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보다 저렴하게, 보다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곳
요즘 코드스테이츠에서의 핫이슈는 온라인 교육이다. Pre Course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온라인 교육이 주를 이룬 형태로 진행되어 왔지만, Immersive Course는 이제 막 온라인 과정으로 첫 발을 내딛고 있다.
우리가 Immersive Course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수강생 관리가 힘들다.’, ‘수강생들의 집중도가 떨어진다.’, ‘현장 강의의 생동감을 전달하지 못한다.’, ‘수강생의 이해도를 확인하기 힘들다,’, ‘수강생들 간 교류가 어렵다’ 등 많은 부분을 걱정했다. 사실 우리도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들을 한 가지씩 해결해 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연구는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다.
온라인 과정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대학의 미래: 어디서나 닿을 수 있는 열린 교육의 탄생”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사실 이 책의 영문 제목은 훨씬 자극적이다. “End of College”. 한국에서 이런 제목으로 책을 내면 전혀 팔리지 않으리라 예상했는지도 모르겠다. 두 버전의 제목을 조합해보자면 책의 주된 내용은 이렇다. 어디서나 닿을 수 있는 열린 교육이 탄생하면서 기존의 교육은 그 기반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교육, 즉 판에 박힌 대학의 모습을 설계하기 시작한 것은 하버드의 총장이었던 찰스 엘리엇이다. 수강 신청일에 PC방에 가게 하고, 치의학대학원을 가기 위해 교양 과목 학점을 관리하게 만든 이가 바로 찰스 엘리엇이다. 대학의 형태가 굳어지기 전까지 고등교육을 위한 다양한 종류의 모임들은 각각 연구, 실용 교육, 인문 교육의 세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서울대가 연구 중심 대학이라고는 하나 취업률을 걱정하듯, 이 세 가지 목적은 통합형 대학이라는 이름 아래 점점 혼재하기 시작했다. 찰스 엘리엇은 학부 기간 동안 선택 교과제로 자유롭게 교양을 쌓게 하고, 학부를 졸업 해야만 전문 대학원을 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통합형 대학의 구조를 공고히 했다.
대학이 이것저것 다해 주면 좋은 거지. 사람이 어떻게 연구만 하고 사나.
취업하려면 실용적인 것도 배워야지.
여기까지 딱히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모든 대학들이 동형화 되면서 줄 세우기가 시작됐고, 좋은 대학은 곧 유명한 교수진과 브랜딩으로 얻은 이미 훌륭한 학생들, 그리고 좋은 시설을 가진 곳이 되었다. 한 마디로 말해 더 좋은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더 비싼 교수를 채용해야 하고, 브랜딩을 위해 마케팅 비용을 더 쏟아야 하며, 시설물 건축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교의 학비는 학부생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대학은 자신의 대학을 “좋은 대학”으로 만들어 등록금을 받으면 그만이고, 학생은 “좋은 대학”의 졸업장을 받아 취직하면 그만이다. 대학에서 양질의 교육을 기대하기는 점점 어려워졌고, 이러한 구조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는 이들이 생겨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제 대학보다 저렴하고, 대학보다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곳을 찾는다. 그리고 시장은 그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성인 사교육 시장(각종 자격증과 공무원 시험, 그리고 취업을 위한 능력 획득을 위한 학원들)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동일한 시장을 보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완전히 다른 접근 방법을 취한다. 유다시티, 코세라, 미네르바 스쿨, EdX 등에서 제공하는 과정은 대학과 거의 동일한 방식의 과정을 제공한다. 각각의 교육 기관은 대학의 한 과정을 온라인으로 옮겨 놓음과 동시에 이를 100%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코세라는 유명 대학의 강의들을 모두 모아 둔 플랫폼이다. 더 좋은 교육을 연구하기보다는 더 많은 강의를 자신의 플랫폼에 끌어드리려고만 한다는 비판을 받기는 하지만, 아무튼 여러 대학의 강의를 볼 수 있는 유용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곳이다. 한편으로 MIT와 하버드가 운영하는 EdX는 교육의 질에 무한한 노력을 기울인다. 브랜드에 가려져있던 교육의 질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될 수 있는 플랫폼이기에 이들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온라인 고등 교육은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엄청난 크기의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온라인 고등 교육 시장은 이미 그 가치를 인정받은 상태이다. 특히 공무원 시험이나 공인 인증 점수를 준비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강의의 매출은 상상 이상일 정도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무언가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강의가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유의미한 것으로서의 고등교육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네르바 스쿨이나 EdX, 유다시티는 이와 다르다. 해당 과정을 마치고 증서를 받은 것 자체가 대학의 과정을 이수한 것과 같은 가치를 갖는다. 적어도 목표는 그러하다.
대학의 대안으로써 온라인 고등교육의 가치는 학습에 대한 인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우리의 대학 졸업증은 학교의 이름과 전공 외에 그 어떠한 정보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어떤 과제를 수행했고, 각 과제에서 몇 점을 받았으며 과정 중의 토론에는 얼마나 기여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채용 관계자 입장에서는 대학 이름과 전공의 경쟁률 외에 판단 기준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해 모질라가 개발한 오픈 배지라는 서비스는 매우 혁신적이다. 오픈 배지는 조직이 생성한 오픈 배지를 사람들이 한 곳에 수집할 수 있는 일종의 공통 프로토콜이다. 사진을 찍으면 사진은 장소와 위치가 담기듯 오픈 배지는 학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담는다. 과정이 어떻게 편성되어있는지, 과제는 어떻게 제출했는지,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등에 관한 정보가 모두 열람 가능해지는 것이다.
오픈 배지는 교육 기관에서만 발행하지 않는다. 모질라가 오픈 배지 공모전을 했을 때 참여한 주요 조직에는 디즈니-픽사, 나사, 스미스소니언 등이 있었다. 이와 같이 오픈 배지에는 유의미한 학습 경험이 모두 담기게 된다. 사실상 모든 순간이 학습의 과정인 것이 인간의 삶이기에, 오픈 배지와 같은 학습 인정 서비스가 활성화된다면 교육의 평등에 관해서는 말할 것도 없어진다.
코드스테이츠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코드스테이츠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대학을 나오신 분들도,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으며 다양한 경력이 있으신 분부터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신 분들도 계시다. 졸업생들의 채용 과정을 도와주면서 우리도 이 분들의 학습 과정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드러낼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게 된다. 코드스테이츠가 채용 파트너사 분들에게 졸업생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과 오픈 배지의 공통점은 과정 중의 내용을 매우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점이다. 무엇을 배웠고, 어떤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으며, 동료와 엔지니어의 평가가 어떠했는지 모든 것이 수료증과 추천서 안에 담기게 된다. 그 모든 과정을 정확히 알게 되면 채용 관계자는 코드스테이츠의 졸업생이 거친 학습 과정을 신뢰할 수밖에 없어진다.
대학을 대체하기 위한 온라인 고등 교육은 이미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개척해나가고 있는 분야이다. 불필요하게 높은 입학 경쟁률을 거치지 않고도 어디에서나 높은 질의 온라인 교육을 제공한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국제적인 학습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있다. 코드스테이츠 또한 더 많은 수강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온라인 교육을 더욱 철저히 실현해 보고자 한다. 이머시브 온라인 과정을 준비하며 수강생 간 교류와 수강생-엔지니어 간 교류, 그리고 수강생 관리에 필요한 새로운 방법들을 잘 찾아 적용할 수 있었듯이, 우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더 좋은 온라인 교육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글은 코드스테이츠의 Head of Student Experience 왕주희님이 작성한 글입니다. 원문은 이곳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