 낮고 바람이 불어 잠깐 쉴 수 있는 오두막이 있지만 정말 춥다

정상에서 20분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20분 뒤에는 다시 트랙터 마차를 타고 내려간다. 물론 마차를 안 탄다면 시간을 자유. 단단히 무장을 하고 내렸어도 산 정상은 너무너무 추워 십 분 만에 재빠르게 사진을 찍고 다시 마차에 올라탄다. 조금이라도 추위를 피하기 위해 탄 마차에는 먼저 탄 사람들로 가득하다. 20분 꽉 채우고 올라탔으면 자리가 없을 뻔했다, 그만큼 매섭게 추워서 사진이고 뭐고 빨리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정상은 벌써 해가 어스름해지고 있다.


몸은 얼었지만 뛰어보자 팔짝!


목장 입구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포토존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5월에는 걸어서 40분 정도 내려가야 하는 스팟에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본 듯한 바람의 언덕 <나 홀로 나무>가 서있지만 우리는 가이드분의 안내에 따라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스팟에 내렸다. 손과 발은 시리지만 그 정도 거리는 참아낼 수 있으니까.  

안녕 친구들, 반갑게 인사해주는 것 같은 하얀 토종말
무심한 듯 처다보지만 실은 우리를 신경쓰는 까망 토종말
형재애 가득한 사이 좋은 양떼와 염소들

목장 입구와 짧은 거리에도 볼거리들이 있으니 혹시나 트랙터 마차를 못타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사진 찍기 좋은 풍경이 아름다운 포토존과 한겨울에도 반겨주는 말과 양 떼들이 있다. 사료값을 주고 먹이 체험을 할 수 있는 축사도 지어져 있다.


완전히 하산을 하게 되면 매표소 근처에 보이는 카페테리아와 휴게 공간에서는 추운 몸을 녹일 수 있고, 다양한 유제품을 맛보거나 구매할 수 있다. 어떤 관광지이던지 입장료, 옵션 추가 비용, 굿즈 상품들은 공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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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남짓 체험을 하고, 얼른 차에 타 20분 내외 거리에 있는 용평스키장으로 부지런히 움직인다.

인터넷 검색만으로 평이 매우 좋은 '발왕산 관광 케이블카'가 두 번째 목적지.

용평스키장 내에 있는 케이블카가 과연 얼마나 다를까 하는 의구심을 품었지만  이동하면서 바로 예매!

현장 매표는 일인당 20,000원이지만 매표소에서 구매하기 전에  1분만 투자하면 네이버 예매로 5천 원씩 할인받을 수 있다. 관광 케이블카 운영 시간도 저녁 8시까지여서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된다. 대신 해가 완전히 지고 케이블카를 타면 아무것도 안 보여 케이블카를 타는 재미가 아주 많이 떨어진다.

편도 3.7km의 길고 긴 곤돌라 탑승

스키장 안에 있어서 스키 안타도 탈 수 있는 거야?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지만 친절하게 안내표지판이 다 쓰여 있으니 찾아가기도 쉽다. 곤돌라에 탑승하면 '이거 타는데 왜 평이 좋은 거지? 돈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남산 케이블카 정도 길이를 생각했지만 여러 개의 산을 넘고 높은 산을 오르는 모습을 보면 "와우!"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조금 더 이른 시간에 타면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스키어들도 만날 수 있다. 편도 탑승시간만 장장 20분. 산 풍경을 원 없이 본다. 곤돌라 안에서는  블루투스로 휴대폰 음악도 들을 수 있어서 나름 고객 맞춤형이다.

 

드디어 발왕산 정상! 1458m 도착.

그 어떤 산을 등반하지 않고 케이블카만 타고 오를 수 있을까?

정상의 느낌은 마치 내가 직접 산을 정복한 것 같은 탁 트인 시원함과 해 질 녘 풍경의 아름다움이 복잡 미묘하게 파고든다.

케이블카 안에는 전망을 조망할 수 있는 근사한 카페가 있고, 눈을 돌려 밖을 나오면 진짜 산 정상까지 직접 걸어가 볼 수 있도록 조성한 숲길을 걸을 수 있다. 20년 5월에 개장하는 스카이워크도 한창 공사 중이다.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어서 여러 가지 체험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괜.찮.은. 코스이다.


목각 조혀울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해가 지자  은은한 조명이 길을 밝히는 작은 정원으로 변신한다.

눈꽃 정원을 지나면 너른 동산이 나타나고, 목각 조형물과 함께 포토존들이 먼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노을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은 또 다른 색다른 추억이다. 동산 포토존을 지나 걸어서 더 들어가면 산꼭대기 정상 바위에도 직접 오를 수 있지만 저녁이라 위험하고 매서운 추위에 패스. 여름에 올라갈 테다.


케이블카로 하산할 때는 어두컴컴해서 아무런 풍경도 감상할 수 없었지만 이 모든 것을 반나절만에 다녀와서 뿌듯 뿌듯. 대신 음악이 나오는 곤돌라 안에서 대관령 근처 맛집을 폭풍 검색해 값싸고 따뜻한 한 끼의 옹심이칼국수로 마무리! 강원도만의 감자로 만드는 옹심이 칼국수는 평창 근처에 정말 많으니 용평 스키장 근처 시내에서 메밀전병, 수수부꾸미랑 함께 먹으면 알차고 든든한 행복한 추억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밤 9시가 되어 근처 모텔에서 투숙할까 알아보았지만 강원도에서 평범한 모텔에서 잠만 청하느니 집에 가서 푹 자는 게 더 이득일 것 같아 고속도로를 타고 두 시간 만에 집에 도착했다.

당일 왕복 운전을 했지만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았다. 먼 곳 같지만 의외로 가까운 곳. 그리고 익숙하지만 색다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강원도다.








인스타그램 : @cocs_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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