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얘기했지? 그러니까 준과 텐트에서 개쩌는 섹스를 했다고 했었지. 그 이야기를 마저 해보자면, 우선 함께 잘 곳을 구하기까지 꽤 우여곡절을 겪었다. 우린 도미토리 말고 단둘이 보낼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직원에게 살짝 커플이라는 티를 내며 같은 방을 쓸 수 없냐 물어봤지만, 미리 말하지 않으면 방 배정이 안 된다며 딱 잘라 거절당했다.
그렇지만 쉽게 포기할 순 없었다. 당연히 단둘이 있으면서 이런저런 야한 일을 하려는 요량이었다. 나로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유잼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만큼 즐겨둬야 했다. 우리는 일단 밤이 깊었기 때문에 내일 더 알아보자고 얘기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그때 네덜란드 친구 엘리가 선뜻 우리를 구원해 주었다.
“얘들아. 나는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도미토리에 자리를 하나 달라고 했거든. 그래서 원래 쓰던 1인용 텐트가 비어있어. 비도 그쳤는데 거기서 너희 둘이 자라.”
하…. 이 여자 천사인가 정말? 친구들이 바람잡이를 해주겠다며 팔을 붕붕 휘젓던 게 허풍은 아녔구나. 엘리는 텐트 안이 지저분해서 미안하다 했지만, 동시에 너무 더럽히지 말라고도 했다. 우리는 나름 그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긴 했다. 텐트는 커뮤니티 구석 깊은 곳 풀숲에 있었다.
작은 텐트를 열자 정말로 한 사람만 간신히 누일 수 있는 얇은 매트가 깔려있었다. 둘이 함께 누워봤는데, 둘 중 한 사람은 매트에서 몸이 살짝 삐져나오곤 했다. 섹스 좀 해보겠다고 둘이 1인용 텐트에 몸을 욱여넣은 꼴이라니. 다시 생각해 보니 무슨 스무 살 풋내기 같았다. 그래서 더 재밌었던 거겠지?
우리는 금세 옷을 홀랑홀랑 벗었고, 쓰다듬고, 키스를 퍼부었다. 텐트가 너무 좁은 터라, 흥분해서 손발을 뻗으면 엘리의 옷가지나 물건을 건드리기 일쑤였다. 처음엔 집안 살림 다 깨먹는, 정열적인 미드 속 사랑나누기를 재현하는 것 같아서 웃겼지만, 점차 그런 건 잊어버리고 서로를 탐하는 것에만 몰두했다.
준의 몸짓은 그의 몸처럼 무척 단단하게 밀려왔다. 그는 내 양팔을 한 손으로 잡고 위로 올린 채로 온몸에 입을 맞췄다. 강하고 남자다운 느낌으로, 약간은 사냥을 당하는 것도 같았다. 그의 욕망이 무겁게 부딪쳐 오는 느낌이 편하진 않았지만 섹시했다. 거칠고 여유가 없는 게 더 간절해 보일 때도 있으니까.
또 그는 한쪽 팔로 내 허리를 가두듯이 품에 안는 것을 좋아했다. 나도 몸에 맞는 퍼즐처럼 그에게 쏙 들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준은 뒤에서 껴안은 자세로 천천히 허리 짓을 하면서 내 허벅지 사이를 드나들었다. 삽입이 코앞이었는데, 준은 여전히 아직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 천천히 먹지 뭐.’ 나는 다른 남자들과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즐겼다. 그것도 그대로, 맛있었다.
마음껏 사랑을 나누고 베개도 제대로 없는 텐트 안에서 서로의 옷을 둘둘 말아 베고 얇은 시트를 나눠 덮었다. 잠자리는 세상 불편했지만 우리는 늘어지게 늦잠을 잤다. 여전히 신기할 만큼 곁이 편한 사람이었다. 천천히 텐트에서 나와 차갑고 상쾌한 바깥 공기 냄새를 맡았다. 아침밥은 물 건너갔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찬송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준도 기대된다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찬송이 시작되고 공간이 노래로 채워지자, 준은 누워서 눈을 감았다. 노래의 진동을 듣고 있던 것 같았고, 아기처럼 순한 그 모습이 참 사랑스러웠다. 그렇지만 나도 찬송 시간에 누워 있다가 가끔 눕지 말라고 주의를 받았던 터라 준에게 일러주었다. 그러나 준은 그냥 어깨를 으쓱하며 “뭐라고 하면 그때 일어나면 되지.”라며 그대로 누워있었다.
그러게? 덕분에 나도 옆에 벌렁 누웠고, 그러자 그가 눈을 감은 채로 그의 손을 내 손 위에 겹쳐왔다. 살포시 얹힌 손의 온기와 함께 많은 사람이 같은 마음으로 내는 소리가 나를 편안히 품어주었다. 늘 겪을 수 없는 특별한 휴식. 예배가 끝나고 준이 말했다.
“이 노래엔 치유의 힘이 있는 것 같아. 내가 이 커뮤니티에 다시 온다면, 실연을 당했을 때 와서 위로받을 거 같아.”
“그러게, 그것도 참 좋겠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편안하고 즐겁고 행복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문득 주고받은 그 이야기가 복선이었던 것처럼, 나는 곧 실연당했다. 아, 어쩌면 삶은 이렇게도 내 맘 같지 않은지!