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을 기억해
혹 뜨겁게 달궈지더라도
서서히 고독해지더라도
차게 식어 굳어버려도
흩날리는 벚꽃잎으로 두른 따스함을
고이 간직한 사진 한 장으로
다시 피워보는 거야
저 길가가 혹 하얗게 물들어도
이때만은 분홍빛 옅은 숨으로 울리는 거야
떨어지는 게 슬퍼
등진 너의 앞으로도
찾아오는 바람은 또다시 안아줄 거야
알아줄 때까지 반복해 돌아오는 봄이
다시 이 봄이라면
우리는 기억해
남기기 충분했다고
가장 아름다운 나의 계절
이 시작 속에서 맹세해
불지옥도, 독방에서도,
내 걸음을 붙잡는 눈밭조차도
버티고 돌아와 맺어보겠다고
그게 이 시간의 약속이었어
깊게 물든 뺨에
서로 닮아질 때까지
차지하는 잎이, 붉어지는 손이
그대로 떨어져 앙상해도
기억해 줄 거란 걸 알아
기다리기 좋은 날이야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