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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Oct 24. 2023

무지개

2023_이야시크릿_02



너를 봐야 색을 안다

너를 봐야 끝을 안다

너를 봐야 삶을 안다

너는 무지개다


비 온 뒤 굳어진 땅에 선 나는

너를 그리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네가 없으면 나는 펼친 우산으로

한껏 젖은 얼굴을 가린다


너를 좇아 위로 향한 내가 흠씬 적셔

뜨지 못한 네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굳게 잠근 문이 저 푸름처럼 열린다면

여기서 이대로 그칠 수 있을까


어느새 놓친 우산이 바닥에 누워도

괜찮다는 듯 찾아와 반기는 네가

머무르고 간 자리에 몇 번이고

내 시선을 더해 깊이를 새긴다


오래 남은 네가 물들인 세상에

그것이 상인 줄 아는 내가 있다

그것이 운인 줄 아는 내가 있다

너는 나를 덮는 무지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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