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코스모스 COSMOS> 리뷰
인류가 처음 달에 발자국을 찍은 후 50년이 지났다. 작년에는 전 세계가 협력해 무려 블랙홀을 촬영하기도 했다. 인간은 한 조각씩 퍼즐을 맞추듯 천천히 우주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우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 또한 높은 지금, 나의 우주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테면 <인터스텔라>를 다른 사람들이 영화의 과학적 사실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나는 그저 'ㅎㅎ재미있다' 정도의 감상밖에 할 줄 모른다는 아쉬움 말이다.
최근에 서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과학 교양서들은 나와 같은 과학 무식자에게 한줄기 빛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 교육과정에서의 과학 수업을 소화하는 것도 벅찼던 사람에게 글로 과학을 설명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 어려운 일을 칼 세이건이 해냈다. <코스모스>를 보면 그의 역사적, 철학적 지식과 깊이가 남다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과학 지식을 하나의 이야기로 버무려서 폭넓은 지식을 선사한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즐겁게 받아먹는 것 뿐이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하고 위대한 자연은 숭배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자연의 모든 현상에 무지했던 인간은 경외심을 느끼고 그들 나름대로 이해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든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신화다. 세월이 흘러 인간은 자연을 관찰하고 파악하기 시작한다. 경외심으로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뜨고 하늘을 마주 보게 된 것이다.
고대 이오니아인들은 우주에 내재적 질서가 있으므로
우주도 이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
그들은 우주의 이렇게 훌륭하게 정돈된 질서를 "코스모스"라고 불렀다.
고대 이오니아인들은 인류를 한단계 진보 시켰으나 아쉽게도 그 영향력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인류는 질서를 찾아 나아갔지만 오만함이 그 발목을 잡는다. 노예의 정체성을 갖지 않기 위한 육체 노동의 천시는 발전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었다. 이오니아인들의 과학적 사고방식이 유지되었다면 지금은 어떤 세상이 되었을 지 정말 궁금하다.
우주에 지적 문명이 존재할 확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칼 세이건이 짐작해서 계산한 결과 수백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분명 굉장히 낙관적인 기대를 바탕으로 짐작한 것이다.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있는지의 여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이다.
현재까지 우주의 유일한 지적 생명체로서 인간은 절대적 보호의 대상이다. 그리고 인간은 지구에서 우주로 발을 내디딘 첫 지적 생명체이다. 지구에게도 외계의 생명체에게도 인간은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인류의 문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미생물에서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수억년의 세월을 진화해왔다. 인간이 대단해서라기 보다는 우연히 여러 진화의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탄생한 것이지만 어쨌든 이 또한 대견한 일이다.
사실 지구 입장에서 보면 여러 실수와 사고가 겹쳐졌다고 볼 수도 있다. 인간은 지구라는 행성에 맞춤형으로 진화된 생명체다. 지구는 금성과 같은 불지옥도 아니고, 화성과 같은 살벌한 추위도 없다. 지구는 인간의 유토피아다. 종족 특성 상 약간의 오만함이 탑재되어 있는 인간은 지구를 불살라 버리기 일보 직전이지만 말이다. 그러니 인류가 지구를 파괴하고, 스스로를 파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구가 아니면 인간이 존재할 곳은 없다. 아직은.
결국 인간들은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지구는 영원히 인간의 쉼터가 되어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호기심을 잃지 않고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걸음을 떼야 한다.
외계의 침공에 대해 두려워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그 반대의 상황이다. 야만적인 인류가 다른 행성의 생명체를 해치기라도 하면 어쩐단 말인가! 인간은 과연 협력해서 우주로 나아가 새로운 존재와 혹은 새로운 안식처와 마주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스스로 파괴되지 않고서.
우리는 아이가 자기 중심적 태도에서 벗어나 넓은 사고를 갖는 것을 성장이라고 한다. 인류는 인간과 지구 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우주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별의 기원과 진화와 그 뿌리에서부터
서로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우리는 도민준 뿐만 아니라 모두가 '별에서 온 그대'다.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는 물질은 전부 별의 내부에서 합성된 것으로, 인류는 별의 자녀들다. 사람을 볼 때에도 부모님과 환경이 중요하듯 우주를 아는 것은 지구와 인류를 깊이 이해하는 방법이다. 다른 나라들에 대해 알아야 한국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처럼 우주에 대해 알아야 지구에 대해 알 수 있다. <코스모스>는 우주 여행에 뛰어들기에 앞서 읽어봐야 할 머리말 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40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핵전쟁 등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인간은 이제 우주적 시야를 갖추고 지구를 알아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