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봐야 색을 안다
너를 봐야 끝을 안다
너를 봐야 삶을 안다
너는 무지개다
비 온 뒤 굳어진 땅에 선 나는
너를 그리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네가 없으면 나는 펼친 우산으로
한껏 젖은 얼굴을 가린다
너를 좇아 위로 향한 내가 흠씬 적셔
뜨지 못한 네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굳게 잠근 문이 저 푸름처럼 열린다면
여기서 이대로 그칠 수 있을까
어느새 놓친 우산이 바닥에 누워도
괜찮다는 듯 찾아와 반기는 네가
머무르고 간 자리에 몇 번이고
내 시선을 더해 깊이를 새긴다
오래 남은 네가 물들인 세상에
그것이 상인 줄 아는 내가 있다
그것이 운인 줄 아는 내가 있다
너는 나를 덮는 무지개다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