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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두 codu Jun 29. 2023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꾸는 힘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책 <나를 뺀 세상의 전부>


안녕하세요. 셋둘하나, 영입니다.


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학창 시절의 성적도, 외적인 모습도, 성격도, 이름도 지극히 평범한 편이죠. '평범한 게 가장 어렵다'는 말도 있듯이, 이게 싫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도 가끔은 평범한 일상에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기를 바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나의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아내야 하죠. 평범한 하루에도 언제나 자그마한 특별함은 숨어있으니까요. 그 특별함을 찾아낸다면 별다를 것 없는 나의 하루도 단 하나의 특별한 하루가 됩니다.


오늘 편지에서는 평범하고 어중간한 주부의 스파이 체험기를 다룬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김소연 시인의 에세이

나를 뺀 세상의 전부를 소개합니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2005년, 미키 사토시 감독, 러닝타임1시간30분



평범한 하루하루가 나의 특별한 삶을 만든다

평범하고 어중간한 인생을 살아온 스즈메(우에노 주리). 존재감이 희미해지다 못해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즈음, 새끼손톱보다 작은 스파이 모집 전단을 발견하게 됩니다. 전화를 걸어 찾아가 보니 평범한 부부 시즈오(이와미츠 료)와 에츠코(후세 에리)가 스즈메를 반기죠. 스파이를 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평범한 바보'라는 평가를 받은 스즈메는 일본 담당 스파이가 됩니다. 그렇게 500만 엔이라는 활동자금을 받고 '평범하게 사는 잠복'을 시작합니다.


언제나 눈에 띄고 쿨한 소꿉친구 쿠자쿠(아오이 유우)에 비해 스즈메는 자신을 촌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닮은 점이라고는 없는 두 친구의 끈끈한 우정은 거북이 먹이만 주는 스즈메의 일상 속 유일한 일탈이었지만, 스즈메는 스파이 활동 이후 자신감이 생기고 다른 스파이들과의 관계도 넓혀 나갑니다. 소꿉장난 같은 스파이 활동에 의심이 들 무렵, 공안부의 움직임과 스파이 비상소집 명령으로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는 평범해야만 하는 스파이의 삶을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동시에 유머러스하고 만화적인 터치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가볍게 풀어냅니다.


한 장면  

본격적으로 스파이 활동이 시작되는 듯하자 스즈메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우쿨렐레의 줄은 끊어놓고, 오징어로 옷을 만드는 특이한 아버지와 익숙한 듯 스모 한판을 한 뒤 부녀는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죠. '잘 웃는 사람이 좋다'던 스즈메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아버지는 웃습니다. 그리고는 "다음에 뭐 할까 생각하며 웃기"를 하자고 하죠. 두 사람은 함께 웃습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장면 중 하나였습니다. 자기만의 방식대로 살고, 지금 웃을 수 있고, 마주 웃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도 괜찮지 않을까요?


영의 시선  

일본 영화 특유의 개그 코드와 과장된 액팅이 유치하다고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 허술한 영화죠. 그만큼 장점도 분명한 영화입니다. 1시간 3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가볍게 볼 수 있는 단순한 플롯 등이 있죠.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평범함의 소중함을 전혀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말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영화를 본 뒤의 반응은 확연히 나뉠 것 같습니다.        

"구리다" "유치하다"vs"묘하게 마음에 든다" "재미있다"


추천해요

가볍고 짧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좋다

평범한 삶에 특별한 재미를 찾고 싶다

잔잔하고 소박한 감성을 좋아한다

추천하지 않아요

유치함과 엉뚱한 개그가 취향이 아니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영화는 싫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티빙



나를 뺀 세상의 전부

김소연, 마음의 숲, 262p


나와 맞닿은 세상들의 소중함

김소연 시인의 에세이 <나를 뺀 세상의 전부>는 겨울에서 시작해 다시 겨울로 돌아와 마무리됩니다. 저자의 일상에서 건져 올린 경험의 조각들이 계절의 흐름을 따라 짧은 글들로 묶여있습니다. 친구와 나눈 소소한 대화, 다른 사람들의 대화, 낯선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여행지에서 겪은 일처럼 평범한 일상들이 주된 내용이죠. 보고, 듣고, 겪은 것들은 시인의 마음을 거쳐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에세이로 우리 앞에 도달합니다.


한 구절  

고개를 끄덕이며 누군가의 주장을 듣고 있을 때보다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보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게 될 때에 더 크게 설득되고 더 큰 경이감이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나도, 되도록 생각한 바와 주장하는 바를 글로 쓰지 않고, 다만 내가 직접 만났거나 직접 겪었던 일들만을 글로 써보고 싶어졌다. 나를 뺀 세상의 전부, 내가 만난 모든 접촉면이 내가 받은 영향이며, 나의 입장이자 나의 사유라는 걸 믿어보기로 했다.         
- 책머리에


영의 시선  

글의 한편 분량이 짧아 이동하면서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저는 저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배어 있는 호기심과 친절이 인상 깊었는데요. 관심과 애정의 시선으로 보고 들은 경험을 읽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애틋한 시선과 비판적인 시선, 허술함과 단단함이 느껴지는 글들을 읽고 나면 '김소연'이라는 사람과 그 사람의 세상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굴튀김에 대해 말하다 보면 말하는 사람을 알게 된다고 말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굴튀김 이론'처럼 말이죠.



추천해요

가볍지만 꽉 찬 에세이를 읽고 싶은 사람

나의 일상을 글로 남기고 싶은 사람

일상 속에서 사유를 깊이 하는 사람


추천하지 않아요

긴 호흡의 글을 선호하는 사람

타인의 소소한 일상은 조금 지루한 사람



소박한 습관  

  첫 번째 편지에서 저는 모닝페이퍼를 쓰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8월 한 달 동안 몇 번 빼먹은 날을 제외하고 26일 동안 모닝페이퍼를 썼더라고요. 이 정도면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점점 마음을 검열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솔직하게 노트와 마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침이 아닌 시간에도 마음을 기록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했답니다.        


제 모닝페이퍼 속 한 문장을 살짝 보여 드리며 모닝페이퍼 이야기는 마무리하겠습니다. 9월에는 다른 습관을 나눠볼게요.   


펜을 들고 기다린다. 잠자리채를 들고 기다리는 아이처럼. 생각이 나타나면 휙 휘둘러 잡으려고. 펜을 들고 있지 않으면 잠자리 같은 생각은 곧 떠나버린다. 꼭 잡아야 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잡아 놓으면 날개가 어떤지, 무슨 색인지 관찰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잡아본다.
-8월 26일 목요일 모닝페이퍼 중에서.


<나를 뺀 세상의 전부>에서 저자는 다큐멘터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와 <서칭 포 슈가맨>에 대한 글을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예술작품의 비범함이 아니라 예술활동의 평범함 속에 깃든 무언가가 우리를 일깨운다. 삶과 나란히 묵묵히 걸어온 흔적 같은."


여러분의 지키고 있는 소박한 습관을 알려주세요. :)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평범한 습관들도 좋습니다.




본문은 2021. 8. 30일 자 뉴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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