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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인데 왠지 다시 고3이 된 기분

성인 대우해주는 학원 한번 찾기 어렵다.

4차 산업 혁명과 취업난이라는 키워드가 겹쳐지면서 IT 관련 학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요즘 또 한 가지 느끼는 점은 IT학원들이 수강생들의 불안을 달래는 방식이 입시 학원들이 고등학생 혹은 재수생들을 달래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이 도래했다며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취업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성인 교육 시장의 광고는 입시 제도가 바뀌었다며 면접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단지에 대한 기억과 왠지 겹쳐진다.


불안에 대비하는 방법은 새로운 변화에 이미 잘 적응한 강사를 찾아가는 것이라는 공식이 한국에는 유난히 견고한 듯하다. 강사에게는 전문성을 보장하는 완성된 세트의 지식과 노하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학생들은 그 지식과 노하우를 완벽히 전수받기만 하면 취업에, 입시에 성공할 수 있다는 주문에 걸려 수동적인 학습자가 된다.

학창 시절, 뭘 배웠는지는 기억이 안나도 그때의 멘탈과 공부 습관은 왠지 몸이 기억하는 것 같다. 시키는 대로 잘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열심히 하고 보자.

성인을 청소년 다루듯 하는 학원에 다니다 보면 성인 학습자들도 고등학생들과 다를 바 없어질 수밖에 없다. 강의실 안에 빼곡히 앉아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열심히 필기를 한다. 집중해서 듣고, 집에 가서 복습하고, 또 다음날 새로운 것을 주입받는다.


취업을 위해 학원을 찾아가는 분들을 모두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다만 내가 다니고 있는 학원이 과연 고등학생이었던 나와 성인이 된 나를 다르게 대하고 있는지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키니까 해야 되는 줄 알았던 시절에 비해 내 삶을 개척해나갈 만한 경험과 자아가 생긴 내가, 이전과 같은 취급을 당한다면 당연히 부당하다고 느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성인은 자신의 삶에 대해 주도성을 가지고 계속해서 성장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억지로 떠밀려 수학 학원에 들어가는 고등학생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맞이하는 학원은 적어도 그러한 성장 욕구가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래 항목 중 내가 다니고 있는 학원이 몇 가지에 해당되는지 확인해보자.

1. 커리큘럼에 담긴 내용이 나에게 왜 필요한 것인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2. 내가 배우고 싶은 것, 나의 필요에 따라 커리큘럼의 내용이 유동적이다.
3. 내가 이전에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경력을 존중한다.
4. 강의보다 스스로 탐구하고 동료와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
5. 특정 과목의 내용을 모두 소화하는 것보다 내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강조된다.

위 다섯 가지 항목은 성인학습자모델, 안드라고지(Andragogy)의 원리에 대응된다. 안드라고지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덧붙인다 하더라도, 아동이나 청소년이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이 위 항목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코드스테이츠에서 수강생분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개발을 배우고 싶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다. 좀 더 자유도가 높은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서, 개발하고 싶은 서비스가 있어서, 창업을 하고 싶어서 등 개발을 배우기로 결심한 계기를 공유하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수강생 분들이 서로 각자의 지향점을 공유하다 보면 디자이너부터 마케터, 혹은 대기업 사원으로서 경험했던 것들 또한 자연스레 공유된다. 그렇기 때문에 코드스테이츠 스탭들은 수강생 분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개발자가 아니라 이미 가지고 계신 경력 위에 개발 능력이 더해지실 분들로서 존중한다.


각 사람이 개발을 배우고 싶은 이유가 다른 만큼, 커리큘럼에는 서로 다른 관심사가 공존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듯하다. 물론 코드스테이츠의 커리큘럼이 지향하는 공동의 교육 목표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프로젝트 기간부터 어떤 기술을 선택해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서로가 배우는 내용은 매우 상이해진다. 코드스테이츠의 교육 목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찾고, 그 과정의 어려움들을 동료와 함께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한 능력을 갖출 수 있다면, 그 과정 중에 익히게 되는 기술 스택이 한두 가지 달라지는 것은 크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내용과 결과보다 능력과 과정을 중시하는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택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잘 맞는 스타일이야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자율성이나 협력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그게 더 좋은 것이라고 증명할 수는 있다. 학습 분위기의 효과를 강조하는 연구들이 너무나 많기에..) 그렇지만 여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더 많은 분들이 성인으로서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는 곳에서 스스로의 학습을 주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만약 개발을 배우고 싶은 이유가 단지 개발자로서 취업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꾸준히 성장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기 때문이라면 더더욱.




이 글은 코드스테이츠의 Head of Student Experience 왕주희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원문은 이곳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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