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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Apr 09. 2024

벚꽃 사진

2024_이야시크릿_06



이 봄을 기억해

혹 뜨겁게 달궈지더라도

서서히 고독해지더라도

차게 식어 굳어버려도


흩날리는 벚꽃잎으로 두른 따스함을

고이 간직한 사진 한 장으로

다시 피워보는 거야

저 길가가 혹 하얗게 물들어도

이때만은 분홍빛 옅은 숨으로 울리는 거야


떨어지는 게 슬퍼

등진 너의 앞으로도

찾아오는 바람은 또다시 안아줄 거야

알아줄 때까지 반복해 돌아오는 봄이

다시 이 봄이라면


우리는 기억해

남기기 충분했다고

가장 아름다운 나의 계절

이 시작 속에서 맹세해


불지옥도, 독방에서도,

내 걸음을 붙잡는 눈밭조차도

버티고 돌아와 맺어보겠다고

그게 이 시간의 약속이었어


깊게 물든 뺨에

서로 닮아질 때까지

차지하는 잎이, 붉어지는 손이

그대로 떨어져 앙상해도

기억해 줄 거란 걸 알아

기다리기 좋은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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