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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를 푸는 중에
2023_이야챌린지_033
by
이야
Oct 20. 2023
임시 표지
"후. 이 정도면 되겠지?"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마친 수호가 자신의 상태를 재차 확인했다.
최대한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 그가 첫 출근을 위해 밖으로 나왔다.
당당한 걸음으로 정류장에 도착한 그는 버스 시간을 보며 숨을 골랐다.
자신이 앞으로 잘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수호였다.
받은 사원증을 목에 걸며 회사 로비로 들어간 수호는 긴장이 여력한 얼굴을 최대 풀려고 애썼다.
"안녕하세요. 신입 예수호입니다."
"어서 와요~ 수호씨~"
면접일에 만난 적이 있던 사람이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아는 얼굴을 보자 마음이 놓인 그가 미소를 지으며 꾸벅 인사했다.
자신의 자리를 안내받은 수호는 앞으로 함께 일할 직원들에게 다시 한번 자신을 소개했다.
그들에게서 환영 인사를 들은 수호가 기쁜 얼굴로 활짝 웃었다.
"아. 이쪽이 수호 씨 사수에요. 문제니 주임~"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씩씩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몸을 세운 수호는 자신의 사수로 소개받은 제니를 보며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앞으로 할 일 알려줄게요."
"난 이만 자리로 돌아갈게~ 수호 씨 파이팅!"
과장인 상사가 수호를 격려하고 떠나자 제니와 좀 더 거리를 좁힌 수호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
무언가 설명하는 제니의 입술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는 그녀의 입술이 굳게 닫히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수호 씨, 다 듣고 있죠?
"네. 다 들었습니다."
다행히 그녀가 한 말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정리한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당분간은 배우는 주니까 업무 숙지부터 부탁드릴게요."
그제야 제니와의 거리가 생긴 그는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받은 업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제니와의 재회에 정신을 잠시 놓았지만, 신입사원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은 그는 한동안 기본 업무를 숙지하며 앞으로 할 일을 정리해나갔다.
자신의 일을 하다 잠시 수호를 확인한 제니는 일에 열중하는 수호의 얼굴을 보며 조용히 웃었다.
'이번 신입은 괜찮은 것 같네. 어리숙해 보이진 않고, 또 금방 관두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모르지, 일단 지켜봐야겠지?'
이미 신입 하나를 떠나보낸 그녀는 부디 수호가 오래 회사에 다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자자. 다들 점심 먹고 옵시다. 수호 씨는 제니 씨가 챙겨주면 좋겠는데"
"그럴게요."
빨리 사수와 친해지길 바라는 과장의 제안을 흔쾌히 받은 제니가 수호를 데리고 사내식당으로 향했다.
"우리 팀 대부분은 밖에서 먹을 때도 많아요~ 전 사내식당을 주로 이용하지만."
과장이 제니를 추천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처음부터 신입을 외부로 데리고 나가기엔 좀 그러니까 단순 사수란 것 외에도 그녀가 대체로 사내식당을 이용하는 것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었다.
"아하. 그렇군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제니를 그저 상사로 대하고는 있지만, 4년 전 제니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는 수호는 절대 태연할 수 없었다.
"나쁘지 않죠? 메뉴가 매일 비슷해서 그렇지, 맛은 있어요. 전 같은 거 먹어도 안 질려서 그냥 먹지만, 다음부턴 다른 직원들하고 나가서 먹어도 좋아요. 더 빨리 친해질 수도 있고~"
"저도 자주 이용할 것 같은데요?"
"오, 그래요?"
한산한 식당 속에서 같이 밥 먹을 친구를 찾은 기분이 든 제니가 수호의 말을 반겼다.
제니의 열렬한 반응에 고개를 끄덕인 수호도 덩달아 웃었다.
"아니, 제가 혼자 밥 먹는 건 괜찮은데 커피 타임도 혼자 보내니까 좀 외롭긴 하더라구요~ 아. 수호 씨는 밥 먹고 커피 좀 별론가?"
"아뇨. 저도 커피 좋아해요."
"그래요? 그러면 이거 먹고 오늘은 제가 쏠게요~"
제니의 후한 인심에 여전히 웃음을 짓는 수호였다.
밥을 다 먹고 함께 로비에 있는 카페로 향한 둘은 주문한 음료를 받고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래도 수호 씨는 운이 좋은 거예요~ 아직 프로젝트 시즌이 아니라 널널하거든요. 그러니까 이때 딱 배워두고 프로젝트 들어가면 그냥 지박령이다 생각하고 회사 다녀야 해요, 알았죠?"
"그때 되면 야근이 많나요?"
"아무래도 그렇죠? 일 잘하면 안 해도 되지만. 아, 내가 신입한테 너무 겁줬나?"
한참 빨대를 돌리던 제니가 괜한 말을 했나 싶어 아차한 얼굴로 수호를 바라봤다.
"괜찮아요. 잘해서 꼭 정시 퇴근 지켜보겠습니다."
"오, 신입이 기세 좋은데?"
밥을 먹고 들어온 팀 대리가 카페에 있던 제니와 수호를 발견하고 말을 건넸다.
"하하, 그런가요?"
"그래그래~ 거기에 좋은 사수도 만났으니 금방 1인분은 하겠네~ 그럼 잘 쉬고 올라오세요~"
자신의 할 말을 마치고 먼저 올라간 대리를 보며 수호가 깍듯이 인사했다.
"우리도 이만 갈까요?"
"네? 아, 그렇죠."
다시 자리에 앉은 수호는 제니의 물음에 순간적으로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최대한 티 내지 않고 다 마신 음료를 정리하고 돌아왔다.
"생각해 보니 저랑 시간 보내는 게 불편하면 언제든 얘기해 주세요. 제가 그동안 혼자 시간을 보내서 반가운 마음에 강요 아닌 강요를 한 것 같네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제니가 수호에게 얘기했다.
"아니에요. 저도 앞으로 사내식당에서 식사할 것 같고, 이렇게 커피 마시는 거 즐거웠어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네!"
당찬 수호의 대답에 제니가 웃음을 흘리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녀를 따라 뒤이어 오른 수호는 어느새 늘어난 사람들 틈에서 제니와의 거리가 이전보다 더욱 좁혀졌다.
"갑자기 사람이 많아졌네요."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거리를 벌리려는 수호를 올려다보던 제니가 인파에 밀리는 수호의 팔을 잡았다.
"아마 곧 내릴 거예요. 좀만 참아요."
가까이서 들리는 제니의 음성에 다시 정신을 놓을 뻔한 수호가 바짝 긴장했다.
다행히 제니의 말대로 3층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갔다.
사무실이 있는 8층까지 올라가는 둘은 왠지 모를 긴장감에 고요함 속에서도 서로의 존재만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올여름은 덥다더니 벌써 덥네요~ 빨리 사무실로 돌아가야겠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먼저 나온 제니가 앞장서서 사무실로 걸어갔다.
그녀를 따라 내린 수호는 간질거리는 마음을 누르며 걸음을 옮겼다.
"수호 씨, 식사는 잘했어?"
"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앞으로 밖에서 먹을 거면 메신저로 미리 얘기해 줘~"
"알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던 과장과의 대화를 마친 수호는 제니의 빈자리를 확인했다.
양치를 하러 화장실에 온 제니는 왠지 모르게 요동치는 심장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후.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거야. 정신 차리자, 문제니.'
마음을 차분히 다스린 그녀가 서둘러 양치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왔다.
이후 업무에 집중한 그녀는 다행히 머릿속에서 수호를 지워낼 수 있었다.
"자자, 퇴근 시간이네~ 다들 퇴근 준비하고. 제니 씨가 이번 주 금요일에 회식 참여 여부 좀 알아봐 줘. 신입 왔는데 넘어가기 그렇잖아?"
"네, 알겠습니다."
하나둘, 사무실을 떠나고 어쩌다 단둘이 마지막으로 나오게 된 제니와 수호는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점심때의 일이 불현듯 떠오른 제니는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하며 1층에 있는 기계판을 노려봤다.
그러다 과장님의 부탁이 생각난 그녀가 시선을 거두고 수호를 바라보았다.
딱 수호와 눈이 마주친 제니는 순간 당황했지만, 하려던 말을 꺼냈다.
"수호 씨는 뭐 좋아해? 수호 씨 환영회인데 좋아하는 걸로 먹어야지."
"저는 가리지 않고 다 잘 먹습니다~"
"그러면 삼겹살이 가장 무난하지?"
아까 탕비실에서 수호와 만난 제니는 말을 편히 해도 된다는 수호의 제안을 듣고 고민했다.
하지만 수호가 자신보다 4살 연하란 사실을 상기한 그녀는 그것을 수락했다.
"네, 좋아요~"
엘리베이터에 오른 둘은 한산한 안쪽에 거리를 두고 함께 내려갔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뵐게요!"
"그래~ 오늘 수고했어~"
제니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먼저 인사하고 돌아선 수호가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앞으로 친해지면 기회가 있겠지?'
4년 전, 제니를 향했던 마음이 여전히 아니 더욱 커져 스며드는 중인 수호가 앞으로의 회사 생활을 기대하며 버스에 탑승했다.
한편,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에 올라탄 제니는 자신이 대학생 때 우연히 알게 된 수호를 기억해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의 동생이었던 그에 대해 묻는 친구의 메시지를 확인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답장을 보낸 제니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떨리는 차체만큼이나 함께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집으로 돌아가는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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