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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an Lee Jan 14. 2023

회고 2, 교사에서 인공지능 개발자로

중요한 결정은 가벼운 결정보다 더 가볍다

요즘들어 무인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무인 점포 중에서도 1인 가구가 자주 찾는 곳은 동전 세탁소일 것이다. 1인 가구인 필자도 집 근처에 있는 동전 세탁소를 자주 찾는다.


동전 세탁소에 가본 적이 있다면 알겠지만 동전 세탁소는 선택의 연속이다. 코스의 길이에 따라 책정된 비용이 다르며 고급 섬유 유연제 옵션과 같은 사치를 부리려면 추가 비용이 더 들어간다. 안전성을 지향하는 필자의 성격 상 주로 중간 코스를 선택하게 되곤하지만, 매번 동전 세탁소에 갈때마다 늘 어떤 코스를 고를지 고민하게 된다. 동전 세탁소는 선택에 신중을 기하게 되는 장소이다.


이직은 동전 세탁소의 선택보다 인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동전 세탁소의 선택은 1시간의 짧은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직은 최소 5년에서 어쩌면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직이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과 비교할때 필자가 이직을 결정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았다.


이전 경력

이직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필자의 경력을 짧게 설명하면,

교직에 근무

휴직 후 교육학으로 석사과정

다시 교직 복귀

컴퓨터과학 박사과정 병행

이렇게 요약해 볼 수 있다.


면접 경험


이직을 시도해본 기간은 사실 2년 정도 되었다. 이전에 이직을 시도했을 때는 이직에 대한 마음보다 면접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교사 임용시험의 면접과 회사에서 보는 면접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경험해보고 싶었다.


이전에 지원했던 직무는 주로 HRD나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이었다. 교직 경험과 교육학 석사 경력으로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경력과 이력은 기업 면접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필자가 주로 가진 경력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 교육 연구 실적이나 교사 대상의 연수 경험이다. 이러한 경력은 교직이나 교육학 연구 분야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연구 용역을 할 때 유용한 증빙 자료로 사용되었다.


반면 기업에서는 산업계의 교육과 관련된 이력이나 경력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석사과정 중에 기업과 연계된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도 있었지만, 해당 프로젝트도 K-12(초, 중, 고) 교육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나의 경력과 이력은 기업에게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몇 번의 실패를 맛봤지만, 실패의 경험에서 소소한 성과도 있었다. 먼저, 여러번 퇴고한 자기소개서나 이력서를 얻게 되어 서류 제출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졌다. 다음으로, 면접 질문에 대해서 따로 준비하지 않더라도 준비한 것처럼 답변할 수 있게 되었다. 'Learning by Doing' 이라는 말처럼 실제 이직 지원을 통해 이직 준비를 빠르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직을 결심한 계기


진지하게 이직을 결심하게 된 것은 11월 중순이었다. 진지하게 이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컴퓨터과학으로 대학원 박사과정을 진학하게 되면서 이직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전 경력으로는 HRD나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 분야에만 지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컴퓨터과학 전공인 경우에는 개발자나 데이터 과학자로도 지원할 수 있었다. 


둘째는 교직과 대학원 박사과정 병행을 시작하면서, 교직과 박사과정에서 연구하는 분야 간의 간극이 점점 커진다는 점이었다. 교직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면대면 교육에 집중하지만, 박사과정에서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1) 온라인 교육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분석, 예측, 처방에 집중하는 학습분석(Learning Analytics)이나 2) 교육용 인공지능 개발이다. (이후에 자세하게 설명하는 글을 쓸 예정이다.)


교직과 연구 간의 괴리가 커지면서 낮에는 교사로 밤에는 연구자로 생활하는 '주교야연'의 생활이 이어졌다. 내가 집중해야 할 곳이 어디인지 선택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처음 필자의 계획은 휴직이었다. 휴직 후 박사 과정에 집중하여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석사과정에서 이미 휴직을 사용했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 교육청의 규정집에 작은 글씨로 '교직 중 1회만 연수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었다. 미리 규정을 확인하지 못한 필자의 패착이었다. (만약 휴직을 계획하는 교사라면 해당 교육청의 규정집을 자세하게 확인하길 바란다.)


이후 다른 휴직 제도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아직 미혼이고 성모마리아도 아닌지라 육아휴직은 사용할 수 없었다. 많은 휴직 중 그나마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고용휴직이었다. 그러나 고용휴직에는 제약조건이 많았다. 고용을 하는 기관이 일정 수준 이상의 봉급을 보장한다던지, 국가 기관이어야 한다던지 등 여러 가지 조건이 있었다. 다만, 해당 조건이 모호하여 관리자와 장학사들의 추가적인 해석이 필요했다. 결론적으로 고용휴직도 어렵다고 결론났다.


휴직이 어렵다고 결론난 직후 필자는 이직을 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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