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일치할 수 없는 마음과 현실
마음은 앞서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몸이 앞서는데 머리가 따라주질 않는다. 지금 나의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뭔가를 해야 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항상 그렇지만 우리는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는 건 익숙하지만 스스로를 가르치는 건 익숙하지 않다. 나의 능력을 향상시키거나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란 쉽지 않은데 운이 좋아서 귀인을 만나 역량이 향상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드물다.
결국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고통이 따른다는 것이다. 고통이 따르는 만큼 희생도 따른다. 편안하게 바뀔 수 있는 과정이란 어디에도 없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문제를 해결하는 비법이나 노하우를 설명해주는 컨텐츠들이 많아졌다. 요즘은 유튜브와 생성형 AI로 웬만한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건 타인의 역량이나 능력을 잠시 빌려다 쓴 것일 뿐 순전히 내가 해결한 것은 아니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보상 심리만 더 커지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정신적/육체적 근육은 점점 더 약해진다. 운동도 마찬가지로 과정이 중요한데 다이어트나 몸짱이 되는 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데 어떤 약을 먹거나 특정한 운동방법을 통해 결과를 더 앞당길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보디빌더나 프로 선수들 그리고 모델들은 단순히 운동만 하지 않는다. 철저한 식습관과 자기만의 루틴을 지키면서 어떻게든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극도로 노력한다. 오죽하면 라면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몇 년에 걸쳐 안 먹겠는가. 먹을 거 다 먹고 마실 거 다 마시면서 운동하는데 무슨 발전이 있고 살이 빠지겠는가. 다른 건 몰라도 특히 몸은 우리에게 분명하게 알려준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몸은 분명하게 보여주고 느끼게 해준다. 우리 몸은 셀 수 없이 많은 과정들로 이루어져 있는 인격체이며 유기체다. 일상을 편하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수천, 수만 아니 수억 개의 과정들이 이루어진 몸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스스로 뭔가를 하는 과정의 강도나 영역을 줄이는 시도를 계속하게 된다면 그저 도파민에 절여진 삶을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을까?
과정을 즐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세상은 모든 게 다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심지어 연애도, 사랑도 다 과정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걸 볼 때마다 점점 사람들이 관계에 필요한 과정의 경험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떠나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뭔가를 이루기 위한 과정의 자연스러움이 낯설게 느껴진다고 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수많은 성공의 뒤에는 극도로 고통스럽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고 숱한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노력 덕분에 편안히 누릴 수 있는 일상과 문제에 대한 해결책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AI는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에 대한 구조와 사고방식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것이고 AI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거나 자신만의 개성이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더욱 인정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