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두 codu Dec 15. 2021

평범한 아이는 어떻게 가족을 구할 수 있을까?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 리뷰


디즈니 세계에서 마법의 힘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라푼젤>에서는 마법의  때문에 납치 감금을 당했고, <겨울왕국> 엘사는 통제할  없는 강력한 마법의  때문에 스스로 고립.  특별한 힘으로 멋진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마법의 힘은 약점 혹은 장애물이 되었다. 그래도 역시 마법의 힘은 부러운 것이다. 내가 여자 아이였을  텔레비전  또래 여자 캐릭터는 언제나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요술봉을 휘두르며 마법을 부렸고, 아니면 뛰어난 재능 혹은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어린 여자 아이는 내심 자기에게도 그런 능력이 생기길 기대하며 자란다. 안나보다는 모두 엘사가 되기를 원했다. 나에게도 특별한 무언가가 하나쯤은 있겠지.


하지만 나는 남들과 비슷하게 평범한 사람이었다. 평범한 나도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엔칸토: 마법의 세계>에서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마드리갈 가족  유일하게 마법의 힘이 없는 미라벨(스테파니 비트리즈) 가족을 구해낸다. 마법의 힘을 얻게 된 할머니 알마(마리아 세실리아 보테로)로부터 마법의 마을 '엔칸토'가 만들어진다. 알마를 주축으로 한 마드리갈 가족은 저마다 하나씩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 기분에 따라 날씨가 바뀌고, 음식으로 다친 자를 치유하며, 미래를 보고, 아주 작은 소리도 듣고, 꽃을 마음대로 피워내는 등 각자의 능력으로 마을을 도우며 살고 있다. 안토니오(라비 카봇-코니어스)가 능력을 받는 의식이 치뤄지는 날, 미라벨은 마법의 집 까시타가 부서지는 모습을 목격한다. 미라벨은 오래전 집을 나갔다고 하는 미래를 보는 예언자 브루노 삼촌(존 레귀자모)의 방에 찾아가 마법의 힘을 구할 단서를 찾는다.


보통 '마법' 축복받은 소수의 능력이다. 하지만 마드리갈 가족은 절대다수가 능력을 가지고 있고 능력이 없는 사람은 미라벨뿐이다. 능력이 없는 미라벨은 열등감과 콤플렉스가 생길 수밖에 으나 그럼에도 가족을 사랑한. 마드리갈 가족의 리더이자 마법의 시작 알마 할머니의 냉담한 태도는 이런 미라벨을 더욱 위축시킨.

마법의 공간에서 마법이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미라벨은 마법의 힘에게 버림받은 것일까? 마법의 촛불이 미라벨에게 능력을 주지 않았고, 까시타가 방을 내주지 않았다고 해서 미라벨이 배제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마법의 힘은 자연적인 것이고, 우연한 것이다.


미라벨은 특별한 능력이 없기에 자신의 손발을 움직여 창조한다. 자신의 방이 생기기 전까지 임시로 머무는 놀이방에서 지내는 미라벨은 자신의 작품들로  방을 채운다. 마법의 힘이 아니라 천천히 자신의 힘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나간다. 결국 누구보다 자유롭고 언제든 독립할  있는 사람은 미라벨뿐이다. 하지만 미라벨은 누구보다 마드리갈 가족과  까시타를 사랑한다. 까시타에 번져가는 균열처럼 가족들 마음의 균열을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보듬어 주는 존재도 미라벨이다. 마법의 힘이 없는 아이가 누구보다 마법을 구하기 위해 애쓴다. 그 이유는 가족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족을 향한 애정이다.



반면 이사벨라(다이앤 게레로) 루이사(제시카 대로우) 가족과 마을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다. 실수해서는 안되고, 기대에서 벗어나도 안된다. 이사벨라는 아름답고, 고고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한다. 원치 않는 결혼도 가족을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여긴다. 루이사는 자신의 능력이 언제고 약해지거나 없어질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우연히 주어진 능력은 우연히 사라질 수도 있는 법이다. 아무리 당나귀를 들쳐 매고, 교회를 드나르고, 다리를 세워도 힘이 약해지면 누구도 도울  없을 거라는 마음이 루이사를 힘들게 한다.


할머니는 '엔칸토' 만들었지만 가족을 지키려는 완벽주의와 통제적 성향으로 도리어 가족들에게 압박감과 소외감을 주었다. <엔칸토> 알마 할머니를 주축으로  마법과 집의 중심이 마리벨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이야기다. 가장의 자리를 물려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평범한 미라벨이 리더가   있었던 이유는 뭘까? 각자의 방이 인물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미라벨의 특성은 가족 공동체의  전체를 끌어안는 능력이라고   있다. 엔칸토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던 까시타는 무너졌다.  알마 까시타가 무너지고 미라벨 까시타가 탄생한 것이다. 사라졌던 마법이 미라벨이 대문의 손잡이를 달자 나타난 것은 미라벨이 할머니 알마처럼 마법의 힘을 불러왔음을 의미한다. 마법의 촛불에서 비롯된 특별한 능력은 마드리갈 가족, 집 까시타 그리고 마을 엔칸토를 규합하는 힘이다. 가족, 넓게는 마을 사람들 간의 결속이 헐거워질수록 마법의 힘은 약해진다. 미라벨은 가족을 결속시켰고, 두 손과 두 발로 마음을 증명해냈다. 알마가 권위와 카리스마로 모두를 이끄는 리더라면, 미라벨은 경청과 포용력을 지닌 리더다. 세대 간 화합을 통한 세대교체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다. 미라벨은 "가족을 자랑스럽게" 만들기보다, 가족을 자랑스러워한다.


"You are more than just your gift" 너는 너의 능력보다 가치 있다고 하지만, 능력과 결과로 평가받는 능력주의 성과주의 시대에서  말은 받아들이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마드리갈 가족에게 특별한 능력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충분히 특별하다. 촛불이 꺼지고 마법을 잃었을  마을 사람들은 마드리갈 가족이 보여주었던 순수한 호의 때문에 이들을 도왔. 어떠한 조건 없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을 도왔기에 '엔칸토'라는 마을은 강력한 공동체를 유지할  있었다.


'나의 특별한 능력'은 기적이 아니다. '나' 자체로는 특별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를 위할 수 있다는 건 기적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우리'라서 괜찮다.

가족과 소속감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




https://tv.kakao.com/v/423448072

매거진의 이전글 빛으로 그린 심연의 영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