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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Lee Jan 19. 2023

리포트에 ChatGPT를 사용하면 표절인가?

ChatGPT와 인간의 협력적 글쓰기

최근 ChatGP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6년에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 대국을 할 때보다 더 폭발적인 반응이다. SNS에는 "ChatGPT를 활용하는 8가지 방법", "ChatGPT에게 OOO 물어보기"와 같은 게시물이 쉴 새 없이 업로드되고 있다.


교육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교육계에서는 ChatGPT로 인해 과제물 표절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대부분의 과제물은 학생들이 특정 주제에 대한 글을 작성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ChatGPT를 활용하면 학생들이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을 과제물로 제출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ChatGPT에게 특정 주제에 대한 글을 작성하라고 지시하면 순식간에 4~5 문단의 글을 작성해 준다. 한글이 아닌 영어로 부탁한다면 더욱 높은 품질의 글을 얻을 수 있다. 자연어처리 개발을 하는 필자도 ChatGPT의 놀라운 성능에 대한 소문을 듣고 직접 사용해 보았는데, 자연어처리 개발자는 모두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능이 뛰어났다. 


작년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현재의 ChatGPT 정도의 성능을 가진 인공지능의 개발은 아무리 빨라야 3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OpenAI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예상을 뒤엎는 성능의 인공지능을 공개하고야 말았다.


교육계에서는 ChatGPT를 사용한 글쓰기 과제물을 방지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과제물을 손으로 제출하게 한다는 분도 있고, ChatGPT로 쓴 글을 교수자가 직접 읽어보고 사람이 쓴 것인지 아닌지 구별해 본다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이러한 방법은 효과적이지 않다. 먼저, 손으로 제출하는 것은 ChatGPT가 적어주는 글을 옮겨 적어서 제출하면 된다. 교수자가 사람이 쓴 것인지 ChatGPT가 쓴 것인지 구분하는 방법은 효과적일 수도 있지만 우회하는 방법이 있다. 한 가지 방법은 ChatGPT에게 "인공지능이 쓰지 않은 것처럼 써줘"라고 요구하는 방법이고, 다른 방법은 ChatGPT가 생성한 글의 일부만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ChatGPT가 생성한 글인지 사람이 적은 글인지 구별하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ChatGPT의 발전 속도를 볼 때, 해당 인공지능이 인간이 작성한 글과 ChatGPT가 작성한 글을 잘 구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대응할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대응하기보다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습자들은 인공지능과 함께 협력하여 글을 쓸 수 있고, 교수자들은 학습자들이 인공지능과 협력한 글쓰기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아래 캡처된 이미지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교수인 Ryan Baker가 최근 업로드한 게시물이다. Ryan Baker는 교육적 데이터 마이닝(Educational Data Mining) 분야의 구루(guru)이며 교육과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이다.



수업에서 ChatGPT, GPT, DALL-E 등의 Foundation Model (Bommasani et al., 2021)을 사용해도 되지만 여전히 인용표시 등의 표절에 대한 원칙은 지킨다는 글이다. (Foundation Model에 대해서는 이후에 한번 다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ChatGPT가 등장한 지 불과 2달이 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매우 빠르고 유연한 대응 방식이다.


사실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는 지금까지 인공지능을 쓰지 않았지만 인터넷 검색을 글쓰기에 활용하고 있지 않은가? 이 글을 쓰는 필자도 모니터 한편에 Google 창을 띄워두고 검색하며 글을 쓰고 있다. 필자 외에 글을 쓰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Google과 협력"하여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Google을 사용해서 글쓰기를 할 때도 그대로 복사, 붙여 넣기 하기보다 글의 내용을 읽고 이해하여 내가 원하는 부분을 발췌하거나 응용하여 글을 작성한다. 필자는 ChatGPT를 사용한 글쓰기 방식은 기존의 검색을 활용한 글쓰기 방식에서 조금 더 진일보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공지능과의 협력이라는 표현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협력은 "힘을 합하여 서로 도움"이라는 뜻으로, 사전의 정의에는 대상이 인간으로 명시되어있지 않다. 사전의 정의가 진리인 것은 아니지만(진리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필자는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이라면 인간과 서로 힘을 합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학에서는 분산인지(distributed cognit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분산인지를 설명할 때 주로 드는 예시는 배를 운항하는 선원들에 대한 예시이다. 배를 운항하기 위해 총 지휘하는 것은 선장이지만, 선장 혼자서는 배를 조종할 수 없다. 선장을 보조하는 항해사, 기계실에 있는 정비담당 선원, 갑판을 책임지는 갑판장 등 다양한 역할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배를 조종한다. 여기서 조금 더 개념을 확장하면, 배를 조작할 때는 인간뿐만 아니라 배의 엔진이나 방향을 조정하는 키, 레이더 등 다양한 기계들이 함께 힘을 더하게 된다.


이처럼 여러 사람들과 주변 환경이 함께 인지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상황을 분산인지라고 한다. 최근 분산인지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인공지능과 협력하는 학습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진희, 이현경, 조영환(2022)은 인공지능 교육을 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인간과 인공지능 간 협력에 대한 의견을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교사들은 인간과 인공지능 간 협력에 대해서 긍정적이었으며, 감정적인 교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어서 김진희(2022)는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미술 작품 제작 간 관계에 대한 양적, 질적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에 따라 미술 작품 제작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외에도 Google Scholar에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력(Human-AI Collaboration)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많은 연구물들이 최근에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 앞으로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글쓰기는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될까?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논문은 Google Research에서 작성한 "Wordcraft: a Human-AI Collaborative Editor for Story Writing" (Yuan, Coenen, Reif, & Ippolito, 2022)였다.


본 연구에서는 직접 Wordcraft라는 웹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였다.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자는 직접 글을 쓰다가 자신이 원할 때 이어질 글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이어서 쓸 수 있다(continuatoin). 사용자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글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글을 선택할 수 있다. 사용자가 글을 작성할 때 빈칸을 작성하면 채워주는 기능(infilling)도 있으며 자신이 쓴 글 중의 일부를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정교화(elaborate)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작성한 글을 재작성(rewriting)하게 할 수도 있다.


Wordcraft의 인터페이스

놀랍게도 Wordcraft은 Meena (Adiwardana et al., 2020)라는 인공지능이 사용되었다. Meena의 성능도 물론 뛰어나지만 ChatGPT의 성능보다는 훨씬 낮은 성능을 보인다. 즉, ChatGPT 정도의 성능이라면 충분히 인간과 협력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다. 


남은 문제는 어떻게 ChatGPT와 글쓰기를 할 것인가이다. 사실 우리는 Google 검색을 활용한 글쓰기를 누군가에게 배우지는 않았다. 기본적인 글쓰기 소양이 있고, 검색하는 방법이나 좋은 키워드를 찾는 방법들을 체득하면서 점차 익숙해졌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겪었던 과정을 미리 배우고 적용했다면 시행착오가 훨씬 줄어들지 않았을까?


앞으로 더욱 좋은 성능의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고, 학습자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활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학습자들에게 인공지능과 협력하여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지도해 줄 필요가 있다. 지도하는 방식은 명시적으로 지도할 수도 있지만 교수자가 직접 활용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모델링이나 인지적 도제(cognitive apprenticeship)와 같은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Wordcraft와 같은 직관적인 UX를 가진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면서 학습자들이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참고문헌

김진희. (2022). Students' interaction with AI drawing system : Focusing on students' attitude toward AI and drawing skills. 박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서울.

Adiwardana, D., Luong, M. T., So, D. R., Hall, J., Fiedel, N., Thoppilan, R., ... & Le, Q. V. (2020). Towards a human-like open-domain chatbot. arXiv preprint arXiv:2001.09977.

Bommasani, R., Hudson, D. A., Adeli, E., Altman, R., Arora, S., von Arx, S., ... & Liang, P. (2021). On the opportunities and risks of foundation models. arXiv preprint arXiv:2108.07258.

Kim, J., Lee, H., & Cho, Y. H. (2022). Learning design to support student-AI collaboration: perspectives of leading teachers for AI in education. Education and Information Technologies, 1-36.

Yuan, A., Coenen, A., Reif, E., & Ippolito, D. (2022, March). Wordcraft: Story Writing With Large Language Models. In 27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telligent User Interfaces (pp. 84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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